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수원고등법원은 항소심에서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주범 박순관과 박중언에게 더욱 무거운 형을 선고하라!
오는 2026년 3월 27일,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책임자들에 대한 항소심 결심공판이 예정되어 있다. 제1심인 수원지방법원은 피고인 박순관과 박중언에게 각각 징역 15년을 선고한바 있다. 항소심 법원은 이들에게 더욱 무거운 형을 선고함으로써 법과 정의의 엄중함을 보여야 한다.
아리셀 참사는 우연에 의한 사고가 아닌, 예견된 사건이었다. 피고인들은 시료를 바꾸고 데이터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대한민국 국방부를 속여서 전지를 납품하였고, 납품 차질로 인한 손실을 줄이기 위해 무리한 생산목표를 강행했다. 이를 위하여 비숙련 불법파견 노동자들을 대거 채용해서 공정에 투입하였는데 이는 불량전지 제조의 위험성을 더욱 키웠다. 또한, 화재발생 장소가 주출입구로 향하는 통로를 막고 있었고,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비상구의 존재 자체를 몰랐던 까닭에 많은 노동자들이 대피하지 못하였다. 화재 대피교육 역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피고인들은 그저 생산량 증대에만 급급하였고, 심지어 참사 이틀 전에 전지 폭발사고가 있었음에도 아무런 경각심도 갖지 않았다. 이처럼 본건 참사는 불운이 겹쳐서 발생한 어쩔 수 없었던 일이 아니라, 피고인들이 단 하나의 조치라도 제대로 했더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범죄의 결과물이다. 사망자의 대다수가 원활한 의사소통이 어려운 중국 동포 등 이주민이었다는 사실은, 아리셀이 이주노동자들의 취약한 지위를 악용했음을 보여준다.
우리 모임은 참사 초기부터 시민사회와 함께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유가족과 함께 싸워왔다. 유가족들은 참사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책임자 처벌을 호소하기 위해 하지 않은 것이 없고, 가지 않은 곳이 없다. 거리에서, 대통령실과 국회에서, 법원, 검찰청, 국방부, 화성시청, 경찰서, 노동청, 아리셀 본사인 에스코넥 공장 앞에서 목소리를 높여왔다. 우리 모임 역시 대책위 내 법률지원단을 구성하여 고소인 조사와 수사결과 브리핑, 구속영장심사, 공판준비기일, 23차에 이르는 제1심 공판, 8차에 이르는 항소심 공판에 빠짐없이 참여하며 유가족들을 조력했다.
유가족들이 긴 시간 동안 요구한 것은 단 하나였다. 피고인 박순관과 박중언의 범죄에 대해 합당하고 엄중한 법적 책임을 지우라는 것이다. 피고인들은 항소심에서도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 위반을 인정하면서도 인과관계를 부인하고, 박순관의 경영책임자 지위를 부인하고 있다. 더군다나 피고인들은 마치 일부 유가족들이 금전배상을 더 받기 위하여 합의를 하지 않고 있다든지, 사망자들의 실수로 인해서 참사가 발생했다든지 하는 등의 주장을 하며, 반성의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변론은 사실을 호도하는 것에 불과하며, 아리셀 경영진의 안전에 대한 무관심·무책임으로 23명의 소중한 생명이 희생되었다는 판단을 뒤집을 수는 없다.
이 사건 항소심에 대한 판단은 개별 사건의 양형을 넘어, 우리 사회가 노동자의 생명에 어느 정도의 가치를 두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피고인들의 책임이 명백히 드러난 참사임에도 항소심에서 형량이 감경된다면,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들에게 ‘사람이 죽어도 책임이 크지 않다’라는 잘못된 신호를 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이는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할 사법부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허무는 것이고, 또다른 중대재해를 예비하는 면죄부 발급이 될 것이다. 제1심이 피고인 박순관과 박중언에게 각각 징역 15년을 선고한 것은 참사의 규모, 범행의 경위, 의무 위반의 심각성, 참사 이후의 태도에 비추어 결코 무겁지 않다. 항소심 재판부는 본건 범죄의 반인권적·반사회적 성격과 노동자의 생명을 도외시한 기업범죄의 실체를 더욱 엄중하게 직시하고, 어떠한 감형도 허용해서는 안 된다. 제1심에서 선고된 중형을 유지해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노동자 23명의 희생에 책임을 묻는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하여야 한다.
2026년 3월 25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윤복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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