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과거사위][논평] 긴급조치 피해자 민사재심 특별법 통과를 환영한다

2026-08-24 240

[논평] 

긴급조치 피해자 민사재심 특별법 통과를 환영한다

 

2026년 8월 20일, 국회는 본회의에서 「긴급조치 피해자 민사재심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유신정권의 긴급조치로 불법구금과 고문 등 중대한 인권침해를 당하고도, 2022년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례 변경 이전에 국가배상청구가 각하 또는 기각되어 구제의 문이 닫혀 있던 피해자들에게 다시 재판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우리 모임은 이번 특별법의 국회 통과를 진심으로 환영한다. 이는 지난 8월 7일 대통령이 국가폭력 피해자들 앞에서 선언한 “국가의 책임에는 유효기간이 없다”는 원칙을 입법의 형태로 구체화한 첫걸음이라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긴급조치는 대통령 한 사람의 명령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사실상 정지시킨, 우리 헌정사에서 가장 노골적인 국가폭력의 수단이었다. 수많은 학생과 노동자, 종교인과 언론인이 법의 외관을 두른 국가폭력으로 삶의 일부를 빼앗겼다. 국가가 스스로 저지른 잘못을 인정하고 그 피해를 회복시키는 일은 시혜도, 정치적 선택도 아닌, 헌법이 국가에 요구하는 당연하고 기본적인 책무다.

 

그러나 피해자들이 여기까지 오는 데에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미 2010년대 초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긴급조치의 위헌·무효를 확인하였음에도, 2015년 대법원은 긴급조치 발령을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라고 보아 국가배상책임을 부정하였고, 피해자들은 그 판결로 다시 한 번 패소자가 되어야 했다. 해당 판결은 이후 사법농단 사태에서 재판거래 의혹의 대상으로까지 지목되었다. 2022년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종전 판례를 변경하여 뒤늦게나마 잘못을 바로잡았지만, 판례 변경 이전에 패소판결이 확정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동일한 국가폭력의 피해자들 사이에서 배상 여부가 달라지는 부조리는 다시 4년 가까이 방치되었다. 그 사이 피해자들은 더욱 고령이 되었고, 끝내 명예회복과 배상을 받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분들도 있다. 사법부의 과오를 입법으로 바로잡는 데까지 이토록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는 사실은 국가의 수치이며, 국회와 정부, 사법부 어느 누구도 그 지체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이번 특별법의 통과는 피해 회복의 완성이 아니라 이제야 비로소 시작된 구제의 출발점이어야 한다. 재심의 문을 열어놓고도 그 문 앞에서 국가가 다시 소멸시효와 절차적 항변을 내세우며 시간을 끈다면, 피해자들에게 또 하나의 장벽을 세우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에 우리 모임은 정부와 사법부가 특별법의 취지에 맞는 후속 조치에 즉시 나설 것을 촉구한다. 정부는 법률을 지체 없이 공포하고 시행 준비를 신속히 마쳐야 한다. 법무부는 국가가 재심 법정에서 소멸시효 완성이나 형식적·절차적 항변을 반복하지 않도록 적절한 소송지휘에 나서야 하며,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는 사건에서는 불필요한 상소를 자제하여야 한다. 법원 역시 피해자 대부분이 고령이라는 현실을 고려하여 피해자들이 생전에 국가의 책임을 확인받을 수 있도록 재심 사건을 신속하게 심리하여야 한다.

 

아울러 이번 특별법은 긴급조치 피해자에 대한 구제에 그쳐서는 안 된다. 판례 변경이나 소멸시효라는 법적 장벽으로 인하여 실질적인 배상에 이르지 못한 사람들은 긴급조치 피해자들만이 아니다. 국회와 정부는 이번 입법을 출발점으로 삼아, 국가폭력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에서 소멸시효의 적용을 배제하는 방안과 과거 확정판결로 구제받지 못한 피해자들을 회복시키기 위한 입법을 국가폭력 사건 전반으로 확대하여야 한다. 그래야만 “국가의 책임에는 유효기간이 없다”는 선언이 특정 사건에 한정된 약속이 아니라 국가폭력 피해 회복을 관통하는 보편적인 원칙으로 완성될 수 있다.

 

진실이 규명되었음에도 구제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과거사 청산은 완성될 수 없다. 우리 모임은 이번 특별법이 피해자들의 온전한 배상과 명예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재심 절차에서 국가가 어떠한 태도로 임하는지 끝까지 지켜볼 것이며, 피해자들이 마침내 자신의 권리를 회복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소송과 입법, 감시 활동으로 함께할 것이다.

2026년 8월 24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과거사청산위원회

 

260824_긴급조치 피해자 민사재심 특별법 통과를 환영한다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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