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하청 화물노동자의 노동기본권 행사에 살인으로 응답한 원청 CU와 이를 방치한 경찰, 뒷짐 지고 있는 고용노동부를 강력히 규탄하며, 책임자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엄벌을 촉구한다!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CU지회(이하 ‘CU지회’) 소속 노동자 1명이 원청 측이 위법하게 투입한 대체근로 화물차에 깔려 사망하고 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개정 노조법(노란봉투법)에 따른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행사에 대해 원청 사용자가 살인과 폭력으로 응답한 것이다.
대법원은 화물자동차 위·수탁 관리 운영계약을 체결한 지입차주라고 하더라도, 사용·종속 관계라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2024. 1. 25. 선고 2020두54869 판결). 최근 SPC 자회사와 지입계약을 체결하고 빵과 반죽을 파리바게뜨 가맹점에 배송하는 SPC 물류기사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최종 확정되기도 하였다(수원지방법원 2025. 6. 12. 선고 2024나65447 판결). 따라서 CU지회 소속 노동자들 역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판단될 여지가 있다. 적어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비하여 더 넓은 외연을 가지는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함은 너무나도 자명하다.
BGF리테일은 단체교섭 응낙의무가 있는 노조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 BGF리테일은 운송사와 계약을 맺고 화물노동자에게 수수료를 공제하는 구조이지만, 운송사는 일감 중개 외 하는 일이 없었고, 실질적으로 원청인 BGF 리테일이 근로조건을 모두 결정하였다. 이에 CU지회는 올해 1월부터 지난달 30일까지 BGF리테일에 단체교섭 요구 공문을 총 6차례 보냈다. 교섭안은 노동조합 활동 인정, 운송료 인상, 대차 비용 전가 관행 철폐 등이었다. CU지회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노동기본권을 행사하며 개정 노조법(노란봉투법)의 취지에 따라 원청인 BGF리테일을 상대로 근로조건의 개선을 요구하며 단체교섭권을 행사한 것이고, 이는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 개선과 노동안정, 운임료 현실화 등을 요구하는 지극히 정당한 목소리였다. 그러나 BGF리테일은 침묵으로 일관하였고, CU지회는 지난 5일 최후의 수단으로 파업에 돌입하였던 것이다.
개정 노조법은 근로계약의 직접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특정 사업에 대하여 실질적인 지배력이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에게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부과하고(노조법 제2조 제2호), 단체교섭 의무를 부과한다. BGF리테일은 ‘단체교섭거부’의 부당노동행위(노조법 제81조 제1항 제3호)를 하는 것으로 모자라,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 11명에게 총 2억원 대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공문을 보내 압박하였다. 또 노조법은 사용자로 하여금 “쟁의행위 기간 중 그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없다.”라고 규정함으로써(노조법 제43조), 노동자와 노동조합이 단체교섭을 요구하며 쟁의행위(노조법 제2조 제6호: “쟁의행위”라 함은 파업ㆍ태업ㆍ직장폐쇄 기타 노동관계 당사자가 그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행하는 행위와 이에 대항하는 행위로서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를 말한다.)를 할 때 사용자가 이를 무력화하는 것을 방지하여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를 보호하고 있는데, 이는 노동합의 쟁의행위로 인한 압력을 사용자가 부당한 방법으로 회피하는 것을 막아 단체행동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함이다. BGF리테일이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를 타인에게 강행하게 한 것은 하청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위법하게 침해하는 ‘대체근로’로 평가될 소지가 높다. BGF리테일은 대체근로를 투입하는 위법행위로써 화물연대본부 CU지회 조합원들의 쟁의행위를 무위로 돌리고자 하였고, 이는 헌법이 하청노동자들에게 보장하고 있는 단체행동권에 대한 명백한 침해이다.
영상으로 알려진 사고 현장의 상황을 보면, 운전자는 화물차 바로 앞에 많은 사람들이 위치해 있어 극단적으로 위험한 상황에서도 차량의 속도를 줄이지 않고 전진을 강행했다. 사고가 발생한 직후에도 다른 화물차들이 옆 차선으로 촌각을 다투며 화물노동자들을 스치듯 지나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는 정황이 확인된다. 화물연대본부 조합원들이 도로를 가로막고 있음에도 이를 무릅쓰고 어떻게든 차량을 운행하도록 한 지시·독려 또는 묵인 없이는 이러한 위험운전이 반복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가해 차량 운전자 개인의 책임을 넘어 원청인 BGF리테일의 관여 가능성 또한 중대하게 문제된다. 원청이 운행을 사실상 통제·지휘하는 구조에서 위험을 인식하면서도 ‘돌파 운행’을 요구하거나 이를 용인하였다면, 운전자의 살인(또는 살인미수) 행위에 대해 원청 의사결정자나 책임자에게 공모공동정범, 교사 또는 방조 책임이 성립할 여지가 있다. 결국 이는 단순한 우발적 사고가 아니라 원청의 업무상 지휘·명령 체계 아래에서 위험을 용인한 채 이루어진 고의적 범행으로 평가될 수 있으므로, BGF리테일 책임자들의 형사책임 여부가 철저히 규명돼야 한다.
법에 따른 하청노동자들의 정당한 노동기본권 행사를 외면한 채, 원청 BGF리테일의 입장만을 대변하며 하청노동자들에 대해서만 물리력을 행사한 경찰 역시 이 살인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차도에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몸으로 차량의 진입을 막고자 하는 상황에서 거대한 화물차들이 빠른 속도로 급발진할 수 있게 방치한 것은 하청노동자의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는 상황에 대한 경찰의 묵인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심지어 고용노동부는 이 사태에 대해 “노란봉투법을 넘어선 상황”이라는 망언을 하며 뒷짐을 지고 있다. 화물노동자들이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고 자영업자에 해당한다는 전제 하에서, 소상공인(편의점주)과 자영업자(화물노동자) 사이의 갈등이 사태의 본질인 것처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화물연대본부 CU지회 소속 조합원들은 원청 BGF리테일을 정점으로 하는 다단계 하청구조에서 살인적인 장시간운송과 저운임에 시달려 왔으며, 원청 BGF리테일의 지배력으로 인해 이러한 노동조건이 형성되었는바, BGF리테일을 상대로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헌법과 노란봉투법이 보장하는 노동자로서의 당연한 권리 행사이고, 고용노동부가 운운하는 ‘대화’의 상대방은 원청 사용자이다. 이들을 ‘자영업자’로 칭하며 자신들의 관할 대상이 아니라고 발뺌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기본권 보호의무(헌법 제10조)를 부담하는 국가기관, 노동자에 대한 노동기본권 보호의무를 부담하는 고용노동부가 보일 태도인가. 이미 법원은 수많은 판결들을 통해 다단계 하청구조 속에서 개인사업자의 외양을 취하도록 강요받는 하청노동자들의 ‘근로자’로서의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이 사태를 원청 사용자의 하청노동자에 대한 노동기본권 침해가 아니라,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사이의 갈등으로 눈속임하여 책임을 면하려는 고용노동부의 비겁하고 무책임한 태도를 강력히 규탄한다. 소상공인의 열악한 처지를 빌미 삼아 하청노동자를 짓밟아 가며 원청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BGF리테일에 대하여 고용노동부는 결코 침묵해서는 안 된다.
우리 위원회는 헌법과 개정 노조법상 보장된 노동기본권을 행사하였다는 이유로 원청 사용자의 지휘·명령으로 대체투입된 화물차에 깔려 생명을 빼앗긴 화물노동자의 절규에 공명하며, 이 사태를 ‘원청 사용자에 의한 하청노동자 살인’으로 규정한다. 하청 화물노동자의 ‘노란 봉투’를 갈기갈기 찢어버린 살인 원청 BGF리테일을 강력히 규탄한다. 나아가 원청 투입 대체차량에 대한 공권력 행사를 포기하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내지 못한 경찰, 현장에서의 노란봉투법 준수와 원청 사용자 규제에 그 누구보다도 발 벗고 나서야 함에도 자영업자 운운하며 자신의 책임을 방기한 것을 비겁하게 정당화하고 있는 고용노동부 역시 더할 나위 없이 강력히 규탄하는 바이다. 하청노동자이기 이전에 하나의 사람인 고인의 피살에 대해 책임이 있는 모든 자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진상규명을 촉구한다.
2026년 4월 21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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