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기고] 제17회 민변 한반도평화위원회-자유법조단 오키나와지부 평화교류회를 다녀와서 / 문병주 회원

2026-05-07 424

[회원기고] 민변 한반도평화위원회 평화교류회 후기

제17회 민변 한반도평화위원회-자유법조단 오키나와지부 평화교류회를 다녀와서

문병주 회원 (민변 한반도평화위원회)

 

[부산에서의 첫 만남]

민변 한반도평화위원회와 자유법조단 오키나와지부는 미군기지 문제와 동북아시아 평화를 위한 연대를 다지기 위해, 2007년부터 한국과 오키나와를 한 해씩 번갈아 오가며 평화교류회라는 전통을 이어 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미야코지마에서의 만남에 이어, 올해는 17회를 맞아 2026년 3월 27일부터 30일까지 부산에서 진행되었습니다.

2025년 민변 한평위 가입한 신입회원이자 막내로서 세미나에서 발제도 맡게 되어, 작지만 가볍지 않은 책임감을 안고 처음으로 평화교류회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아직은 새내기였던 저를 걱정해주신 이한본 변호사님, 하주희 변호사님, 허진선 간사님께서 발제 준비부터 교류회를 준비하는 과정에 큰 도움을 주신 덕분에 큰 실수 없이 모든 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선배 변호사님들과 오키나와 변호사님들의 인연은 2007년부터 19년째 이어 온 교류회의 역사만큼이나 깊고 단단했습니다. 선배 변호사님들은 유창한 일본어로, 오키나와 변호사님들은 정성껏 준비한 한국어로 대화가 이어가며 오랜 시간 쌓아온 신뢰와 따뜻한 유대감을 보여주셨습니다. 처음 참석한 저 역시 그 분위기 속에서 서로를 향한 깊은 신뢰와 친근감을 몸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부산’에서 교류회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미제8부두, 옛 하야리아 부대, 미 55보급창과 같은 미군기지의 흔적이 도시 곳곳에 남아있는 부산은, ‘기지촌과 성매매’라는 이번 메인 주제를 함께 다루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였습니다. 또한 최근 부산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여행지로 부상한 영향인지, 오키나와 변호사님들도 오래전부터 부산 방문을 기대해오셨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교류회에는 가족분들도 많이 참석하셔서 한층 풍성한 교류회가 되었습니다.

 

[함께여서 좋았던 첫날 ― 해운대 환영만찬]

3월 27일 금요일 오후, 호텔 로비에서 처음 오키나와 변호사님들을 뵙게 되었습니다. 선배 변호사님들과 오키나와 변호사님들, 그리고 가족분들은 삼삼오오 모여 해운대 블루라인파크 바다열차를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기도 하고, 올리브영에 들러 소소한 쇼핑을 하기도 했습니다. 저 역시 처음 뵙는 선배 변호사님들께 인사도 드리고, 짧은 일본어로 오키나와 변호사님들과 가족분들께 다가가 인사를 건넸습니다. 처음 뵙는 자리에서 조금 어색하지 않을까 내심 긴장하고 걱정도 했지만, 예상보다 훨씬 더 따뜻하게 환대해주셔서 오키나와 변호사님들과도 더 빨리 친해지고 가까워질 수 있었습니다.

호텔에 짐을 풀고 잠시 숨을 고른 뒤, 다 같이 부산 지하철을 타고 환영 만찬이 열리는 해운대로 향했습니다. 20여 명에 가까운 인원의 지하철 승차권을 미리 준비하는 일도 만만치 않았는데, 그 인원을 능숙하게 인솔하신 허진선 간사님의 모습이 특히 인상 깊고 무척 멋있었습니다.

<사진1. 해운대 거리>

 

<사진2. 해운대 거리 단체사진>

 

지하철에서 내려서 마주한 해운대의 야경은 무척 화려하였습니다. 해변을 따라 펼쳐진 번화한 거리와 높이 솟은 마천루의 풍경이 인상적이었는지, 오키나와 변호사님들께서도 곳곳에서 사진을 찍으며 짧은 자유시간 동안 해운대의 밤을 각자의 방법으로 만끽하였습니다. 그렇게 들뜬 분위기 속에서 환영 만찬이 이어졌습니다. 전북지부에서 오신 변호사님들께서 나누어 주신 전주 소부당 크림떡은 어린 오키나와 가족분들에게도 인기 만점이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해운대 시장을 거쳐 부산의 명물인 꼼장어집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오키나와 변호사님들은 꼼장어의 다소 징그럽고 낯선 모습을 보고 처음엔 놀라기도 하셨지만, 한입 맛보시고는 “오이시이(おいしい)!”를 연발하셨습니다. 이후 시장에서 최근 유행한 ‘두쫀쿠’와 버터떡, 그리고 닭강정을 사 들고, 오나가상, 권용 변호사님과 맥주를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처음 마주한 자리임에도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처럼 거리감 없이 어우러지는 분위기가 저에겐 무척이나 신기했습니다. 서로 파파고에 의지해서 소통할 수밖에 없었던 아쉬움에, 서울로 돌아가서 일본어를 본격적으로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기도 하였습니다.

 

[미군 기지촌과 성매매 – 둘째 날의 세미나]

3월 28일, 해운대 센텀호텔 18층 에메랄드홀에서 세미나가 진행되었습니다. 사회는 민변 한평위 김종귀 변호사님이, 동시통역은 민족문제연구소의 김영환 선생님과 자유법조단 백충 변호사님이 함께 맡아주셨습니다.

오전 세션에서는 이번 교류회의 메인 주제인 ‘미군 기지촌과 성매매’를 중심으로 이한본 변호사님의 발제가 이어졌습니다. 이를 통해 기지촌 문제는 단순한 과거사 문제를 넘어, 여성의 몸이 어떻게 국가에 의해 도구화되었는지 보여주는 구조적 폭력 문제이자 심각한 인권침해 문제임을 다시금 인식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사진3. 이한본 변호사님과 하야시 변호사님 사진>

 

뒤이어 하야시 치가코 변호사님께서 ‘오키나와에서 미군 기지 주변의 성매매와 현대적 과제’를 주제로 발표하셨습니다. 오키나와 역시 기지촌 문제는 결코 과거에 머무른 이야기가 아니었고, 현재에도 필리핀, 러시아 등 다른 지역으로 형태를 바꾸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 무섭고 또 슬펐습니다. 다만 일본의 경우는 기지촌 문제가 국가의 공창제도 운영 역사와 얽혀있어서 우리나라처럼 적극적으로 사회적 의제로 부각되지 못했다는 차이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오키나와 변호사님들도 ‘미군 기지촌과 성매매’ 문제가 현시점에서 중요한 이유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셨고, 자연스럽게 깊이 있는 토론으로 이어졌습니다. 미군 주둔이라는 우리나라와 오키나와의 공통된 현실 속에서 결국 두 사회가 가진 문제가 본질적으로 같은 뿌리에서 비롯되었음을 분명히 알 수 있었고, 그 아픔을 서로 공감하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각자의 현장에서 ― 서로의 아픔을 공감하는 시간]

부산에서만 맛볼 수 있는 밀면을 점심으로 먹고, 오후 세션에서는 개별 사건에 관한 보고와 질의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먼저 류광옥 변호사님께서 ‘윤석열 이후의 한국’을 주제로, 12·3 비상계엄 이후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과 정권 교체, 특검의 수사 경과까지의 흐름을 정리해주셨습니다. 이어 김종귀 변호사님께서 내란 세력에 대한 ‘외환죄’ 적용 가능성과 그 의의를 짚어주셨습니다. 최근 극우 성향의 다카이지 총리가 총선에서 승리한 상황으로 이른바 ‘다카이치 블루(다카이치로 인한 우울감)’을 겪고 있다는 오키나와 변호사님들도 높은 관심을 보이며 적극적으로 질의에 참여하였습니다.

제가 맡은 ‘주한 미군 기지촌 「미군 위안부」 국가배상 2차 소송’에 대한 발제와 함승용 변호사님의 ‘새만금 국제공항 기본계획 취소소송 판결’에 대한 소개를 통해서는 지난 교류회에서 다루었던 사건들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법리를 바탕으로 진행되고 있는지에 관하여 논의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사진4. 가토 변호사님과 다른 변호사님 사진>

 

한편 오전 세션에서 오나가 상이 잠시 보이지 않아 궁금했는데, 그 사정을 뒤늦게 전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3월 16일 헤노코 기지 인근 해상에 높은 파도로 인해 평화 시위중이던 선박이 전복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한 고등학생이 사망하고, 구조에 나섰던 다른 선박도 전복되어 선장이 사망하였습니다. 일본 내에서는 평화시위의 방식과 그 책임을 둘러싼 비난 여론이 들끓었고, 선장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되어 그 법적 대응을 위해 오키나와 변호사님들이 급히 법적 조치를 취하고 왔던 것이었습니다.

이런 슬픈 소식 속에서 아카미네 아사코 변호사님의 ‘헤노코 신기지 건설 현황’, 그리고 다카기 변호사님이 ‘미군 경찰이 기지 밖에서 민간인을 구금한 사건’에 관한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같은 SOFA 체제 아래에서 현재 오키나와 변호사님들이 처한 정치적, 사회적 환경이 많이 어려워진 상황임을 함께 공감하고, 서로 위로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어서 오키나와 변호사님들이 특히 큰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고, 선배 변호사님들도 역시 높은 관심을 보였던 일본 총선 결과와 관련하여 가토 변호사님의 발제가 있었습니다. 오키나와 진보 진영의 총선 패배와 자민당의 집권으로 현지 자유법조단 변호사님들과 평화시위 활동가분들도 역시 깊은 상실감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 전해졌습니다. 이에 선배 변호사님들도 진심어린 위로를 전했고, 오키나와 변호사님들은 한국이 민주주의를 회복한 과정을 보고 희망을 얻고 있다는 말씀을 나누기도 하였습니다.

<사진5. 수비가든 만찬 사진>

 

세미나를 마친 뒤 ‘오리 진흙 구이’를 메뉴로 저녁 만찬을 가졌습니다. 일본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오리요리를 오키나와 변호사님들과 가족분들도 흥미롭게 맛보셨고, 선배 변호사님도 모두 맛있게 즐기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습니다. 식탁 위에서는 낮 동안 주고받은 무거운 논의들을 잠시 내려놓고, 서로의 일상과 가족 이야기, 그리고 다음 만남에 대한 기대를 나누며 한층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교류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도시 한복판의 미군기지를 걷다 ― 셋째 날 평화기행]

3월 29일, 셋째 날의 평화기행은 부산 자주통일평화연대 이원규 집행위원장님의 안내로 진행되었습니다. 호텔을 출발한 버스는 곧 미 8부두 앞에 도착했습니다. 커다란 건물인 줄 알았던 거대한 USS 미구엘 키스 함이 정박해있는 모습을 보며 지금도 기지가 운영되고 있음을 몸소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사진 6. 우암동 도시숲 공원 단체사진>

 

이어서 다같이 우암동 도시숲 공원으로 향했습니다. 우암동 도시숲 공원은 주변은 대대적인 재건축이 이뤄져 높은 아파트 숲속 언덕배기에 조성된 작은 공원이었습니다. 지금은 시민들이 자유롭게 산책하고 휴식을 취하는 평화로운 공원이지만, 이곳은 과거에 제8부두를 방어하기 위한 포대가 주둔하였던 장소였습니다. 그런 배경 때문인지 이곳은 미군 제8부두와 정박한 미군함은 물론, 부산 앞바다와 부산항대교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이른바 ‘뷰맛집’이었습니다.

<사진 7. 프로비던스호 용당포 도착 기념비 >


<사진 8. 신선대 사진>

 

점심 후 벚꽃이 만개한 신선대로 이동하여 주한 미 해군사령부(백운포)를 멀리서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예상치 못한 기념비와 안내판을 발견하였습니다. 1797년 영국 프로비던스호가 신선대 인근에 정박하여 조선에 통상을 요구했던 사실을 기념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당시 영국이 조선에 아무런 허락도 없이 부산항 인근을 측량하고 항박도를 작성한 행위가 과연 우리가 기념할만한 일인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를 계기로 2001년 영국 앤드류 왕자가 신선대를 방문해 한영 수교 200주년을 기념하고 한영교류가 확대되었다는 점을 듣고 여러 생각이 교차하기도 하였습니다.

<사진9. 부산시민공원역사관 (구 하야리아부대 장교클럽)>

 

이어 옛 하야리아 부대, 현재의 부산시민공원을 찾았습니다. 2010년에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이 공간은 아름다운 벚꽃이 만개하였고, 시민들은 피크닉을 즐기며 여유로운 주말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하야리아 부대 장교클럽 건물은 철거되지 않고 남아 역사교육관으로 활용되고 있었고, 곳곳에 남아있는 막사와 철제 구조물 등 시설물들도 조형물로 남아 이곳의 과거를 조용히 증언하고 있었습니다. 오키나와 변호사님들 역시 이러한 ‘기지의 공원화’에 큰 관심을 보이면서, 오키나와의 미군기지도 하야리아 부대와 같이 오키나와 주민들에게 반환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하셨습니다.

<사진10. 광안대교 단체 사진>

 

기행을 모두 마치고 광안대교가 보이는 장소에서 마지막 만찬을 가졌습니다. 광안대교와 노을, 이어지는 야경을 배경으로 오키나와 변호사님들과 서로 준비한 작은 기념품을 주고받으며 한 해 동안의 안부를 다시 한번 확인하였습니다. 오키나와 변호사님들은 내년 20주년 교류회를 더욱 의미 있게 준비하겠다는 뜻을 전했고, 이번 만남을 통해 느꼈던 따뜻한 환대와 교류의 의미가 당연히 오래오래 이어지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다시, 다음의 만남을 기약하며>

이번 교류회를 통해 다시금 느낀 사실은 ‘평화’가 결코 추상적인 단어가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미군 기지촌의 여성들에게도, 후텐마 비행장 아래에서 공을 차며 노는 아이들에게도, 헤노코의 바다를 지키는 활동가분들에게도, 그리고 부산시민공원을 거니는 부산 시민분들에게도, 평화는 모두 각자의 삶과 맞닿아 있는 매우 구체적인 일상의 문제였습니다. 그 일상을 지키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발제하고, 변론하고, 기록해 온 분들이 한자리에 모여 ‘우리’임을 확인하는 시간이, 바로 평화교류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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