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보위][성명] 헌법적 기준에 부합하는 탄소중립기본법 개정 공론화를 요구한다

2026-03-17 389

[성명]

헌법적 기준에 부합하는 탄소중립기본법 개정 공론화를 요구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환경보건위원회는 탄소중립기본법 개정 공론화와 관련하여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감축경로를 설문 문항에 포함한다는 공론화위원회의 방침에 강한 우려를 표하며, 헌법적 기준에 부합하는 공론화 설계를 촉구한다.

지난 2024년 8월 헌법재판소는 기후위기에 대한 현재의 대응이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탄소중립기본법에 대한 역사적인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대한민국 국회에게 기후위기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감축경로를 법률에 직접 규정하는 방식으로 탄소중립기본법을 개정할 것을 명하였다.

국회는 지난 1월부터 개선입법에 앞서 국민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시민대표단의 숙의를 통한 ‘공론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이 공론화의 설계가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통해 제시한 헌법적 기준에 크게 벗어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어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공론화위원회는 온실가스 감축 부담의 세대간 배분에 관한 ‘경로의 형태’ 문항에서 당장의 부담을 줄이고 나중에 급격한 감축을 배정하는 이른바 “볼록 경로”를 선택지에 포함하겠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헌법재판소는 명백하게 “미래에 과중한 부담을 전가하지 말 것”을 헌법적 기준으로 제시했기 때문에 “볼록” 경로는 헌법불합치 결정에 반하는 선택이라는 점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번 탄소중립기본법 개정 공론화는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판단하고 개선입법을 위해 제시한 기준을 어떻게 구체화하고 이행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공론화라는 점에서 찬반을 두고 토론하는 다른 공론화 사례와 분명히 구별된다. 따라서 공론화에서 제시되는 선택의 폭은 헌법적 기준의 범위 내에서만 설정되는 것이 당연하다. 

이는 시민대표단이 공론화를 통해 올바른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가에 관한 질문이 아니다. 헌법적 기준에 반하는 선택지를 시민들에게 제시하고 공론화를 진행한다는 것은 헌법의 규범성 자체를 공론화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의미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헌법적 기준을 따를 것이냐 말 것이냐는 다수결에 부칠 수 없고 부쳐서도 안 되는 문제다. 헌법은 다수결로부터 소수를 보호해주는 마지막 보호장치이기 때문이다.

국회는 헌법을 수호할 최우선의 의무를 가진다. 헌법불합치 결정을 이행하기 위해 공론화를 선택한 것은 국회다. 국회는 이 공론화를 통해 기후위기 대응을 향한 사회적 의지가 결집될 수 있도록, 지금까지 배제되고 무시되어 온 미래세대의 기본권에 대한 고려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설계할 책임이 있다. 숙의민주주의의 이름으로 헌법적 결단의 의미가 희석되거나 국회가 져야 할 책임을 전가하는 수단으로 오용된다면 이번 공론화는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퇴보시킨 사례로 기록될 것임을 경고한다.

“미래에 부담을 전가하는 경로”는 위헌이므로 국민대표단에게 제시되는 선택지에서 반드시 제외되어야 한다. 헌법을 수호해야 할 국회와 공론화위원회가 역사에 부끄러운 일을 범하지 않기를 강력히 요구한다.

2026. 3. 17.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환경보건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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