[시선] 지하철 단차 차별구제소송에 대한 서울교통공사의 소송비용확정신청 사건_사회 변화시키는 목소리와 호소 가로막는 ‘패소비용’ (월간변론 101호)

2023-10-03 53

민사·행정소송 사건의 공익소송을 제기할 때 항상 당사자들에게 안내하는 내용이 있다. 패소할 경우 상대방 측에서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안내를 받은 당사자들 중에서 일부는 소송의 제기를 포기하기까지 한다. 공익소송을 제기하려는 대부분의 당사자들이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열악한 상황에 처해있을 뿐만 아니라 기존 틀을 극복하려는 시도가 필요한 공익소송의 특성상 그 승소의 가능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민사소송법 제98조는 ‘소송비용 패소자 부담주의’를 정하고 있다. 그리고 민사소송법 제109조 제1항은 변호사 보수의 소송비용 산입에 관한 규칙이 정하는 기준의 변호사 비용을 소송 비용에 산입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법체계로 인하여 공익소송을 제기하였다가 패소한 당사자는 적게는 수백만 원, 많게는 수천만 원의 소송비용을 부담하게 한다.

물론 법원이 재량권을 행사하여 일정 정도의 소송비용 감면을 명할 수 있다. 하지만 법원은 대부분의 사례에서 기계적으로 패소한 당사자에게 감면 없이 소송비용의 지급을 명하고 있다.

위와 같은 패소자 부담주의는 불필요한 소가 남용적으로 제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접수되는 민사와 행정사건은 매해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패소자 부담주의 적용으로 발생하는 피해사례도 지속적으로 제보되고 있다. 정보공개청구를 했다가 패소한 시민단체, 손해배상을 청구한 재난 피해자 가족들이 소송비용을 부담하는 사례 등 소송비용의 부담은 사회변화와 억울함의 호소를 위해 문제를 제기한 사람들을 옥죄고 있다.

지난 2021년 10월경 장애인 활동가 두 명이 각 500만 원 정도의 소송비용을 부담하게 되어 고통을 받고 있다. 두 장애인 활동가는 2019년 지하철 승강장 중 차량과의 간격이나 단차로 인해 휠체어를 이용하여 승하차할 수 없자, 그 관리 책임을 지는 서울교통공사를 상대로 차별구제청구소송을 제기한 사람들이다.

법원은 항소심까지 이어진 재판에서 ‘차량과의 간격이나 단차’가 장애인에 대한 차별임을 확인하고, 서울교통공사에게 이를 해소해야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다만, 승강장의 구조변경에 소요되는 부담 등을 고려했을 때 서울교통공사의 책임을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장애인 활동가들에게 패소 판결을 하였다.

적극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비록 패소했지만, 장애인 활동가 두명이 제기한 소송은 현존하는 차별을 확인하고 차별을 해소해야 할 서울교통공사의 의무를 명확히 확인했다는 점에서 사회에 필요한 정당한 문제 제기였다. 그러나 오히려 차별을 방치해 온 서울교통공사는 두 활동가에게 각 500만 원 상당의 소송비용을 청구했다. 남소가 아니라 정당한 문제제기를 한 당사자들에게 과중한 소송비용을 청구함으로써 책임을 물은 것이다.

당사자들이 제기했던 차별구제소송은 현존하는 차별의 해소라는 사회적 변화를 촉구하고 소수자의 권익을 보장하기 위한 공익소송이다. 서울교통공사의 소송비용확정신청은 현행 제도를 악용하여 당사자들을 위협하는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소송비용확정신청은 향후 다른 유사한 차별구제소송을 위축시킬 위험까지 있다. 패소자 부담주의가 남소가 아닌 정당한 권리구제를 가로막는 수단이 되고 있는 것이다.

국제인권법은 차별과 인권을 침해당한 피해자들에게 실효성 있는 구제의 권리를 보장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인권침해와 차별의 피해자들의 실효성 있는 구제의 권리가 보장되기 위해서는 결코 피해자들의 문제 제기가 불이익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피해자들의 권리보장 차원에서 패소자 부담주의는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다.

나아가 패소자 부담주의는 남소가 아닌 소송에도 적용된다는 점에서 헌법에 부합되지 않는다. 공익소송 등 남소가 아닌 소송을 패소자 부담주의의 예외로 두는 방법 등 대안이 충분히 논의되고 있고, 관련 법안이 발의되기도 하는 상황이다. 즉 패소자 부담주의는 피해자들의 재판청구권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수단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헌법적 정당성을 갖추지 못한 제도라고밖에 볼 수 없다.

적극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민사소송법의 개정 등 입법적 개선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패소자 부담주의를 악용하는 공공기관에 대한 제재도 필요하다. 기본권을 보장을 위한 공무를 담당하는 공공기관이 문제제기를 한 당사자들에게 비용을 청구하는 것은 패소자 부담주의를 악용하는 것이자 권한을 남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법원 역시 기계적으로 소송비용확정신청을 인용할 것이 아니라 개별 소송이 가진 공익적 성격을 충분히 고려하여, 패소자 부담주의를 악용한 소송비용확정신청은 인용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

2022.02.25

서채완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월간변론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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