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셀 중대재해참사 대책위][공동보도자료] “문제는 파견법이다” 아리셀 참사 1년, 불법, 편법적인 파견 문제 해결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

2025-07-07 57

 

 

 

<기자회견>

“문제는 파견법이다” 아리셀 참사 1년,

불법, 편법적인 파견문제 해결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

 

○ 날짜 ; 2025년 7월 7일(월) 오전 10시30분

○ 장소 :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

○ 주최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비정규직없는 세상만들기 네트워크, 비정규노동자의집 꿀잠,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 (사)김용균재단, 전국금속노동조합,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기자회견 취지

– 파견법이 도입된 지 27년이 되었지만 현장에는 불법적이고 편법적인 파견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아리셀참사는 제조업현장에서 만연하고 있는 왜곡된 고용구조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파견법은 이렇게 왜곡된 간접고용을 확산해온 주범입니다.

– 고용노동부는 이런 불법·편법적인 파견 확대를 알고 있었으면서도 제대로 근로감독도 하지 않았고, 아리셀참사 이후 제대로 된 대책을 제대로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근로감독관을 증원해도 고용노동부가 불법적이고 편법적인 파견에 눈감고 있는 한 현실은 바뀌지 않습니다.

–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보장을 위해 활동해왔던 비정규직 단체들은 아리셀참사 1년, 부실한 근로감독에 대해 사과조차 하지 않은 고용노동부를 규탄하며 불법·편법적인 파견을 없애기 위한 우리의 요구를 고용노동부에 전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자 합니다.

 

기자회견 순서

– 사회 : 꿀잠 김소연 운영위원장

– 발언 1. 아리셀참사를 통해서 살펴본 현장 불법파견 실태 : 금속노조 이상섭 수석부위원장

– 발언 2. 공공기관에서의 불법파견 문제 : 한전KPS 비정규직지회 김영훈 지회장

– 발언 3. 불법적인 고용구조와 불법파견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무책임 비판 : 이제그만 유흥희 집행위원장

– 발언 4. 파견법의 한계와 문제점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신하나 노동위원장

– 발언 5 우리의 요구 :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양한웅 대표

– 기자회견문 낭독 : 비없세 황철우 소집권자, 김용균재단 권미정 운영위원장

 

 

<기자회견문>

문제는 파견법이다!

아리셀참사 1, 불법·편법적인 파견문제 해결을 촉구한다!

 

파견법이 도입된 지 27년이 되었다. 파견법의 원래 명칭은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이다. 하지만 누가 파견법으로 보호받고 있는가. 직업안정법에 따라 중간착취는 금지되어 있다. 헌법재판소에서도 영리목적의 노동자 공급사업은 노동자의 위험, 노동조건 저하, 중간착취의 위험 때문에 규제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파견법은 바로 그 예외로 등장하면서 간접고용을 정당화했다. 그 때문에 도급, 파견, 용역, 자회사 등 여러 이름의 간접고용이 급격히 늘어났다. 중간착취를 당해 저임금에 시달리고, 원청과 교섭할 권한이 없어서 노조도 쉽게 무력화되며, 원청의 필요에 따라 언제라도 해고당하는 것, 그것이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현실이었다.

 

아리셀참사는 간접고용의 형태가 어디까지 왜곡될 수 있는지, 그런 고용형태로 일하는 노동자들이 얼마나 심각한 위험에 처하는지를 보여주었다. 아리셀은 에스코넥의 자회사였다. 그 아리셀에 인력을 공급한 메이셀은 파견업으로도 등록되어 있지 않은 무허가업체였고, 심지어 노동자들과 근로계약서도 쓰지 않았다. 메이셀은 한신다이에서의 이름만 바꾼 업체였던 것처럼 불법적인 인력공급업체들은 이름만 바꾸고 때로는 파견으로, 때로는 도급으로, 때로는 직업소개로 위장하여 중간착취를 했다. 그렇게 파견되어 온 노동자들은 어떤 위험한 일을 하는지도 알지 못했고, 제대로 안전교육도 받지 못했으며 위험 발생시 비상출입문의 ID도 갖고 있지 못했다. 그렇게 위험하게 일하다 리튬배터리 폭발사고로 죽음에 이르렀다. 이런 현실을 바꾸지 않으면 이런 죽음이 계속된다.

 

고용노동부는 간접고용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려고 하지 않았다.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집단해고를 당해도 부당해고로 인정하지 않고, 하청노동자들이 위험의 외주화로 죽어나가도 원청의 책임을 묻지 않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산업단지에서 불법적인 인력공급업체가 판을 치는데 형식적인 근로감독을 하면서 면죄부를 주었다는 점이다. 이제 산업단지가 밀집한 중소제조업에는 도급의 형식도 갖추지 않고 파견업체로서의 실체도 없는 업체들이 중간착취를 하며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국정기획위원회에 제출한 고용노동부 업무보고에는 상시 지속업무 등 정규직 채용 원칙을 확립하겠다고 하지만 구체 내용은 없다. ‘하도급 거래질서 공정화’나 ‘파견수수료 명시 및 상한 설정’, ‘용역변경 시 고용승계’ 등 수년간 이야기해온 것의 재탕이다.

 

광장의 힘으로 정권이 바뀌었다. 고용노동부는 오랜세월 간접고용 확대와 고용구조의 왜곡에 기여해온 것에 대해 노동자들에게 사과하고, 불법과 편법이 판치는 간접고용 고용구조 개선에 나서야 한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제정된 지 27년째, 아무도 보호하지 않고 간접고용을 정당화하는 파견법을 폐기하고 직접고용을 고용의 원칙으로 하는 직업안정법을 강화하라!

둘째, 산업단지에 불법적인 인력공급업체가 난무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안심하고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기업이 노동자를 쉽게 채용할 수 있도록 공공고용서비스를 확대하라!

셋째, 플랫폼 기업과 산업단지에서 확산되고 있는 인력공급사업 등 중간착취가 날로 늘어나고 있다. 불법적이고 편법적인 인력파견업체에 대해 전면적으로 수사하라!

넷째, 문재인정부의 공공부문의 정규직 전환은 결국 무기계약직과 자회사를 만드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공공부문에서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 정책 다시 시작하고 구체적 목표를 정해서 정규직 전환 정책을 민간기업으로 확산하라!

다섯째,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스스로 자신의 노동조건을 결정하고 고용형태를 변화시킬 수 있도록,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명시한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즉각 통과시켜라!

 

 

2025년 7월 7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네트워크, 비정규노동자의집 꿀잠, 비정규직이제그만 공동투쟁, (사)김용균재단, 전국금속노동조합,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발언문 1> 아리셀참사를 통해서 살펴본 현장 불법파견 실태

– 금속노조 이상섭 수석부위원장

 

먼저 아리셀 참사로 희생된 23명 노동자의 명복을 다시 한번 빌며 깊은 애도의 뜻 표합니다.

 

작년 6월 24일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배터리 제조공장 아리셀에서 큰 화재가 있었습니다. 23명의 노동자가 희생되고 9명이 부상당한 대형참사였습니다.

그런데 이 화재는 애초부터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있었습니다. 참사의 희생자 23명 중 대부분은 아리셀 소속이 아닌 메이셀이라는 아웃소싱업체를 통해 불법파견된 노동자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자신들이 위험한 일을 하는지도 몰랐으며, 안전교육을 받지도 못했고, 화재시 탈출비상구조차 알 수 없었습니다. 누구도 불법파견으로 채용된 노동자들에게 이런 내용을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전국 400만 제조업 노동자 중 237만 명이 제조업 중심 산업단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 제조업 현장에서, 산업단지에서 가장 쉽게 일자리를 구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불법파견업체의 넘쳐나는 구인공고에 지원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지하철역, 버스 정류장, 편의점 등 어디선가 만나 어디인지 모르는 회사에 가서 일하게 됩니다. 전국의 수많은 산업단지 제조업 노동자들이 이렇게 고용되고 있습니다. 

산업단지 제조업의 고용은 이제 불법파견업체가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파견법상 제조업 파견은 불법입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가 단속할 의지도 활동도 없는 상황에서, 불법파견 법 위반은 고려대상이 아닙니다. 그래서 수많은 파견업체는 불법파견으로 인력장사를 하면서 중간에 수수료만 챙기고 있으며, 수많은 노동자는 이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아리셀 또한 화성시 전곡산업단지에 있으며, 이런 과정으로 노동자들이 고용되었고 참사로 희생되었습니다. 

 

일 년이 지났습니다.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참사가 벌어졌지만, 현장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제조업 현장에는 불법파견이 넘쳐나며 고용시장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아리셀 참사가 일어난 화성시조차 이는 마찬가지입니다. 

이제는 변해야 합니다. 질 낮은 일자리, 고용불안, 저임금, 위험한 작업, 이주노동자 차별 등 수많은 문제를 양산하는 불법파견을 없애야 합니다. 그래야 수많은 제조업 노동자의 노동권을 지켜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제조업 현장에서의 파견은 불법입니다. 제조업 현장에 불법파견 근절없이 노동시장이중구조 해결 운운하는 것은 빛좋은 개살구고, 사회양극화 해소 입에 담는 것은 말잔치일 뿐입니다. 새정부 노동부의 불법파견 근절에 책임있게 나서야 합니다. 금속노조는 제조업 현장에서의 불법파견 문제 해결과 노동자들의 사람답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권 확보를 위해 앞장서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발언문 2> 공공기관에서의 불법파견 문제

– 한전KPS비정규직지회장 김영훈

 

고 김충현 노동자 사망사고 이후에 한전KPS의 불법파견이 부각되고 알려지고 있지만 서부발전과 한전KPS가 만든 다단계하청구조 안에서 벌어지던 불법파견은 발전소가 건설된 시점에서부터 시작된 아주 오래된 구조적 폐해였습니다.

저는 2016년에 태안화력발전소에 처음 들어와 일을 시작했지만 그 이전부터 저와 같이 일을 했던 동료들은 2003년부터 일을 해왔던 동지도 있습니다. 똑같은 발전소에서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일을 하는데 매년 회사가 바뀌었습니다. 쪼개기계약이라고 합니다.

 

서부발전과 한전KPS에서 다단계 하청구조를 만들고 쪼개기계약과 불법파견을 하는 이유는 크게 5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발전소를 정비하는데 비정규직을 쓰면 정규직 대비 인건비를 절반으로 줄이고 이를 통해 이윤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전KPS는 정규직 노동자들이 하기 싫은 3D업무를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투입시키고 그 과정에서 1차적으로 임금착복을 2차로 하청업체에게 이중착복을 당하도록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둘째, 이런 착복구조를 만든 배경에는 이윤 창출의 이유도 있지만 하청업체 사장 또는 경영진이 대부분 한전KPS의 임원진 또는 퇴직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전KPS 퇴직자들이 퇴직 후 협력업체란 이름으로 하청노동자의 임금을 갈취하며 이윤을 나누어 회사의 배를 불리고 있던 것입니다.

셋째, 파견법 제6조 2항의 고용의무를 회피하기 위함입니다. 파견법에는 2년을 초과하여 파견근로자를 사용할 경우 사용사업주가 직접고용 해야함이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한 회사에서 2년을 채울 수 없도록 1년 단위의 쪼개기계약을 만들어 탈법으로 회피해왔던 것입니다.

넷째, 태안화력발전소의 경우 올해 12월부터 발전소 폐쇄가 시작됩니다. 발전소 폐쇄 등 불가항력이거나 경영상의 이유로 인력을 감축할 경우 원청은 각종 노동관계법령으로 보호받는 노동자를 직접 해고할 필요 없이 하청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하여 노동자들을 사실 상 해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하청노동자들은 하루살이 인생이 될지도 모른다는 고용불안에 매일같이 시달리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섯째, 전국에 모든 발전소에는 한전KPS가 정비업무를 수행하고 또 하청을 두고 있습니다. 보통 발전소마다 10명 정도의 하청노동자를 불법파견하여 사용하는데 노동자로 하여금 노동조합을 만들 수 없게 하거나 규합하기 힘들게 하기 위함입니다. 원청의 마음에 들지 않거나 노동조합을 만들려 한다면 공사비와 노무비를 삭감하여 퇴사하게 만들고 계약을 해지하는 등 불이익을 주는데 노동조합을 만들더라도 그 규모가 매우 소규모 조직이 되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애초에 노동조합을 만든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런 배경 아래 관리감독의 주체인 서부발전은 이런 불공정계약과 불법하도급, 불법파견에 대해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 공헌하며 하청노동자를 더욱 더 벼랑 끝으로 내몰고 같은 공기업의 살인현장을 감싸고 묵인하였습니다. 이것이 우리나라 발전소의 현실입니다.

 

현장에 있는 우리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는 그 십 수년간 발전소 비정규직으로 불법파견인지조차도 모른채 일해왔습니다. 2022년이 되어서야 한전KPS를 상대로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을 했습니다. 증거는 차고 넘쳤습니다. 혼재근무를 했던 기록과 작업지시를 했던 문서들이 모두 불법이라고 말해주고 있습니다. 2021년 한전KPS비정규직지회가 만들어지기 이전에 우리는 고용노동부를 찾았습니다. 현장에 이란 불법이 만연한다고 신고하고 도와달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한전KPS가 공기업이라 도와줄 수 없다는 말뿐이었습니다. 그래서 노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지난 시간 동안 고용노동부는 뭘 했습니까. 공공기관에서 조차 횡행하는 이런 불법파견의 현장을 노동부는 방관하는 것입니까. 그렇다면 서부발전과 노동부가 다를 것이 무엇입니까. 더 이상 죽음의 현장을 외면하지 말고 정부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십시오. 공기업의 산하 기관이 아니라면 불법을 저지른 기업에 엄벌을 가하고 심판자로서의 역할을 보여주어야 할 때입니다.

 

우리들은 노동자들은 우리들의 피가 섞인 전기를 내보내고 싶지 않습니다. 산업이 다양해짐에 따라 다단계 하청구조 방식도 더 교묘해져 가고 있습니다. 위험의 외주화 또한 더 아래로 내려가고 이로 인해 사람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돈과 효율을 위해 사람을 죽이고 돈으로 사건사고를 덮는 현실입니다. 더 이상 죽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살아서 일하고 살아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기업이 알아서 하지 못하니 ‘더 이상 죽이지 마라, 더 이상 죽이면 처벌하겠다’라고 만든 법이 중대재해처벌법입니다. 그러나 정작 이 법을 만든 김용균 당사자는 이 법을 적용받지 못하였고 사법부는 아직까지 단 하나의 처벌도 하지 않았습니다. 얼마나 더 많은 시민이 죽어야, 얼마나 더 많은 노동자가 죽어야 처벌하겠습니까. 이 구조적 살인의 범인을 처벌할 때까지 싸우겠습니다. 이 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더 사람들 죽이려 하겠습니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기계에 끼어 죽게 하고 숨막혀 죽게 하고 재난과 사고에 쓰러져 빠져죽고 터져죽게 만들 것입니까. 이대로는 살 수 없습니다. 속이 터져 살 수가 없습니다. 제대로된 처벌이 될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노동부와 사법부는 우리의 목소리를, 죽어간 사람의 목소리를, 김용균과 김충현의 목소리를 기억하십시오. 투쟁!

 

 

 

<발언 3> 아리셀 참사 1, 파견법의 한계와 문제점

–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신하나 노동위원장

 

안녕하십니까. 민변 노동위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고,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법률지원단장을 맡고 있는 신하나입니다.

 

23명의 노동자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아리셀 참사가 발생한 지 어느덧 1년이 지났습니다. 참사 초기, 법률가들이 가장 경악했던 지점은 희생자들의 고용관계를 명확히 파악하기 어려웠다는 점이었습니다. 희생자들이 아리셀과 직접 근로계약을 맺었는지, 아니면 유령회사나 다름없는 한신다이아, 메이셀이라는 업체를 통해 파견되었는지, 그 관계조차 불분명했습니다. 고용노동부와 검찰의 수사 끝에, 아리셀에서 이뤄진 인력 공급의 실질은 명백한 ‘불법파견’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파견이 절대적으로 금지된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에, 그것도 상시적인 업무를 위해, 고용노동부의 허가조차 받지 않은 무허가 파견업체를 통해 노동자들을 공급받은, 그야말로 불법의 총체였습니다.

 

우리 헌법과 근로기준법은 사용자가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고 그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근로기준법 제9조는 어떠한 명목으로도 타인의 취업에 개입하여 이익을 취하는 ‘중간착취’를 엄격히 금지합니다. 또한 직업안정법은 노동조합과 같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영리 목적의 근로자 공급 사업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즉, 우리 법체계의 근간은 ‘직접고용’입니다.

 

그러나 1998년, 외환위기 속에서 노동유연화라는 명분 아래 이 대원칙에 거대한 구멍이 뚫렸습니다. 바로 ‘파견근로자보호법’의 제정입니다. 파견법은 전문적이고 일시적인 업무에 한해 예외적으로 간접고용을 허용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어떠했습니까? 예외는 원칙을 집어삼켰고, 파견법은 기업들에게 불법과 편법을 동원해 마음껏 노동자를 착취하고 그 책임을 회피하는 ‘만능열쇠’가 되었습니다. 아리셀은 그 비극적 증거입니다. 상시적인 생산 업무를 위해 정규직의 몇 배나 되는 파견 노동자를 사용했습니다. 말 그대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기형적인 고용구조였습니다.

 

이런 왜곡된 구조 속에서 안전은 설 자리가 없었습니다. 고용과 사용이 분리되면서 안전에 대한 책임은 공중으로 흩어졌습니다. 아리셀은 값싼 인력을 쉽게 쓰고 버리는 데만 혈안이 되어 제대로 된 안전교육 한번 실시하지 않았습니다. 위험물질을 다루면서도, 화재 시 대피요령조차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희생자들은 자신이 마주한 위험이 무엇인지, 위급한 순간 어디로 피해야 하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죽음으로 내몰렸습니다. 이것이 파견법이 만들어낸 비극의 현실입니다.

 

더욱 개탄스러운 것은 고용노동부의 방관입니다. 고용노동부의 지난 10년간 근로감독 결과를 보면, 제조업 불법파견의 유형과 위반 비율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이 현실을 몰랐을 리 없습니다. 알면서도 사실상 방치한 것입니다. 아리셀 참사는 단순히 한 악덕 기업의 문제가 아닙니다.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보다 기업의 이윤과 편의를 우선시하는 이 기만적인 파견법 자체가 문제입니다. 파견법이 존재하는 한, 제2, 제3의 아리셀은 언제든 다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제는 예외의 문을 완전히 닫아야 합니다. 모든 노동은, 사용자가 직접 책임지는 ‘직접고용’이 원칙이 되어야 합니다. 그것만이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유일한 길입니다.

 

스물 세 분의 희생은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 기만적인 법을 방치할 것인가. 그 물음에 답하기 위해, 민변 노동위원회는 모든 노동자의 존엄과 안전을 위해 파견법 폐지 투쟁에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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