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기고] 기후위기를 넘어 더 나은 정의로운 세상을 위하여 – 907기후정의행진 인권침해감시단 참가기

2024-09-27 103

기후위기를 넘어 더 나은 정의로운 세상을 위하여 – 907기후정의행진 인권침해감시단 참가기

양현준 회원

변호사가 된 후 처음으로 열린 기후정의행진. 일반 참가자와 인권침해감시단 사이를 고민하다가 인권침해감시단 모집에 지원했습니다.

2024년 9월 7일 낮, 집합 장소인 신논현역에 가기 위해 강남역에서 내려 걸어가는 동안 너무나 많은 사람을 보았습니다. 번잡한 강남의 주말 인파 속에 집회 참가자들이 몇 명씩 흩어져 있을 것이라는 상상과는 달리, 강남역-신논현역 일대는 차도, 인도 할 것 없이 모든 공간을 기후정의행진 참가자들이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유난히도 심한 9월의 무더위는 기후정의의 필요성을 증명이라도 하듯 아스팔트를 달구고 있었습니다.

인권침해감시단으로 변신(?)하기 위해 노란 조끼를 걸쳤습니다. 인권침해감시단으로서의 활동과 일반 참가자로서의 활동은 조끼 말고도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집회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미리 행진 장소로 이동해 대기해야 했고, 계속 긴장하며 문제가 발생하지 않나 경계해야 했습니다. 강남에서 열리는 대규모 집회·시위가 흔치 않아서인지 경찰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듯했고, 보이콧 시위에 대한 강제진압을 막기 위해, 시위 대오가 끊기는 것을 막기 위해 계속해서 경찰을 설득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이러한 일을 통해 기후정의를 외치는 소리가 더 크게 전달될 수 있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꼈습니다.

기후위기가 다가왔다는 사실, 이를 막아야 한다는 당위에 대해서는 이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듯하지만, 얼마 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이 일부 드러냈듯 정부와 기업의 대응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환경을 파괴하는 정책과 기후변화로 찾아온 재난은 사회의 불평등을 더 심화하고 있습니다. 서울의 전기를 확보한다는 명목으로 지역에 지어지는 송전탑, 폭우와 폭염, 혹한에 취약한 환경에서 발생한 사고들이 그 단면입니다.

그나마 이뤄지고 있는 기후변화 대응 조치에서도 ‘정의’가 배제되고 있습니다. 내연기관을 생산하던 노동자들은 산업 전환 과정에서 일자리 상실을 걱정하고 있고, 풍력발전으로의 전환을 위한 영구자석의 수요 증가 속에 무분별한 희토류 채굴로 개발도상국의 환경이 파괴되고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탄소 절감이 기업들의 셀링 포인트가 되는 동안 공급망 속의 수많은 노동자, 주민들의 목소리는 배제되고 있습니다. 이렇듯 불평등에 대한 고찰 없는 기후위기 대응은 취약한 주변부를 희생하는 결과를 낳을 뿐입니다. 단순한 기후위기 대응이 아닌, ‘정의’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그래서 3만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기후정의를 외쳤습니다. 기후위기를 초래하고 기후재난이 발생하고 있는 기업들 앞에서 항의 행동을 하고, 다이인(die-in) 퍼포먼스도 펼쳤습니다. 행진이 끝난 이후에도,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라는 907기후정의행진의 슬로건처럼, 기후위기를 멈추기 위해, 이를 넘어 더 나은 정의로운 세상을 위해, 모두 각자의 영역에서 세상을 바꿔나갈 것입니다. 저도 그중 하나가 되어보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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