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기고] 계엄과 탄핵을 지나 새로운 세상으로 – 민변 1월 회원월례회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 신년특강 후기 / 백원우 회원

2026-03-03 383

계엄과 탄핵을 지나 새로운 세상으로

<민변 1월 회원월례회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 신년특강 후기>


– 백원우 회원

1. 2024년 12월 깊은 밤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윤석열의 계엄 선포 이후 2025년 4월 4일 윤석열 탄핵 결정이 있었고, 현재 내란 관여자들에 대한 형사재판이 이어지고 있으며, 뒤늦게 이 글을 마무리하고 있는 2026년 2월 18일 기준, 바로 내일 윤석열에 대한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선고가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지난 2026년 1월 19일 월요일 저녁, 2024년 12월 이후 이 모든 혼란 속에서 어쩌면 그 누구보다도 가까이에서 내란을 들여다보고, 동시에 그 누구보다도 내란을 객관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합당한 근거에 따라 탄핵을 이끌어내야 했던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님을 민변 대회의실에서 뵐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강연 당일 오후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고 바쁘게 대회의실에 도착해 자리에 앉으며 주위를 둘러보니 재판관님께서는 이미 회의실 한켠에 앉으셔서 강의를 들으러 온 다른 분들과 다름 없이 주위에 계신 변호사님들과 웃으며 말씀을 나누고 계셨습니다. 너무나도 소탈하신 모습에 강의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더 커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재판관님께서 말씀을 시작하시며 마침 방금 받으셨다는 페이스북 메시지의 내용을 그대로 읽어주셨습니다. 그 메시지는 불상의 극우 세력이 보낸 것으로 벌써 제 기억이 약간 흐려지기는 했으나 재판관님이 매국노라는 취지의 밑도 끝도 없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너무나도 황당하기 짝이 없는 메시지였지만, 탄핵 선고일로부터 반년 이상이 지난 지금까지도 근거 없는 인신공격성 메시지를 실제로 일상적으로 받고 계신다는 사실에 자리에 앉아 있던 분들 모두 탄식을 금치 못했습니다.

2. 재판관님은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사법심사 가능성, 피청구인의 헌법 및 법률 위반의 중대성 등 2025. 4. 4. 탄핵 선고에 이르기까지 헌법재판관님들의 논의 과정은 물론 그 과정에서의 고충 등 상세한 내막을 특유의 무덤덤한 표정으로 진지하고도 유쾌하게 들려주셨습니다.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부분은, 결정문의 결론 부분 작성 과정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통상적인 결정문은 결론 부분을 한 문단으로 작성하지만, 지난 윤석열 탄핵 당시에는 피청구인의 관점에서도 파면을 정당화하고, 파면 이후에 들어설 새 정부의 대통령과 국회의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헌법적 관점을 제시한다는 의미에서 무려 4~5쪽에 이르는 다소 방대한 분량으로 결론이 작성되었다는 말씀이었습니다. 그 결론의 시작 부분을 차지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헌법 제1조 제1항의 의미를 그 때만큼 모든 국민들이 가슴 깊이 이해하는 순간은 없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3. 재판관님이 그동안 블로그에 올리신 글 중 일부를 선별하여 묶어서 출간하신 저서 <호의에 대하여>에는 “착한 사람일수록 법을 잘 알아야 한다”는 말이 여러 글에 걸쳐 몇 번이나 등장합니다. 또한 책에는 재판관님께서 판사로서 일하며 겪으신 어려움, 고민, 성찰은 물론 재판관님의 블로그 닉네임인 자작나무를 비롯하여 수많은 나무에 관한 정보와 나무들에 관한 여러 일화, 부산지법에 계실 때 방문하였던 ‘이삭의 집’ 이야기까지 재판관님의 평소 생각과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수많은 고전 소설과 여러 사회과학 서적을 읽고 남기신 독후감 기록을 보며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그치지 않는 탐구가 지금의 재판관님을 있게 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각 법원 취임사, 이임사와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 말씀, 헌법재판소 재판관 취임사, 퇴임사 등 재판관님의 여러 글에는 겸손함과 당당함, 평생 마음에 새겨오셨다는 김장하 선생님의 말씀, 법원과 헌법재판소에 대한 당부, 가족과 가까운 분들에 대한 감사 인사와 사과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탄핵 결정 당시 만장 일치를 이끌어내기 위해 헌법재판소장 대행으로서 숙고하고 애쓰신 노고는 물론, 한 인간으로서 그간의 발자취와 저술을 통해 보여주신 인간적, 탈권위적 면모와 섬세한 인품은 수많은 분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민변 1월 월례회 신년특강으로 문형배 재판관님을 뵙고 탄핵이라는 중대한 사건을 비롯하여, 한국의 민주주의, 민변의 역할, 재판관님의 향후 활동 계획까지 여러 말씀을 들을 수 있어서 매우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변호사로서,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한 명의 평범한 사람으로서 어떤 자세로 살아가야 하는지 다시 한번 진지하게 반성하게 되는 귀중한 기회였습니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먼 걸음 하셔서 소중한 말씀 들려주신 문형배 전 재판관님, 그리고 특강을 준비해주신 민변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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