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법 존중과 인권∙민주주의 강화를 위한 민변 특별결의문
전세계 시민들이 전례없는 중대한 인권침해와 폭력 하에 국제법이 준수되지 않고 있는 위기를 겪고 있다. 우리는 국제사회의 일원이자 법률가 단체로서 국제법이 요청하는 보편적 인권의 보장과 법의 지배가 경시되는 현 세태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먼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무력행사를 개시한 것은 모든 회원국에게 다른 국가의 영토보존이나 정치적 독립에 대한 무력의 위협이나 무력행사를 금지하고 있는 유엔헌장 제2조 제4항 위반임을 분명히 한다. 러시아가 주장하는 무력행사의 명분은 규범적인 측면에서 인정되기 어렵다. 한편 러시아가 주장하는 여러 명분들은 실제로는 서구의 강대국들이 유엔헌장을 위반하면서 제시했던 근거들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는 점도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21세기에 이라크, 리비아, 시리아 등에서 유엔헌장과 국제법을 위반한 무력사용에 대한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의 자기 성찰도 동반되어야 함은 분명하다.
다음으로 가자지구에서 비롯된 최근 이스라엘, 미국, 이란 전쟁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 모임은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 유엔 인권기구가 2024년부터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인종말살(제노사이드) 행위가 국제법 위반임을 지적해왔음에도, 2024년 국제형사재판소가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해 로마규정상 반인도적 범죄 및 전쟁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유엔 인권기구가 인종말살(제노사이드)이라 비판하였음에도, 이스라엘의 무력행동은 지금까지도 무수한 생명을 앗아가고 있다. 나아가 미국과 이스라엘은 2026년 2월 2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사전 승인 없이 이란을 공습하여 학생들을 포함한 민간인을 살해하는 전쟁범죄를 자행했다.
또 미국은 유엔인권이사회(UNHRC)와 세계보건기구(WHO) 등 66개 국제기구에서 탈퇴하고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재를 가하는 등 국제법 체계를 무력화하고 있다. 이러한 행태는 많은 어려움과 냉소주의에도 불구하고 평화를 지켜오려고 노력했던 국제법질서를 취약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비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 모임은 창립 이래 국제인권규범에 따라 국내 인권을 증진시키려고 노력해왔을뿐 아니라, 해외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국제인권질서 위반에 대하여 진보적 법률가단체로서 본분을 다하고자 했다. 홍콩 시민들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향한 외침에 함께 해왔고, 미얀마 군부의 불법적 군사쿠데타를 규탄하였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단호히 반대해왔다. 아울러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에 대한 진상규명 활동 및 한국기업들이 해외에서 국제법 질서를 위반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감시활동을 펼쳐왔다.
앞으로도 우리 모임은 국제법이 취약집단의 생존을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이며, 민주주의와 국제평화를 함께 수호하는 근본 토대라는 점을 다시 한 번 환기하면서, 국제평화의 달성과 보편적 인권의 보장이라는 국제법의 목적을 상기하며 진보적 법률가단체로서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1. 우리는 주권의 평등, 안전보장, 무력사용 금지 등 국제법의 기본 원칙을 무시하는 모든 국가 행위를 단호히 반대한다. 더불어 국제기구의 자의적 탈퇴, 국제사법기구의 권한 부정, 국제조약의 일방적 폐기 등 국제법 체계를 무너뜨리는 행위에 우려를 표한다. 우리는 대한민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에 국제법의 기본 원칙 준수와 국제인권법·국제인도법의 성실한 이행을 촉구한다.
2. 우리는 국제사법재판소(ICJ), 국제형사재판소(ICC), 유엔인권이사회 등 국제기구와 국제사법기구의 독립성과 권한을 지지한다. 국제법 위반 행위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세계 각지의 법률가 조직, 인권단체, 시민사회, 피해자집단과 연대하여 국제법의 보편적, 국내적 적용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3. 우리는 국제 현안에 대하여 보편적 인권 관점에서 대한민국 정부의 소극적 행태에 침묵하지 않을 것이며, 더 적극적인 행동을 할 것을 촉구할 것이다. 아울러 정부와 대한민국 기업들이 국제법을 위반하는지도 철저히 감시하고 지적할 것이며,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에 대해 정부가 국제인권규범에 따라 전향적 조치를 할 것을 촉구할 것이다.
4. 우리는 국제 평화를 위한 인도적 활동의 보호와 인권, 환경, 평화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국제법 규범 형성을 주도하고, 사회적 약자와 피해자의 목소리를 국제법 발전 과정에 반영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특히 우리의 민주주의 수호 경험을 바탕으로 동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국제법 규범 발전에 기여할 것을 다짐한다.
국제법 없는 국제질서는 약탈과 폭력의 세계일 뿐이다. 우리는 국제법이 인류 공동의 유산이며, 인권과 민주주의, 평화를 수호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경로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창립 38주년을 맞는 민변은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구성원이자 국제법을 준수하는 법률가로서 국가폭력과 인권유린에 저항하는 모든 국제사회의 구성원과 연대하며, 헌법상 국제법존중주의와 국제평화에의 열망을 실현하기 위해 소임을 다할 것이다.
2026. 5. 30.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제39차 정기총회 참가자 일동
* 위 특별결의문은 2026. 5. 30.(토) 개최된 민변 제39차 정기총회에서 채택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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