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국회는 난민 보호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난민법 개악안을 즉각 철회하라
[성명]
국회는 난민 보호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난민법 개악안을 즉각 철회하라

2026년 하반기, 새로운 원구성을 마치고 의정활동을 시작하는 제22대 국회 앞에 인권의 가치를 훼손하는 법안이 놓여 있다. 지난 2026년 3월 발의된 「난민법 일부개정법률안」 (김기표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2217617호)이 그것이다. 개정안은 거짓 서류 제출, 중대한 사정 변경 없는 재신청, 면접 출석 요구 불응 등을 이유로 난민신청 자체를 심사 없이 각하할 수 있는 제도의 신설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우리 모임은 본 개정안이 국가의 난민 보호 책무를 방기하고 자의적인 기준을 통해 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명백한 개악안임을 분명히 밝힌다. 법제사법위원회를 포함한 국회는 국제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과 헌법적 가치를 저버린 법안의 추진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1. 국제법상 ‘강제송환금지 원칙’의 위배
제대로 된 심사 없이 난민을 박해와 고문의 위험이 있는 곳으로 돌려보내는 것은 국제법상 ‘강제송환금지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이 원칙은 난민협약 뿐 아니라 「고문 및 그 밖의 잔혹한, 비인도적인 또는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의 방지에 관한 협약」(이하 “고문방지협약”) 등 주요 국제인권조약이 엄격히 규정하고 있는 핵심 가치다. 행정적 효율성이라는 편의주의적 잣대로 인간의 생명권을 침해하는 조치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개정안은 아무런 절차적 보호장치 없이, 법무부의 재량으로 넓은 범위의 난민신청자에 대한 본안 심사 자체를 생략한 채 각하할 수 있도록 하여 이들을 강제송환의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2. 난민의 현실과 취약성을 외면한 개정안
개정안이 제시한 난민인정 신청의 ‘각하’ 사유는 난민이 처한 구조적 취약성과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신변의 위협으로 본국 내 자료를 확인하기 어려운 난민의 현실 속에서, 서류의 진위를 스스로 증명하라는 요구는 불가능에 가깝다. 또, 성소수자 등 취약한 난민신청자들이 초기 단계에서의 낙인과 두려움으로 인해 뒤늦게 진술을 구체화하는 것까지 ‘거짓 진술’이나 ‘사실 은폐’로 몰릴 위험도 있다. 개정안은 “법원의 판결 등으로 명백히 밝혀진 경우”라는 단서를 달고 있으나, 도대체 어떠한 “판결 등”이 난민의 거짓 서류 제출을 판명할 수 있을지 알 수 없고, 이는 법무부의 재량적 판단에 맡겨질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 개통이 어렵고 주거가 불안정한 난민들의 현실을 무시한 채, 정당한 사유를 고려하는 단서도 없이 연락 두절과 불출석의 책임을 전적으로 난민신청자에게 전가해 각하하는 것도 심각한 절차적 권리의 침해다.
3. 제도의 실패를 난민신청자에게 전가하는 개정안
중대한 사정변경 없는 재신청을 제한하는 조항도 현행 난민심사 실무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기보다 오히려 난민신청자의 권리를 과도하게 제약하고 행정지연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우려된다. 중대한 사정변경 없이 이미 불인정된 난민지위를 재차 신청하는 것은 원론적으로는 제한될 수 있을 것이나, 이를 제도화하기 전 현행 제도의 구체적인 실행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출입국행정 당국의 부족한 자원과 심사역량 등으로 인해 많은 난민신청자들이 최초 신청 단계에서부터 자신의 박해사유를 충실히 심사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법률대리인의 조력 없이 난민신청자가 소송을 통해 자신의 난민불인정결정의 위법성을 확인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 행정심사의 흠결을 보완해야 할 사법통제 역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개정안과 이를 둘러싼 정책담론은 이러한 제도의 실패를 오로지 난민신청자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 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기각결정을 납득하지 못하는 난민신청자들은 계속하여 법원의 판단을 구하거나, 그마저도 포기하고 미등록 상태로 계속 국내에 체류하게 될 뿐이다. 난민심사 제도의 실패로 인한 피해자는 지금도 발생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것이다. 이들을 제도의 시야 밖으로 임시방편적으로 밀어낸다고 하여 그 존재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제도의 피해자들이 계속 생겨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전문심사인력 확충과 절차적 조력 강화를 통해 심사의 질을 높이는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우리 모임은 시민사회 및 법조계와 연대하여, 난민 보호의 국제 기준에 역행하는 개악안이 전면 폐기될 때까지, 끝까지 주시하며 대응할 것이다.
2026년 7월 21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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