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위][성명] 20년이면 충분하다. 언제까지 변죽만 울릴 것인가! 집단소송법 제정하라.

2026-09-08 125

[성명]  20년이면 충분하다. 언제까지 변죽만 울릴 것인가! 집단소송법 제정하라.

 

2006년 하나로텔레콤(SK브로드밴드)은 인터넷 가입자 수백만 명의 개인정보를 텔레마케팅 회사에 무단으로 팔아넘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같은 해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 제분사들의 밀가루 판매 담합 혐의에 과징금을 부과했다. 무려 20년이 지난 지금도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2025년 쿠팡과 2026년 티빙에서 수천만 건의 개인정보가 또다시 유출되었고, 제분사들은 다시 담합을 벌여 과징금을 받았다.

지난 20년 동안 국회와 법무부는 도대체 무엇을 했단 말인가.

 

1. 대규모 소비자 피해는 더 이상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개인정보 유출은 단순 보안 사고를 넘어 수백만 국민에게 동시에 발생하는 집단적 피해다. 담합 역시 마찬가지다. 생필품 원자재 담합은 서민의 민생고를 가중시키며, 그 피해는 수많은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그러나 우리의 법과 제도는 여전히 이를 개별 소비자의 문제로 취급하고 있다. 기업의 잘못으로 수백만 명이 유사한 피해를 입어도, 피해자 각자가 원고가 되어 변호사를 선임하고 피해를 직접 입증하는 소송을 개별적으로 제기해야 한다. 가해 기업은 하나인데 수많은 피해자가 각자 따로 소송을 해야 하는 현실이 과연 정의로운가?

 

2. 법제도의 구조적 한계로 인해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소액 다수의 피해가 발생한 경우, 개별 피해자가 소송을 제기하기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기업 역시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수백만 명의 피해자가 발생해도 실제 소송에 나서는 사람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결국 기업은 전체 피해에 상응하는 배상 책임을 면한 채, 소송을 제기한 일부 피해자에게만 소액의 책임을 지는 데 그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도대체 어떤 기업이 개인정보를 철저히 보호하고 담합의 유혹을 뿌리치겠는가? 20년 동안 반복되어 온 대규모 피해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3. 대규모 피해에는 그에 걸맞은 구제 제도, 집단소송제도가 필요하다.

동일한 원인으로 대규모 피해가 발생했다면, 그 규모에 걸맞은 구제 제도가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집단소송제도다. 피해자 대표가 소송을 수행하고, 증거개시 절차를 통해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하며, 소송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동일 피해 집단 전체에 판결 효력을 미치게 하는 것이 집단소송제도의 핵심이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은 물론 유럽과 일본도 각자의 법체계에 맞춰 집단적 구제 제도를 발전시켜 왔다. 우리나라만 예외로 남아있는 현실에 대해 법무부와 국회는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

 

4. 과징금만으로는 피해 구제도, 위법 행위 예방도 불가능했다.

지금껏 정부 당국과 국회는 기업의 불법 행위가 발생할 때마다 과징금, 제재강화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과징금은 국가에 귀속될 뿐, 다수 피해자들은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한 단 한푼도 배상받을 수 없다. 수백만 명의 피해자가 엄연히 존재함에도 국가는 과징금 부과로 사건을 종결하며 피해자 보호를 뒷전에 두고 있다. 지난 20년간의 상황이 보여주듯, 과징금 제도는 기업의 위법 행위를 충분히 억제하지 못했다. 이것이 변죽만 울리는 대책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5.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브레이크’가 바로 집단소송제도다.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는 사고를 피할 수 없다. 기업의 자유로운 영업과 혁신을 보장하는 장치가 ‘엑셀’이라면, 위법 행위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는 ‘브레이크’가 바로 집단소송제도다. 브레이크 없는 시장은 과속 경쟁을 낳고, 경제력 집중 아래 대규모 피해를 양산한다. 소비자의 희생으로 이익을 극대화하는 약육강식의 생존 질서를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지금 우리에게는 기업의 자유를 보장하는 엑셀만큼이나, 소비자 보호를 위한 실효적인 브레이크가 절실하다.

 

20년이면 충분하다.

더 이상 대규모 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과징금과 제재 강화만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정부 당국과 국회는 피해가 발생한 뒤에나 생색을 내는 뒷북 행정을 즉각 멈춰야 한다.

집단소송제도는 기업을 옥죄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 위법 행위에 상응하는 책임을 분명히 하고 피해자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여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기본 중의 기본’이다.

정부와 국회는 지금 당장 집단소송법 제정하라.

 

2026년 9월 8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첨부파일

민생위_보도자료_논평_성명_등-001.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