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위원회][성명] 배달노동자를 근로기준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하기로 결정한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

2026-07-08 405

[성명]

배달노동자를 근로기준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하기로 결정한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

 

서울고등법원(제38-1민사부, 재판장 이지영, 주심 판사 황성미)은 2026. 7. 3. 배달노동자를 해고 제한의 법리가 적용되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는 판결(2024나2037832)을 했다. 이는 대법원이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의 운전기사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인정한 판결(대법원 2024두32973 판결)과 궤를 같이 하는 판결로서, 플랫폼 노동자가 근로의 내용을 ‘선택’하는 듯 보이는 외관이나 계약의 형식과 관계없이 ‘사실 우선의 원칙’에 충실하게 실제로는 회사가 근로자의 업무 내용을 최종적으로 결정하였다면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 사건에서 배달 노동자는 피고 회사가 제공하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이하 ‘앱’)을 통해 오토바이를 이용하여 상품(음식)을 배달하였고, 앱이 아니면 고객과 직접 접촉할 수 없었다. 배달노동자는 업무 개시 시점부터 회사와 업무위탁 계약을 체결하고 구체적인 근무 시간을 협의하였으며, 조퇴나 휴가 사용 시 팀장에게 사유를 보고해야 했다. 피고 회사의 관리직은 GPS ‘지도관제’를 통해 배달노동자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조회하였고, 배달노동자가 연속하여 결근하는 경우 팀장은 배달노동자에게 주의를 주었으며, 필요 시 배달노동자가 한 번에 배달 주문을 수행할 수 있는 주문 수, 즉 ‘묶음 배달 수’를 제한하는 불이익을 가하였다. 배달노동자는 배달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휴대전화로 앱에 접속하여 현재 상태를 ‘근무’로 설정해야만 배달 가능한 주문 목록이 표시되었으며, ‘주문 수락’을 누르면 주문이 배정(‘배차’)되었다. 피고 회사는 배달노동자가 배차 완료된 주문을 취소하면 페널티를 부과했고, 지도관제에 관리직이 배차 완료된 주문 건을 직접 취소할 수 있는 기능을 두었다. 특히 피고 회사의 관리직은 배달노동자가 지나치게 먼 거리의 주문을 수락해 배달 지연 또는 취소가 예상되는 경우나 배달노동자가 비효율적인 동선으로 배달을 수행한다고 판단하는 경우 해당 배달노동자에게 직접 연락하여 배차를 취소할 것을 권고하거나, 관리직이 직접 배차를 취소했다.

 

위와 같은 업무 과정에 대해, 법원은 배달노동자가 주문을 ‘수락’한다는 단순한 사실에 주목하기보다 배차를 구성하는 이면의 구조, 즉 주문 목록 자체가 피고 회사의 기준에 따라 구성되고, 피고 회사가 주문 내역을 노출할지 여부를 결정하거나, 직접 배차를 취소하기도 한 점에 주목하여, ‘배차’의 결정은 결국 피고 회사가 하는 것이라는 점을 간파하였고, 배달노동자가 배차 여부를 온전히 결정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묶음배달 개수의 상한은 배달노동자가 확보할 수 있는 보수의 범위를 실질적으로 좌우하는 요소였고, 그 상한을 조정하는 행위는 피고가 배달노동자의 경제적 이익과 업무 수행 방식 전반에 대하여 강력한 통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적절히 평가하였다. 위와 같은 제재는 직접적인 근태 관리 수단이 아니더라도 효율적인 제재로 기능하여 배달노동자가 피고 회사의 지휘 감독에 순응하도록 하는 관리, 감독 수단이 되었다는 것이다.

 

법원은 배달노동자에게 업무 수행의 재량이 일정 부분 인정된다 하더라도, 이는 결국 최단경로로 배달을 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유의미한 재량은 아니라고 보았으며, 오히려 피고 회사가 배달 경로를 관리, 감독하고 비효율적인 배차는 취소하였다는 점에 주목하여 피고 회사의 배달 경로에 대한 통제를 인정하였다. 또한 근무장소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서도 이는 각 이용자가 요청하는 주소로 상품을 배달해야하는 배달 업무 특성에 따른 것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배달 업무의 불가피한 ‘특성’을 이유로 임금을 목적으로 한 근로의 제공이라는 배달 업무의 ‘본질’을 부정하지 않고 이를 오히려 지휘, 감독 여부를 정확하게 판단하는데 고려한 것이다.

 

나아가 법원은 음식 주문이 몰리는 식사 시간대(‘피크 타임’)에 일정 수 이상의 라이더가 반드시 접속하여 대기해야만 하는 피고 회사의 사업 특성을 적극적으로 고려하여 피고 회사가 위와 같은 지휘, 감독을 해야만 하는 경제적 유인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검토하였다.

 

법원은 독립사업자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를 구분하는 기준점에 대해서도 유의미한 판단을 했다. 피고 회사와 배달노동자 간의 업무 위탁 계약은 ‘외형적 장치’에 불과하고, 본질적으로 피고 회사는 가맹점에서 상품을 구매한 이용자들에게 배달노동자를 통한 ‘상품 배달 서비스’를 구축, 운영하였다면서, 배달노동자는 피고 회사 사업의 핵심 인력인 점에 주목했다. 즉 배달노동자가 독립사업자로서 피고 회사의 플랫폼을 선택적으로 활용한 것이 아니고, 피고 회사의 사업 구조에 편입된 존재로서 인식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배달노동자가 지급받은 보수에 대해서는 비록 건별로 지급되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원고의 근로에 대한 정형화된 대가였다고 판단했다. 보수가 피고가 설정한 기준에 따라 지급되었고 배달노동자가 그 기준에 관여하거나 달리 정할 수 없는 점에도 주목했다. 진정한 독립사업자라면 자신의 보수를 정할 수 있는 재량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배달노동자가 ‘종래 근로기준법이 상정한 전형적인 근로자’보다는 종속성이 완화된 형태로 노무를 제공한 점이 인정되더라도, 보수를 목적으로 피고 회사의 지휘감독을 받아 종속적인 관계에서 노무를 제공하였다고 판단되는 이상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법 개정이나 새로운 입법이 없더라도,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사안에서는 근로기준법 규정을 탄력적으로 해석하여 근로관계를 실질에 맞게 규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의 판시 내용은, 원심이 공유경제질서 출현에 따라 나타난 사적 계약관계를 존중할 필요가 있고 플랫폼 산업이 위축되면 노동자의 일자리를 오히려 없앨 수 있으므로 플랫폼 노동자의 취약한 지위는 입법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근거 없이 소극적으로 판단한 것을 극복한 것으로서 큰 울림이 있다. 공유경제질서 출현·기술 혁신은 근로기준법 준수와 양립 불가능하지 않으며 오히려 근로기준법의 근본 취지에 따라 근로자를 보호하는 것은 건전한 산업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

 

우리 위원회는 본 판결을 환영하며, 앞으로도 다변화되는 우리 사회의 근로관계에 맞춰 노무제공의 실질을 심도 있게 평가하는 판결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한편 본 사건은 개별 근로자인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의 각 요소를 입증하기 위해 증거를 수집하는 일의 어려움을 절감케 했다. 이에 근로자성 추정제도 도입을 다시 한번 촉구하고자 한다.

 

2026년 7월 8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위원장 김상은

첨부파일

20260708_민변노동위원회_성명_배달노동자를 근로기준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하기로 결정한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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