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한총련에 대한 과잉대응과 반응을 비판하며 정부, 언론의 자숙촉구
<한총련에 대한 과잉대응과 과민반응을 비판하며 정부와 언론의 자숙자제를 촉구한다>
2003. 8. 7.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소속 대학생들이 경기도 포천 주한미군 사격훈련장 진입 시위를 벌인 이후, 한총련에 대한 정부의 과잉대응과 대다수 언론 및 일부 여야 정치권의 과민반응은 마치 “마녀사냥”을 연상케 할 정도로 매우 우려스럽게 진행되고 있다. 이에 우리는 작금의 사태 진행에 대하여 사건이 유발된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정작 우리가 걱정하고 단호한 태도를 보여야 할 대상이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성찰과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특히 언론과 정부, 정치권에게 냉정한 보도와 합리적 대처를 촉구한다.
한총련 소속 대학생들의 미군훈련장 진입 시위는 분명 실정법을 위반한 것이고 학생들이 그에 대해 응당한 책임을 져야함도 분명하다. 그러나 형식적인 실정법 위반 사실만으로 그 책임을 넘는 과잉대응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는 이번 시위에서 학생들의 행위가 맨몸으로 부대 안에 진입하여 장갑차에 올라타고 가져간 모의 성조기를 태우려 한 것이 전부임을 상기하며, 그들의 시위 목적이 미합중국 신속기동여단 ‘퀵 스트라이커 부대’의 한국 훈련이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군사훈련이라는 점을 널리 알리기 위한 것이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스트라이커부대는 미군이 전세계 주둔군을 신속대응군 체제로 변화시키는 작업의 일환으로 신설한 부대로서, 미 육군이 보유한 모든 장점을 통합하여 최상의 장비와 최첨단의 전투시스템을 갖추어 유사시 분쟁지역에 신속하게 파견돼 첨단무기로 전쟁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런데 대단히 염려스러운 것은 스트라이커 부대의 첫 번째 해외 훈련지가 우리나라였다는 점이며, 미8군 사령부 공보실장 스티븐 보일런이 밝혔듯이 그 훈련은 한국에서의 전쟁을 염두에 둔 한국지형 익히기가 목적이었다는 점이다. 현재 한반도에는 전쟁이 유발될 수 있는 엄중한 사태가 조성되어 있는데, 스트라이커 부대의 이번 훈련은 한반도에 전쟁의 어두운 그림자를 더욱 짙게 드리우는 조짐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언론은 스트라이커 부대에 대해 그동안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고 한반도 전쟁위기의 실상과 본질에 대해 이렇다할 보도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생들의 이번 시위는 우리에게 한반도에 드리운 위험의 실상을 분명히 알리고 한반도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의 중요성을 다시금 인식시킨 것이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주한미군사령관의 말 한 마디에 국무총리에 이어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대미 사죄성 발언을 하고, 시위 학생들에 대한 강경조치로 일관하고 있고, 대다수 언론과 일부 여야정치권이 앞다투어 이를 부채질하고 있다. 정부와 언론은 지금이라도 한반도 전쟁위기가 미국의 대북강경정책과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유념하고, 대미 저자세 태도에서 벗어나길 촉구하며, 한총련 시위 학생들에 대한 적정한 사법처리를 넘어 지나치게 과민반응하고 강경대응하는 것을 자숙자제하길 촉구한다.
우리는 또한, 이번 시위를 계기로 한총련 합법화의 기류를 가로막으려 하는 사회일각의 태도에 대해 심히 우려하며 이를 반대한다. 한총련 합법화는 이번 사건과는 전혀 별개의 차원에서 취급되어야 한다. 한총련의 합법화는 헌법상 결사의 자유, 사상과 양심의 자유, 언론의 자유에서 접근할 문제이고, 우리 사회의 민주적 다양성의 척도임에 변함없다. 우리는 정부가 이번 사건을 한총련 합법화의 논의에 연계시키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한총련 합법화에 대한 더욱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줄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2003. 8. 18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최병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