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위][성명]법원의 ‘부산 돌려차기 사건’ 국가배상 판결 및 법무부의 항소 포기 결정을 환영한다

2026-03-06 236

[여성위][성명]
법원의 ‘부산 돌려차기 사건’ 국가배상 판결 및 법무부의 항소 포기 결정을 환영한다

2026년 3월 5일, 법무부는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가 제기한 국가배상 소송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포기하고, 수사 과정에서의 미흡함을 인정하며 피해자에게 사과를 전했다. 이는 국가가 초동 수사 부실로 인해 피해자가 겪은 2차 피해와 고통에 대해 책임을 수용한 결정으로, 우리 위원회는 이를 적극 환영한다.

2022년 발생한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우리 사법 시스템이 피해자를 얼마나 소외시키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성범죄 정황이 명백했음에도 수사기관은 초동 수사에서 DNA 감정과 증거 확보를 소홀히 했다. 결국 피해자는 해리성 기억장애 및 생사를 오가는 고통 속에서 직접 증거를 찾아 나서야 했다. 피해자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로 항소심에서 이례적인 DNA 재감정이 이루어졌고, 결국 가해자의 범행이 강간 목적의 살인미수로 인정되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26년 2월 13일, 수사기관이 성폭력이 강하게 의심되는 상황에서도 적시에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하며 국가가 피해자에게 1,500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하였다. 이 판결은 범죄 피해자 보호와 실체적 진실 규명이 국가의 책무임을 분명히 한 의미 있는 결정이다. 법무부가 항소를 포기하고 이를 수용한 것은 수사 과정의 문제를 인정하고, 피해자 권리 보장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법무부 장관의 이번 공식 사과가 단지 사과에 그치지 않고 국가가 피해자 보호에 대한 책임을 자각하고 구체적인 개선책을 모색, 시행하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국가가 형벌권을 독점하는 이상, 범죄 피해자는 국가가 책임 있는 수사를 통해 사건의 실체를 밝혀줄 것이라는 신뢰 속에서 절차에 참여할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다. 이번 판결과 법무부의 항소 포기 결정은 그러한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이에 우리 위원회는 국가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피해자 중심의 수사 체계를 확립하고, 수사 매뉴얼을 전면 재검토하라.

피해자가 의식을 잃었거나 사망하여 진술할 수 없는 등 사건의 특성상 피해자의 진술이 불충분할 수 밖에 없는 경우, 이러한 상황을 악용하는 가해자 진술에만 의존하는 수사 관행은 중단되어야 한다. 국가는 피해자의 진술을 보충할 수 있는 물적 증거를 적극적으로 확보하고 진실을 밝혀야 할 의무가 있음을 수사 매뉴얼에 명확히 반영하고, 매뉴얼을 공개하여 피해자와 국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둘, 피해자의 재판 절차 참여권과 정보 접근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라.

지금도 여전히 피해자들은 형사 고소 이후, ‘수사 지장 우려’를 들어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밝혀진 내용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수사기관의 벽 앞에서 고통을 받는다. 형사소송법은 피해자의 기록의 열람등사신청권을 보장하고 있으나, 실제로 열람 또는 등사가 허가되는 서류는 본인 진술조서에 한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피해자가 공소장을 받아도 피해자에게 그 내용을 설명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법정에서 공판 검사는 피해자와 단 한 번의 소통도 하지 않은 채 형식적인 공판절차가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건의 내용을 알려면 피해자는 직접 법정에 출석해야 하지만 증인이 아닌 피해자는 제대로 신변 보호를 받지도 못한다. 

피해자는 단순한 참고인이 아니라 사건의 ‘주체’이다. 수사 단계부터 재판 종결에 이르기까지 기록 열람·등사권의 실질적 확대는 물론, 재판 진행에 대한 설명과 정보 제공 등 피해자의 알 권리, 진실에 접근할 권리를 강화하고 그것을 보장하는 조치들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셋, 범죄피해자보호법상 교육, 훈련을 제대로 실시하라.

범죄피해자보호법과 형사소송법, 성폭력방지법 등에는 피해자의 권리에 관한 조항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계속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수사 및 재판 업무의 종사자들이 여전히 피고인 권리 중심의 사법체계와 관행에만 익숙해져 피해자 권리에 관한 인식과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피해자들은 어떤 수사관, 재판부를 만나는지와 같은 우연과 행운에 따라 실제 누릴 수 있는 법적인 권리와 지위가 달라지는 불균형을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려면 국가는 범죄피해자의 권리에 대한 필수적인 교육, 훈련의 대상범위를 재판업무 종사자 등 법원 단계까지 확대할 뿐만 아니라 법령상의 권리보장을 위한 구체화된 지침 및 매뉴얼을 보강, 그 내용이 실질적인 교육훈련 프로그램에 반영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여야 한다.

이번 판결에서 강조된 바와 같이 ‘불법적인 공격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 의무이자 핵심적 목적이며, 국가가 형벌권을 독점하는 것은 개인의 자력구제 금지의 반대 급부인 것으로, 이를 정당할 수 있는 근거는 타인의 범죄행위에 대하여 국가가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있는 자를 적시에 기소하여 응분의 처벌을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의 용기 있는 행동은 우리 사법에서 보장되어야 할 피해자 권리의 기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으나 이러한 권리의식의 변화를 쫓아가기에는 국가의 갈 길이 여전히 멀다. 

법무부의 항소 포기가 수사기관과 법원을 비롯한 국가 기관 전체의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수사기관과 사법에 대한 신뢰 회복은 피해자의 권리 보장을 시혜적인 조치가 아닌 국가의 당연한 책무로 받아들이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피해자들이 더 이상 목숨을 걸고 홀로 싸우지 않아도 되는 사회, 국가를 믿고 자신의 피해를 말할 수 있는 사회가 정의로운 국가의 모습이다.수사기관과 사법에 대한 신뢰 회복은 피해자의 권리 보장을 시혜적인 조치가 아닌 국가의 당연한 책무로 받아들이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우리 위원회는 앞으로도 범죄 피해자의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장되고, 피해자 중심의 수사 체계가 제도화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2026. 3. 6.(금)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첨부파일

MWRC20260306_[여성위][성명] 법원의 ‘부산 돌려차기 사건’ 국가배상 판결 및 법무부의 항소 포기 결정을 환영한다.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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