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위][성명] 견제 없는 경찰의 독점적 수사권과 피해자 보호 공백을 방치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은 개혁이 아닌 퇴행이다

2026-07-07 779

[성명] 견제 없는 경찰의 독점적 수사권과 피해자 보호 공백을 방치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은 개혁이 아닌 퇴행이다


– 검사의 보완수사권 최소한 존치, 경찰 부실수사 견제 장치 및 범죄피해자 권리 보장 규정을 동시 명문화하라

 

1. 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2026. 6. 26. 김용민·박은정 의원 등 12인 발의)은, 2026년 10월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출범에 맞추어 수사와 기소를 제도적으로 분리한다는 취지 아래 마련되었다. 위 개정안은 검사의 직접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고 수사의 주체를 사법경찰관으로 일원화하며(안 제195조), 검사는 송치받은 사건에 대해 더 이상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없고, 오직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을 뿐이다(안 제197조의2). 이에 더해 송치 이후 검사 단계의 구속기간을 극단적으로 단축하여 피의자의 구속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법적 시한을 대폭 제한함으로써 보완수사’요구’ 제도 마저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없도록 하는 독소조항도 포함되었다(안 제203조, 제205조). 우리 위원회는 현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개혁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경찰에게 아무런 견제나 통제 없는 독점적인 수사권 및 수사종결권을 부여함으로써 부실수사 및 위법수사의 책임을 오롯히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본 개정안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

 

2. 보완수사’요구’권은 이미 실패한 제도임이 입증되었다.

이미 2021년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하는 대신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방식이 수사실무의 원칙으로 자리 잡으면서, 경찰이 보완수사를 이행하지 않거나 이를 지연하거나 해태하여도 수사를 강제할 실효적 통제장치가 없어 사건이 검찰과 경찰 사이를 오가며 표류하는 이른바 ‘사건 핑퐁’으로 인한 수사 지연과 불송치권의 남용 등의 폐해는 이미 형사사법의 현장에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최근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진 광주 여고생 살해 사건(이른바 ‘장윤기 사건’), 대구 캐리어 시신 사건, 안산 성폭행 피해자 자살 사건, 부산 돌려차기 강간살인미수 사건을 비롯하여 언론에 나오지 않은 많은 사건들을 통해 보완수사요구 제도의 실패의 대가가 모두 피해자에게 전가되고 있음을 우리는 현장에서 확인하고 있다. 검찰의 권한 남용으로 인한 문제는 분명하나, 보완수사권 박탈이나 보완수사‘요구’권으로 대체하는 것이 올바른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3. 검사의 보완수사권 회복은 범죄 피해자 보호를 위해 배제할 수 없는 수단이다.

이번 개정안은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면서 경찰의 부실 수사나 불이행을 통제할 최후의 사법적 수단을 모두 삭제하였다.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이미 삭제된 상황에서, 경찰이 보완수사나 재수사 요청에 불응하더라도 검사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수사관 교체나 직무배제 요구에 불과해 실질적인 강제력이 없으며, 독립된 상급 기관의 재수사 등 공백을 메울 장치도 전무하다. 대안으로 제시된 공소심의회 신설, 재정신청의 지방법원 관할 변경, 고발인 이의신청권 확대 등은 이미 수사된 기록만을 사후 심사하는 외형적 손질에 불과하여 초동 수사의 부실로 증거가 누락된 사건에서는 실효적인 구제 수단이 될 수 없으며, 기존의 수사 지연과 ‘사건 핑퐁’의 폐해를 더욱 심화시킬 뿐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부실 수사를 시정하고 통제할 국가 시스템의 책임을 범죄피해자 개인에게 고스란히 떠넘긴다는 점이다. 피해자에게 수사기록에 대한 접근권을 완전히 차단한 상황에서, 담당 수사관의 불이행에 정당한 이유가 없음을 피해자가 스스로 밝혀내고 다투어야 하는 구조는 법률 지식과 자원이 부족한 사회적 약자일수록 감당하기 어렵다. 부실 수사는 수사관 개인의 문책이나 징계가 아닌 사법적 안전망을 통한 제도적 교정으로 해결해야 함에도, 개정안은 시스템의 공백으로 인한 부담을 오롯이 피해자에게 전가함으로써 잘못된 수사의 고통을 피해자 개인이 홀로 감내하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이 개정안은 실효성 있는 대책 없이 검사의 권한을 박탈하는 데에만 맹목적으로 몰두하여, 사법적 자원을 갖지 못한 취약한 피해자들을 사법 공백의 위험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4. 피해자의 권리 보장 및 보호 대책이 실종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실패한 개혁이다.

현재의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는 사법체계의 완성도나 국민 권익 보호라는 본질을 상실한 채, 국가기관 간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철저한 정치적 대립과 권력 배분 싸움으로 변질되었다. 시민의 안전과 기본권 보호의 핵심이 되는 사법절차의 개혁에 관한 사안이 단순히 정쟁의 수단으로 전락하여 소모적인 밥그릇 싸움이 지속되는 동안, 정작 절차에 생사를 걸어야 하는 범죄피해자의 목소리와 실효성 있는 보호 대책은 논의 테이블에서 통째로 외면당하고 실종되었다. 개혁이라는 명분이 정치적 투쟁에 저당 잡힌 결과, 현재 논의되는 어떠한 개정안도 피해자의 권리 보장에 관해서는 진지한 고민을 다루고 있지 않다. 

우리 위원회 및 여성계에서는 오랫동안 피해자의 권리보장을 위한 형사사법 절차 개정을 위한 과제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왔으며, 보완수사권 폐지로 인해 피해자의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는 지적도 시민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형사재판에서 피해자를 증인이라는 객체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절차의 주체로 참여시키는 피해자 참가제도의 도입, 수사절차에서부터 재판절차에 이르기까지 피해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하여 기록 열람·등사권을 실질화하는 방안, 수사진행상황 등에 대한 피해자 통지 의무화, 성범죄 피해자의 성적 이력·사생활에 관한 부당한 신문을 제한하는 이른바 ‘강간피해자보호법’의 도입, 피해자의 법관 기피신청권과 이의제기권의 신설 등이 그것이다. 이는 모두 형사소송법 개정이라는 이번 대작업에서 마땅히 함께 논의되었어야 할 과제들이다. 그러나 이번 개정 논의는 검사의 수사권을 어떻게 폐지하고 그 권한을 어느 기관에 배분할 것인가라는 국가기관 사이의 문제에만 집중되었을 뿐, 정작 그 절차의 실질적 당사자인 피해자의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라는 물음은 통째로 실종되었다. 

 

5. 검찰개혁은 정쟁의 수단이 아니라 시민의 안전과 범죄 예방을 위한 제도 개혁이 되어야 한다.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될 사람은 다름 아닌 범죄피해자다. 특히 성폭력·가정폭력·스토킹 등 젠더 폭력 사건은 사건관계인 사이의 관계적 특수성으로 인해 피해가 은폐되기 쉽고, 초동수사가 미진할 경우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다투는 결정적 증거가 확보되지 못한 채 사건이 종결될 위험이 크다. 피해자는 부실·지연 수사 및 자의적인 불송치 결정으로 고통을 감내해야 하고, 사건을 다시 다투기 위해 스스로 증거를 모으고 절차를 이어가야 하는 부담까지 떠안는 현실 앞에서 놓인다. 경찰의 부실수사를 바로잡을 통제 장치가 사라지고, 그 공백을 메울 어떤 대안도 마련되지 않은 채, 그 위험과 고통은 구조적으로 피해자에게 전가된다. 그럼에도 수사권을 어느 기관에 줄 것인가를 둘러싼 다툼속에서, 그 절차에 생사를 걸어야 하는 피해자의 권리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는 누구도 진지하게 묻지 않았으며 논의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되었다. 피해자를 위한다는 명분을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피해자를 배제한 채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는 법개정은 결코 정당한 ‘개혁’일 수 없다.

 

6. 보완수사권의 폐지에 대한 다수의 우려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

현재 추진 중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는 우리 위원회만의 것이 아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회원 4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126명(31.3%)에 그친 반면, 보완수사권이 존치되어야 한다는 응답(부분 존치 185명, 전면 존치 85명)은 270명으로 전체의 67.0%에 달했다. 형사사법 실무를 가장 가까이에서 접하는 변호사들 사이에서, 보완수사권의 전면 폐지에 대한 우려가 그 존치 필요성에 대한 공감으로 압도적으로 모아진 것이다.

한편, 피해자의 권리구제를 위한 제도 도입에 대한 지지 역시 뚜렷하게 나타났다. 형사소송법 개정 시 우선적으로 포함되어야 할 피해자 권리 보장 방안을 묻는 항목(복수응답)에서, 수사진행상황 통지의 의무화에 324명(80.4%), 수사기록 열람·등사권 허용에 319명(79.2%), 피해자 참가제도(부대공소제도) 도입에 268명(66.5%), 재정신청 제도의 실질화에 239명(59.3%)이 그 도입에 찬성하였다.

정치검찰의 무리한 기소와 검찰권 남용에 맞서 검찰개혁을 꾸준히 추진해온 우리 모임에서조차, 검사의 보완수사권만큼은 전면 폐지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압도적이었다는 점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7. 우리 위원회는 한국사회에서 검찰이 정치적 표적 수사나 자의적인 기소 등 권한을 남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사법 정의를 훼손해온 과오를 바로잡기 위한 검찰개혁의 필요성에 깊이 공감한다. 그러나 경찰의 독점적 수사권 남용 및 자의적 수사종결권에 대한 아무런 견제 및 통제 장치가 없이, 이미 명백히 폐해가 드러난 보완수사’요구’권만을 유지하고 검사의 보완수사까지 ‘전면’ 폐지하는 개정안에 대해서는 강한 우려 및 반대 의견을 밝힌다. 부실·편향 수사의 부담이 이미 피해자에게 전가되고 있는 현실에서 보완수사권마저 사라진다면, 그 피해는 오롯이 가장 취약한 범죄피해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우리 위원회는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예외적·제한적 형태로 존치하고 피해자 권리 보장 규정을 함께 명문화하지 않는 이번 형사소송법은 결코 성공할 수 없는 실패한 ‘개혁’임을 분명히 밝힌다.

 

*첨부 : 2026. 5. 29.자 형사소송법 개정에 대한 의견서

2026.7. 7.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위 내용은 형사소송법 개정 방안에 대한 민변  여성인권위원회의 입장으로서 민변 전체의 입장이 아닙니다.  위 내용을 인용할 경우 그 점을 밝혀서 인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민변 전체의 공식 입장은 2026. 7. 7.자 입장문을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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