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인권위][공동 보도자료] 튀르키예 정부의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대한 조직적 탄압 중단 촉구 기자회견 “존재는 금지될 수 없다!”

2026-09-22 56

 

“존재는 금지될 수 없다!”

튀르키예 정부의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대한 

조직적 탄압 중단 촉구 기자회견

Existence Cannot Be Banned! — Korean Civil Society Action in Solidarity with LGBTQ+ People in Türkiye



○ 주최 : 인권시민사회단체(모집 중)


○ 주관 : 한국성소수자인권단체연합 무지개행동


○ 일시 : 2026. 9. 22.(화) 13시


○ 장소 : 주한 튀르키예 대사관 앞(서울 중구 장충동 동호로20나길 40 63-2)


○ 진행 

사회: 박한희(무지개행동 공동대표)

  • 발언 1 : 이호림(무지개행동 공동대표)
  • 발언 2: 홍명교(플랫폼씨 활동가)
  • 발언 3 : 송지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 부위원장)
  • 공동성명서 낭독

 

1. 인권과 연대의 인사를 드립니다.

 

2.  지난 9월 12일 튀르키예 정부는 “우리 가족은 안전하다(My Family is Safe)”라는 이름의 작전을 통해 성소수자 당사자와 인권활동가, 성소수자 인권단체를 대상으로 대규모 구금과 사무실 압수수색, 온라인 접근 제한 등의 광범위한 형사적 조치를 감행했습니다. 이에 대해 튀르키예의 성소수자 커뮤니티는  국제사회에 지속적인 관심과 연대, 그리고 구금된 활동가들의 석방과 탄압 중단을 위한 행동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국제 인권단체들 역시 이번 조치가 성소수자와 성소수자 인권단체를 표적으로 삼은 대규모 탄압이라고 비판하며 즉각적인 중단과 구속자 석방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3. 이에 한국성소수자인권단체연합 무지개행동과 OO개 인권시민사회단체는 오늘(22일) 13시 주한 튀르키예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튀르키예 정부가 자행한 성소수자 커뮤니티와 인권 활동가들에 대한 조직적 탄압을 규탄하고 즉각적인 중단을 요구합니다.

 

4. 많은 취재와 보도 부탁드립니다. (끝).

 

[공동성명]

튀르키예 정부는 성소수자/시민사회에 대한 국가적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

 

9월 12일 이후 튀르키예에서 성소수자 단체와 활동가, 커뮤니티를 겨냥한 대규모 조직적인 탄압이 이어지고 있다. 활동가와 시민들에 대한 대규모 연행과 구속, 단체 사무실과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이 벌어졌고, 성소수자 단체와 언론·인권단체 등의 웹사이트와 소셜미디어 계정에 대한 접근 제한도 잇따랐다. 성소수자 인권단체의 일상적인 조직 운영과 출판·행사, 국제적 협력과 재정지원까지 수사의 대상으로 삼고 단체 해산까지 거론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9월 12일 자정을 기해 튀르키예 전국 5개 주에서 진행된 경찰 작전으로 최소 116명이 구금되었으며, 이 가운데 44명이 성소수자 인권활동가였으며, 이들 중 82명은 여전히 구속 상태에 놓여있고, 그 중 25명 이상이 성소수자 인권활동가이거나 성소수자 인권단체 관계자들이다.

 

튀르키예 당국은 이번 조치를 ‘나의 가족은 안전하다(My Family is Safe)’ 작전이라고 이름붙이고, 이번 조치가 ‘가족’과 ‘공중도덕’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강변한다. 그러나 ‘가족’과 ‘공중도덕’을 내세워 성소수자의 존재와 인권활동을 범죄와 연결하고, 정당한 시민사회 활동을 수사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이러한 명분 아래 국가가 성소수자를 사회에 대한 위협으로 낙인 찍고, 성소수자 공동체와 단체를 와해하고, 시민사회 전체의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이러한 시도는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국가폭력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다. 

 

튀르키예는 동성애 자체를 형법상 범죄로 규정하지 않은 국가임에도 이처럼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탄압이 가능해졌다는 사실에 우리는 주목한다. 민주주의와 시민사회의 자유가 위기에 놓인 정치적 상황에서 이미 보장되어 있다고 여겼던 성소수자의 권리마저 얼마나 빠르게 후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처럼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편견을 정치적으로 동원하고, 사회적 불안과 적대의 대상으로 삼아 권력을 강화하려는 정치는 세계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과 집권 정의개발당(AKP) 역시 권위주의적 통치와 장기집권, 경제난을 둘러싼 사회적 불만 속에서 성소수자 시민을 희생양 삼고 이들의 존엄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시민사회의 비판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모든 시민이 두려움 없이 안전하게 살아가는 세상, 국가의 침해 없이 자유롭게 소통하고 만나며 함께 행동할 수 있는 세상, 자신의 존재를 숨길 것을 강요받지 않고 누구나 있는 그대로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우리는 원한다.

 

2015년 이스탄불 성소수자 자긍심 행진이 물대포와 최루가스를 동원한 경찰의 폭력 진압으로 강제 해산되었을 당시, 한국 시민사회는 한국 정부가 국제 사회와 시민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튀르키예에 지속적으로 최루탄을 수출해 왔음을 기억하며, 튀르키예 성소수자 운동과 연대할 것을 선언한 바 있다. 우리는 오늘 그 약속을 다시 확인한다. 우리는 튀르키예의 성소수자 활동가와 시민들이 고립되지 않도록 함께 목소리를 낼 것이며, 성소수자의 존재와 인권운동을 범죄화하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연대하여 맞설 것이다.

우리는 지금 튀르키예에서 벌어지고 있는 성소수자와 성소수자 인권운동에 대한 탄압을 규탄하며, 튀르키예 정부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정당한 인권활동을 이유로 체포·구금된 활동가와 시민들을 즉각 석방하라!
  • 성소수자 시민과 커뮤니티에 대한 위협과 낙인찍기, 범죄화를 즉각 중단하라!
  • 성소수자 인권단체의 결사·표현·집회의 자유와 자유로운 시민사회 활동을 보장하라!

 

 2026년 9월 22일

한국성소수자인권단체연합 무지개행동

(사)신나는센터, 30대 이상 레즈비언 친목모임 그루터기, 경남퀴어문화축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녹색당 소수자인권특별위원회, 다움: 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 대구퀴어문화축제, 대전 성소수자 인권모임 솔롱고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레주파, 무지개예수, 무지개인권연대, 미래당 성평등위원회, 부산 퀴어문화축제 기획단, 서울인권영화제,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성공회 용산 – 혜화 나눔의 집, 성별이분법에 저항하는 사람들의 모임 여행자, 성소수자부모모임, 퀴어페미니스트미디어그룹 연분홍치마,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 언니네트워크, 영남지역성소수자인권모임, 이화 성소수자인권운동모임 변태소녀하늘을날다, 전라북도 성소수자모임 열린문,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진보당 인권위원회, 청년성소수자문화연대 큐사인,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 청소년 트랜스젠더 인권모임 튤립연대, 퀴어노동법률지원네트워크(퀴어동네), 퀴어문화협동조합 홍예당, 트랜스젠더인권단체 조각보, 트랜스해방전선,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한국교회를 향한 퀴어한 질문 큐앤에이, 한국농인LGBT+, 한국레즈비언상담소,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HIV/AIDS인권행동 알,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HIV/AIDS 인권연대 나누리+, Voice of the People, 성소수자교사모임(QTQ), 노동·정치·사람, 빛나는우리청소년성소수자모임, 성소수자와 함께하는 상담사 모임, 다다름 (50개 단체)

 

42개 인권시민사회단체

가족구성권연구소, 가톨릭 앨라이 아르쿠스, 감리교신학대학교 무지개감신, 개인, 경희대학교 성소수자 동아리 아쿠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국제민주연대, 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녹색당, 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 다움,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민변 소수자인권위원회, 상담공간 서로오롯, 서울인권영화제, 성공회 용산-혜화나눔의집, 성소수자교사모임(QTQ), 성소수자부모모임,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SHARE, 심리상담 하는 성소수자 네트워크 이음, 아쿠아, 알맹상점, 언니네트워크, 연분홍치마, 이화여대 성소수자인권운동모임 변태소녀하늘을날다, 인권운동공간 활, 인권운동사랑방, 전쟁없는세상, 제주퀴어프라이드 조직위원회, 청년성소수자문화연대 큐사인, 퀴어팔레스타인연대QK48, 트랜스해방전선, 플랫폼씨, 플랫폼C,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한국농인LGBT+, 한국레즈비언상담소,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궈센터,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향린교회 성평등부, HIV/AIDS인권행동 알

 

 

발언 1. 이호림(무지개행동 공동대표)

안녕하세요. 한국성소수자인권단체연합 무지개행동 공동대표 이호림입니다. 

지난 2015년 7월 2일, 프라이드 먼스를 직후 무지개행동을 포함한 한국 시민사회단체들은 바로 오늘처럼 튀르키예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6월 28일 스톤월 항쟁 기념일을 맞아 이스탄불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성소수자 자긍심 행진이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정당한 사유 없이 금지당하고, 물대포와 최루탄, 고무총탄을 사용한 폭력적인 경찰진압을 마주했고, 많은 사람들이 부상을 당한 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한국 시민사회 단체들은 한국 정부가 국제 사회의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튀르키예에 지속적으로 최루탄을 수출해 왔다는 사실을 무거운 책임감으로 기억하며, 튀르키예의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연대했습니다. 경찰폭력에 굴하지 않고 도심 곳곳에서 행진을 벌인 

튀르키예의 성소수자 커뮤니티와 연대자들의 용기에 존경을 표하며, 그 누구도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탄압받고 폭력 당하지 않는 세상을 함께 만들자고 다짐 했습니다. 

그 후로 11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참담한 마음으로 튀르키예 대사관 앞에 다시 섰습니다. 11년 전 이스탄불 프라이드에 대한 경찰 폭력이 성소수자 커뮤니티를 희생양 삼는 권위주의 정치의 시작, 성소수자만이 아니라 시민권을 억압하는 민주주의의 후퇴의 신호탄이었음을 이번 성소수자 커뮤니티를 겨냥한 대규모 경찰 작전과 구금 사태로 확인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성소수자의 존재도, 평등한 권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죄가 될 수 없습니다. 우리는 튀르키예 정부가 성소수자와 성소수자 인권단체를 범죄화하고 탄압하는 것을 강력히 규탄합니다. 구금된 모든 활동가와 시민들을 즉각 석방하고 성소수자와 인권단체를 겨냥한 모든 수사와 탄압을 중단할 것을 촉구합니다. 성소수자의 존재는 금지할 수 없으며, 인권을 위한 목소리는 범죄가 될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이 자리에서 여러분과 함께 연대의 마음으로 튀르키예 성소수자 운동의 역사를 기억하고 싶습니다. 튀르키예의 성소수자 운동은 1987년 트랜스젠더와 성노동자에 대한 경찰단속과 폭력에 저항하는 성소수자 공동체의 단식 투쟁을 계기로 성장해 왔습니다. 90년대를 거치며 커뮤니티를 조직하고, 시민사회와 연결되며 2003년에는 첫 이스탄불 프라이드가 열렸습니다. 2015년 경찰 폭력 전까지 12년 동안 매년 프라이드는 평화적으로 개최되며, 성소수자 운동도 성장해왔습니다. 

저는 2010년대 초 성소수자 운동에 처음 발 딛으며, 동료 활동가들을 통해 튀르키예의 성소수자 운동에 대해 알게되었습니다. 직면한 어려움도 거쳐온 역사도 참 닮은 점이 많은 튀르키예 운동의 현실에 공감하고, 연대의 마음을 보내며, 가까운 참조점으로 삼자던 논의를 기억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 마주한 튀르키예의 현실이 더욱 안타깝기도 하지만, 튀르키예 성소수자 커뮤니티의 투쟁과 저항의 역사를 알기에 이들이 끝내 이 현실을 바꾸어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튀르키예 성소수자 공동체에 깊은 존경과 연대의 마음을 보내며, 무지개행동은 그 누구도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탄압과 처벌, 폭력의 대상이 되지 않는 세상, 전세계 모든 곳에서 성소수자가 평등한 권리를 누리는 세상을 만드는 길에 함께 하겠습니다. 

발언2. 홍명교(플랫폼씨 활동가)

 

역사 속에서 지배권력이 성소수자를 희생양 삼을 때, 그 칼끝은 언제나 민주주의와 사회 전체의 자유를 향했습니다.

1929년 대공황 이후 극심한 사회적 위기와 혼란이 닥쳤을 때, 나치 세력은 성소수자를 “독일 민족의 재생산과 순결을 파괴하는 퇴폐 분자이자 유대인-볼셰비키의 음모”로 규정하면서 희생양으로 삼았습니다. 히틀러 집권 이후 나치가 가장 먼저 습격해 도서를 불태우고 폐쇄한 곳이 바로 젠더 관련 학술연구소였고, 또 형법을 개정해 성소수자들을 수용소에 가두고 집단 학살했습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학살과 탄압은 결코 고립된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나치 체제가 결사의 자유, 학문의 자유, 공론장 전체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 체제를 구축하는 결정적 발판이었습니다.

1950년대 초 미국을 휩쓴 매카시즘 정국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극우 반공주의 세력은 사회주의자뿐 아니라 성소수자들을 표적으로 삼았습니다. 이 광풍은, 성소수자들이 “도덕적으로 타락하여 소련 스파이의 협박에 취약하고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왜곡된 공포를 사회 전반에 확산시켰습니다. 또, 1953년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연방 정부 공직에서 성소수자를 배제하고 해고했습니다. 이는 수천 명의 무고한 공무원과 군인을 사찰하고 축출하는 광범위한 국가 감시 체계로 이어지며 시민의 기본권을 짓밟았습니다.

오늘날 러시아 푸틴 정권 역시 보십시오. 2013년 ‘성소수자 선전 금지법’을 시작으로 탄압의 수위를 높이더니, 2023년에는 ‘국제 성소수자 운동’ 자체를 극단주의 조직으로 규정해 전면 불법화했습니다. 성소수자를 악마화하며 대중의 시선을 돌린 푸틴은 독립 언론과 비판적 시민사회를 모조리 압살했고, 결국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과 극단적인 군사 독재 체제로 치달았습니다.

이처럼 자본주의 체제의 역사에서 경제 위기와 불평등, 장기집권에 대한 민중의 불만이 치솟을 때, 지배권력은 자신의 실정을 은폐하기 위해 언제나 가장 취약한 소수자에게 ‘도덕적 공황’을 덧씌우고 가상의 적으로 만들어 왔습니다. 소수자에 대한 공격은 권위주의로 회귀하기 위한 예인선이자, 민주주의를 집어삼키는 독재의 신호탄이었습니다. 

튀르키예에서의 성소수자 탄압은 결코 먼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국 사회 역시 과거 군사독재 시절부터 국가주의와 반공주의를 동원해 ‘국민’과 ‘비국민’을 가르고 비판적 목소리를 배제해 온 역사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배제와 억압의 통치 방식은 극우 세력에 의해 성소수자와 트랜스젠더, 페미니스트, 이주노동자, 장애인을 향한 혐오 정치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가 보여주었듯, 지배권력은 위기에 몰리면 언제든 과거의 폭력적인 권위주의로 회귀해 민주주의 전체를 공격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소수자의 권리가 부당하게 침탈당하는 것을 묵인하는 사회는 필연적으로 노동권과 언론의 자유, 광장의 민주주의마저 빼앗기는 파국을 맞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한국의 시민사회가 튀르키예 성소수자들의 투쟁을 ‘우리 모두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싸움’으로 받아안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2015년 이스탄불 프라이드가 최루탄에 포위되었을 때 약속했던 연대의 결의를 담아, 오늘 주한 튀르키예 대사관 앞에서 다시 한번 강력히 요구합니다. 

존재는 결코 금지될 수 없습니다. 권력의 폭력이 아무리 거세도 인간 존엄과 자유를 향한 민중의 전진을 가로막을 수는 없습니다. 플랫폼C도 튀르키예의 동료들이 두려움 없이 안전하게 광장을 활보할 수 있을 때까지, 국경을 넘는 연대로 끝까지 함께 싸우겠습니다. 

튀르키예 정부는 부당하게 체포·구속된 성소수자 활동가와 시민들을 조건 없이 즉각 석방하라!

발언 3. 송지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 부위원장)

 

안녕하십니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 송지은 변호사입니다.

지난 9월 12일 밤부터 13일 새벽 사이, 튀르키예 경찰은 이스탄불, 앙카라, 이즈미르, 아이든, 메르신 다섯 개 주에서 성소수자 인권단체와 HIV 인권단체 사무실, 퀴어 클럽, 활동가들의 자택을 동시에 급습했습니다. 단체들의 웹사이트와 SNS를 차단하라는 법원 명령이 내려진 지 불과 몇 시간 뒤였습니다. 닷새 만에 최소 116명이 구금되고 82명이 구속되었습니다. 작전의 이름은 ‘나의 가족은 안전하다’였습니다.

이는 일회성 단속이 아니었습니다. 9월 14일 튀르키예 법무부는 전국 175개 수석검찰청에 통첩을 보내 ‘공중도덕’에 반하고 가족과 아동·청소년에게 해로운 활동을 수사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아동과 청소년에게 이른바 ‘무성별화(genderlessness)’를 조장하는 활동을 명시적으로 언급하면서 ‘공중도덕’ 프레임을 확대 적용하려는 입장을 드러냈습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성소수자 인권에 관한 정당한 권리기반 활동, 옹호, 교육 및 지원 체계가, 강화된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추가적인 수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아동과 청소년 보호’를 앞세운 혐오는 늘 아렇게 작동해 왔습니다. 실제로 아동청소년에게 해가 되는 것이 무엇인지 증명하는 대신, 성소수자의 존재 자체를 위협처럼 느끼게 만들고, 그 막연한 불안감에 기대어 차별을 정당한 조치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입니다. 누구도 아동 보호에 반대하지 않기에, 이러한 혐오논리는 매번 효과적으로 작동합니다.

튀르키예 정부에게 묻습니다. 정말로 아동의 보호를 위한 것입니까? 대체 누구의 가족이 안전하다는 말입니까.

아플 때 곁을 지키고, 쫓겨났을 때 집을 내어주고, 차별 앞에서 함께 목소리를 내는 공동체가 바로 가족입니다. 성소수자 공동체와 인권단체는 그런 돌봄과 연대를 오랫동안 만들어 온 사람들입니다.

가족에게 외면당한 청소년에게 머물 곳을 찾아주고, 혐오 범죄 표적이 된 트랜스젠더 당사자와 함께하고, HIV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정보와 지원을 제공해 온 곳이 바로 이 공동체입니다.

튀르키예 정부는 ‘가족의 안전’을 내세워 바로 그 공동체를 탄압했습니다. 서로를 돌보는 관계를 범죄의 대상으로 만들고, 연대하는 사람들을 구금하고, 지원의 거점이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습니다. 특히 압수된 디지털 장비에는 활동가와 지원을 받아 온 사람들, HIV 감염인, 폭력 피해 생존자, 변호사와 언론인의 민감한 정보가 담겨 있닫고 합니다. 이 정보가 또 다른 사람들을 찾아내고 겨냥하는 데 쓰인다면, 피해는 지금 구금된 사람들에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결코 안전을 지키는 일이 아니라 안전망을 걷어내는 일입니다. 성소수자 당사자들에게는 믿고 찾아갈 곳이 사라지고, 사회 전체는 서로를 돌보는 공동체 이루기를 두려워하게 됩니다. 누군가를 배제하여 성립하는 안전, 다양한 돌봄의 형태를 인정하지 않는 가족 담론은 오히려 사회를 흔들리게 합니다.

튀르키예에는 동성애를 처벌하는 형법 규정이 없습니다. 당연합니다. 존재 자체를 범죄로 삼는 법은 시대착오적이고 반인권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정부는 ‘음란’과 협회법을 끌어와 인권 활동을 범죄로 만들었습니다. 이는 명백한 국제인권규범 위반 행위입니다. 튀르키예가 가입비준한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은 제9조에서 자의적 체포와 구금을 금지하고, 제17조에서 사생활의 자유를, 제19조와 제21조, 제22조에서 표현·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며, 제2조와 제26조에서 차별 없는 평등한 보호를 규정합니다. 유럽인권협약 역시 제5조의 신체의 자유, 제8조의 사생활 및 가족생활을 존중받을 권리, 제10조와 제11조의 표현·집회·결사의 자유, 제14조의 차별금지를 보장합니다. 특히 권리 제한을 다른 목적에 쓰지 못하게 한 유럽인권협약 제18조에 비추어 보아도, ‘아동 보호’를 내걸고 인권활동가와 기자를 가둔 이번 작전은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2010년대 초반만 해도 이스탄불 프라이드에는 10만 명에 가까운 시민이 모였다고 합니다. 성소수자를 처벌하지 않지만 차별금지법 같은 명시적 보호 장치도 없었다는 점에서 한국과 출발선이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에르도안 정부의 장기 집권 아래 2015년에 프라이드가 금지되었고, 이제는 인권단체 운영진이 구속되는 데까지 왔습니다. 혐오를 방치한 사회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튀르키예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튀르키예 정부에 대한 비판지점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가족, 아동청소년 보호라는 구실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가로막고, 학생인권조례 폐지의 주요 근거가 되어 온 겻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같은 언어를 이 땅에서 듣고 있는 우리는, 그렇기에 더더욱 튀르키예 정부의 반인권적 행보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고 목소리를 높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튀르키예 정부에 요구합니다.

하나, 부당하게 구금·구속된 활동가와 시민들을 즉각 석방하고,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십시오.

둘, 성소수자·HIV 인권단체에 대한 표적 수사와 압수수색, 온라인 차단을 중단하고, 항의하는 시민들의 집회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십시오.

셋, ‘가족’과 ‘아동 보호’를 내세운 법무부 통첩을 철회하고, 국제인권규범상의 의무를 이행하십시오.

 

우리는 튀르키예의 성소수자 시민들, 그리고 서로를 돌보며 싸우는 활동가들과 연대합니다. 구금된 이들이 모두 풀려날 때까지, 재판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단체들이 다시 문을 열 수 있는지 끝까지 지켜보겠습니다. 그리고 이 땅에서도 같은 혐오와 차별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첨부파일

[후속보도자료] 튀르키예 정부의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대한 조직적 탄압 중단 촉구 기자회견 “존재는 금지될 수 없다!”.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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