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센터][논평] 법무부는 「형사사건의 공보에 관한 규정」을 즉각 폐기하고 다시 마련하라

2022-07-25 85

 

[논  평] 

법무부는  「형사사건의 공보에 관한 규정」을 즉각 폐기하고 다시 마련하라

 

  법무부는 2019. 12. 1.부터 시행되어 왔던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뒤집고 오는 2022. 7. 25.부터 검찰 수사중인 사건을 직접 빠르게 국민에게 알릴 수 있도록 「형사사건의 공보에 관한 규정」을 마련하여 시행한다고 밝혔다. 명칭 변화에서 알 수 있듯이 원칙적으로 형사사건 공개를 금지하여 인권보호를 하던 것에서 그 예외를 넓히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바뀐 내용을 보면 서면자료 외 공보방식 다양화, 수사실무자의 직접공보 허용,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 폐지가 주된 것이다. 

 

  우리 모임은 이러한 훈령 개정에 대하여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공개금지 원칙에 대한 예외 사유가 폭넓어 뒷문을 열어놓고 있다.

 

  법무부가 보도자료를 배포한 「형사사건의 공보에 관한 규정」 제9조를 보면 형사사건을 공소제기 전에 예외적으로 공개할 수 있는 사유를 열거하고 있다. 그 사유로는 오보 정정, 범죄피해 확산 방지, 범인검거를 위한 정보 제공, 특정강력범죄나 성폭력범죄 등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피의자의 얼굴 등 신상정보를 공개할 수 있는 경우 등이 있다. 

 

  그런데 이른바 ‘중요사건’으로서 언론의 요청이 있는 등 국민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는 경우(제9조 제1항 제6호)를 두고 있는 것이 독소조항이다. 왜냐하면 ‘중요사건’의 개념이 검찰의 자체 기준에 따라 정해지고, 공개할 수 있는 범위도 상세하며(제9조), 예외적 언론 접촉 규정까지 두어 전문공보관이 아닌 수사실무자(사건 담당 검사 또는 검찰수사관)로 하여금 기자 등 언론기관 종사자에게 설명하게 하기 때문이다(제15조 제5항, 19조). 

 

  이처럼 원칙보다 예외가 폭넓고, 검찰이 공보의 요건과 방식을 자의적으로 정하면, 얼마든지 본말이 전도될 수 있다. 검찰은 사회의 이목을 끌만한 사건이라면서 선택적으로 ‘중요사건’을 국민에게 알릴 수 있다.

 

  둘째, 수사공보는 감시받지 않는 치외법권 영역이 될 것이다.

 

  법무부는 이번 훈령 개정으로 기존에 있던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이하 ‘위원회’라 한다)를 폐지하고, 피의자의 반론요청권도 폐지한다고 한다. 

 

  민간위원 과반수가 참여하는 위원회는 형사사건의 예외적 공개 여부 및 범위 등을 심의·의결하기 위하여 존재하는 시민참여기구였다. 특히 검찰이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할 수 있는 ‘중요사건’의 경우에 의무적으로 위원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하였다. 법무부는 이러한 위원회가 신속한 공보 대응 등에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폐지하겠다는 것인데, 결국 시민들의 견제가 부담스러워 이를 무력화하는 것으로 읽힌다. 

 

  또한 검찰의 공보에 대한 피의자의 반론요청이 있는 경우 검찰에서 그 반론을 공개하도록 한 규정도 폐지된다. 법무부는 그 이유를 현재까지 반론권 행사 사례가 없었고, 오보에 대한 반론은 해당 언론을 통해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피의자가 언론을 통해서 구제절차를 밟는 것보다는 해당 언론보도의 출처인 수사기관을 통해서 반론을 공개하는 것이 신속하며, 검찰의 객관의무에도 부합한다. (그동안 행사 사례가 없었다고 유명무실하게 볼 것이 아니라 형사사건 공개금지 원칙이 잘 작동되어 왔음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최소한의 견제 장치를 폐지하는 것은 수사공보행위를 치외법권 영역으로 만들고, 검찰 무오류의 신화를 답습하려는 것이다. 

 

  셋째, 국민의 알권리보다는 수사실적 ‘홍보’용이나 피조사자 ‘압박’용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 

 

  법무부가 제공하는 공보 자료만으로 오해와 편견 없이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킬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과거에 한 말처럼 ‘뽀샵질’을 한 것이 아닌지 보장할 수 있는가. 수사공보 행위는 국민의 알권리를 만족하기보다는 수사실적 ‘홍보’용이나 피조사자 ‘압박’용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 실제로 수사기관이 별건 수사 등을 통해 피의사실을 흘리거나 피의자를 압박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고, 이로 인해 모멸감과 수치심을 느낀 피의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이렇게 반문하고 싶다. 그동안 공익적 관심사로 형사사건에 관한 정보를 알고싶어 하는 사람의 알 권리를 충족하는 데는 얼마나 노력하였는가. 수사를 받거나 형사재판을 받는 사람의 수사기록 열람과 복사는 여전히 어렵고, 고위공직자에 대한 불기소이유서 공개는 국회가 요구해도 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법무부는 이러한 알권리의 사각지대에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법무부가 추구하는 선진법제 시스템과 맞지 않는다.

 

  한 장관이 인사청문회 때 “언론에 안 주는 게 원칙이 되면 언론의 감시를 받지 못한다”라고 말한 것은 분명 궤변이었다. 언론의 자유를 빙자하여 수사기관이 언론과 가까이 하면 할수록 헌법상 무죄추정 원칙과 공정한 재판을 저해하고, 피의사실공표죄는 사문화될 것이다. 한 장관이 여러차례 공언한 ‘선진법제 글로벌 스탠다드’와도 멀어진다.

 

  배심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 영국 등 영미법계 국가뿐만 아니라 참심제를 채택하고 있는 독일의 경우를 보면 배심원이나 참심원의 예단을 유발할 위험이 있는 정보가 언론보도를 통해 사전 노출될 경우 적법절차에 따른 재판의 공정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여 그 한계를 설정하고 있다.

 

  한 장관은 장관 지명 일주일 전에 채널A 기자와의 검언유착 의혹에 대하여 불기소처분을 받았으나, 끝내 의혹의 실체적 진실발견에 협조하지는 않았다. 해당 의혹은 한 장관이 언론사 기자를 만나 많은 정보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혐의 유무를 떠나서 비슷한 과오가 생기지 않도록 하려면 형사사건의 공보는 절제되어야 하고, 수사 담당 검사가 언론과 직접 접촉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법무부는 국민을 기만하지 않고, 다시 원칙으로 돌아갈 것을 주문한다. 무명의 ‘국민’을 앞세운 알권리가 아니라,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형사재판이 진행되도록 하는 것이 진정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법무부는 진정한 인권 보장을 위하여  「형사사건의 공보에 관한 규정」을 즉각 폐기하고 다시 마련하라.

 

 

2022.  7.  25.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센터

소장 장 유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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