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미신고 집회의 무조건적 처벌을 금지한 헌법재판소 결정을 환영한다.
헌법재판소는 2026. 2. 26. 옥외집회에 대해 사전신고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예외없이 처벌하도록 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 제22조 제2항 중 옥외집회에 관한 부분은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였다(2021헌바168, 2024헌바276, 2025헌바193(병합)).
집시법이 1963년 시행된 이래 대한민국은 그 구체적인 인원과 양상을 불문하고 옥외집회는 48시간 이전에 관할 경찰서장에게 사전 신고하지 아니하면 그 자체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었다. 1인시위도 간격을 재어 집회로 조사하고, 수많은 시민들이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쳤다고 미신고 집회 주최자로 처벌되었다. 학문ㆍ예술ㆍ체육ㆍ종교ㆍ의식ㆍ친목ㆍ오락ㆍ관혼상제는 신고의무를 적용받지 않았으나, 이는 누군가, 특히 권력을 가진 이가 불편할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지 않는 범위에서 극히 협소하게 허용된 예외에 불과하였다. 이러한 집시법은 ‘정치적 표현’을 불온한 것으로 치부하였고, 목소리를 내는 집회 참가자들 ‘데모꾼’으로 금기시하였다.
이번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는 국가형벌권 행사는 명백한 위험에 한해 최후수단으로 사용되어야 하는데, 매우 다양한 양상의 옥외집회에 관해 사전신고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한다면 이는 법질서 전체의 반가치성이 없는 행위를 처벌하게 되어 침해의 최소성 원칙을 위배한다고 명확히 판단하였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2인 이상이 옥외에서 모이면 집시법상 규제 대상이 되는데, 집시법 제15조의 예외가 아니더라도 타인의 기본권이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침해하지 않는 옥외집회가 다수 있고, 이러한 경우까지 예외없는 처벌은 비례원칙을 위반하므로 법익 충돌 없는 평화집회를 허용하는 예외조항을 두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집회의 자유가 민주적 공동체의 불가결한 근본요소인 점을 고려하면 그 불편함이나 리스크는 수인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헌법재판소가 옥외집회 사전신고의무 위반 처벌조항을 위헌으로 판단한 것은 대단히 환영할만하다. 민변과 시민사회는 오랫동안 평화집회의 미신고 및 해산 불응을 처벌하는 것에 반대하여 왔다. 과거 UN 인권 특별보고관들은 자발적 집회가 허용되지 않는 사전신고제도가 사실상의 허가제로 운영됨을 거듭 지적하여 왔다. 비록 2027. 8. 31.을 시한으로 둔 헌법불합치 결정이기는 하나, 대법원의 유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일률적인 처벌의 위헌성을 분명히 지적한 의의가 있고, 종전 합헌 결정 선고일인 2021. 6. 24. 다음날부터 미신고 평화 집회 주최로 처벌 받은 수많은 시민들이 처벌 전력을 재심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이번 결정의 한계도 분명히 있다. 헌법재판소는 옥외집회 시 필요하면 즉시 신고할 수 있다고 해석되는 등의 이유를 들어 사전신고의무를 부여한 것이 과도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그런데 집시법에서는 48시간 전에만 신고하면 된다고 규정할 뿐, 48시간 이내에는 어디에 어떻게 신고해야 하는지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도저히 알 수 없다. 이 점은 2014년 동일 취지의 헌법재판소 결정 이래 12년 간 전혀 변함이 없다. 앞으로 신고의무 위반의 예외가 도입되더라도 ‘옥외집회’ 여부 자체가 문제되는 경우에 형사적ㆍ행정적 제재가 전혀 가해지지 않는다고 예상하기 어렵다.
이번 결정은 국회에 시민들이 집회의 자유를 보장 받을 예외조항을 마련하라는 명확한 과제를 부여하였다. 그러나 국회는 최근 대통령 집무실을 집회 금지 장소로 추가하면서 개최 허용의 예외를 대폭 축소하여 집시법을 개정하였고, 이는 2026. 2. 27. 공포ㆍ시행되었다. 국회가 전례와 같이 경찰에 판단 재량만 확대 부여하는 불명확한 예외조항을 도입하는 것은 60년 만의 헌재 결정을 퇴색시킬 뿐이다. 국회는 선착순 등 문제만 양산하는 옥외집회 사전신고의무 폐지까지 모든 방안을 함께 검토하여야 한다. 또한 경찰과 검찰은 선별적으로 기자회견과 1인시위를 미신고 집회로 입건하여 기계적으로 기소하던 관행을 당장 중단하여야 한다. 우리 변호단은 그동안 억울하게 처벌된 피해자들이 구제 받을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여 지원할 것이다.
2026년 2월 27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집회시위 인권침해감시 변호단
20260227_민변집시단_성명_미신고 집회의 무조건적 처벌을 금지한 헌법재판소 결정을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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