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기고] 에코사이드는 진행중이다

2024-07-29 159

에코사이드는 진행중이다

-환경보건위 월례회 <침묵의 범죄 에코사이드 > 조효제 저자 초청 북토크 후기

박소영 변호사

 

전쟁범죄·반인륜범죄·집단학살·침략범죄. 이들의 공통점이 뭘까? 바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개인에 대한 재판이 가능한 국제범죄라는 점이다. 여기에 생태계 대량학살을 의미하는 ‘에코사이드(Ecocide)’를 추가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국제적으로 지속되고 있다. 이번 민변 환경보건위원회 북토크의 주제 「침묵의 범죄 에코사이드」에서 저자 조효제 교수는 에코사이드가 현대사회에서 어떻게 자행되고 있는지 사례를 들며, 환경문제를 단순한 기술적 극복의 대상이 아닌 다각도의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하는 인권문제로 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코사이드는 제노사이드를 생태계 파괴에 빗댄 개념으로, 대규모 자연훼손과 파괴를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1970년 베트남전쟁 당시 미군이 고엽제를 살포해서 인간, 동물, 식물을 포함한 생태계를 말살시키고 그 영향이 세대를 넘어 현재까지 미치고 있는 사건을 떠올릴 수 있다. 그렇다면 베트남전쟁이 끝난 지금, 에코사이드는 멈추었을까? 그렇지 않다. 안타깝게도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시기에도 에코사이드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기업과 정부에 의해 무참히 자행되고 있다. 무분별한 플라스틱 생산과 벌목부터 시작하여 수많은 생태계 구성원의 보금자리인 갯벌을 메워 아무 쓸모도 없는 땅으로 만들어버린다거나(새만금 간척 사업), 산을 통째로 날려버리고 그 흙으로 바다를 메워 공항을 짓는다거나(가덕도신공항 사업), 한반도의 중심을 따라 흐르는 강물을 막아 흐르지 못하게 한다거나(4대강 사업) 하는 생태학살행위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에코사이드가 국제범죄가 되어야 하는 이유는 하나의 국가나 기업의 생태계 파괴는 그 국가나 기업이 책임질 수 있는 범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와 달리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 파괴 문제는 정량화가 어렵기 때문에 수면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하여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다만 다른 모습으로, 언제나 우리가 예측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우리를 덮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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