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사회적 약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사회보장급여법 및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논평] 사회적 약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 및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개정안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2014년 송파 세 모녀가 어디에도 도움을 청하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 후 정부는 “몰라서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그리고 위기가구를 발굴하겠다며 정보주체 동의 없이 여러 정보를 수집ㆍ취합하기 위한 법적 근거로 Γ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이하 사회보장급여법)을 제정하였다. 사회보장급여법에 따라 사회보장정보원으로 취합되는 정보는 제정 당시에는 13개 기관에서 보유하는 23종의 정보였다. 그런데 이후 빈곤으로 인한 사망사건이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정부는 여전히 “몰라서 도와주지 못했다”며 사회보장제도를 바꾸는 대신 사회보장급여법만 개정하였다. 2026년 현재 26개 기관으로부터 단전, 단수, 건강보험료 체납, 관리비 체납 등 47개 정보가 수집되고 있다. 위기가구 발굴에 필요하다며 개인정보 침해 논란을 묵살해왔지만, 발굴시스템으로 발견되어 기초생활보장 수급으로 이어진 비율은 2024년 5.8%, 2025년 6.7%에 불과해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보건복지위에서 의결된 사회보장급여법 및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의 각 개정안은 위기가구 발굴을 위해 필요한 정보에 그치지 않고, 정보주체가 수급신청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황에서도 개인의 금융거래 정보 전부를 제공하도록 했다. 정부는 올해 초 울주군에서 발생한, 배우자의 구속 이후 혼자 아이 넷을 돌보던 한 남성이 기초생활수급신청을 하지 않겠다고 한 후 자녀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를 들어, 본인 동의 없는 금융거래정보 제공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직권신청을 해도 자산조사를 위한 금융거래정보를 조회하지 못하기 때문에 보장을 할 수 없었다는 추정에서다. 그러나 관련 언론보도만 보더라도 울주군 사례는 실제 생활이 어려운 상황이었음에도 차량, 과거 금융거래내역 등으로 인해 수급권을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에 수급신청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존재한다. 울주군 사례 외에 사회보장급여 제공을 위해 개인의 금융거래정보를 정보주체 동의 없이 제공받아야 할만 한 이유 또는 근거가 되는 실태조사 결과는 없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물에 빠진 사람에게 던져주는 구명줄이 아닌 누구나 필요할 때 손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하는 사회보장제도임에도 개인 또는 가구의 실제 상황과 무관하게 부양의무자가 있거나, 차량이 있거나, 과거에 재산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일정한 소득이 있다고 간주하는 엄격하고 경직된 요건 적용으로 폭넓은 사각지대가 양산되어 왔다. 정부와 당국은 그러한 사각지대에서 죽지 못해 살고 있는 사람들을 외면한 채, 위기가구 발굴한다는 명목으로 수집하는 정보만 확대해오다 이제는 개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나아가 명백히 거부의사를 밝힌 경우까지 금융정보까지 조회하겠다며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경직된 요건이 남아있는 현 상황에서 직권신청 및 금융거래정보 제공만으로 당사자에게 공공의 지원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금융거래정보와 신용정보는 개인의 생활상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에 가장 민감한 개인정보에 해당한다.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에서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요하는 등 금융거래정보의 제3자에 대한 제공을 엄격히 제한하는 이유다. 그런데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들은 제공받은 정보의 관리, 삭제 등 처리에 관한 기준이 없음은 물론, 보건복지부장관이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금융기관에 금융거래정보의 제공을 요구할 수 있는 사유마저 대통령령으로 위임하여 전적으로 행정부의 재량에 맡기고 있다.
정부는 언제까지 위기에 빠진 가구들이 어디서도 도움을 받지 못하는 근본적 이유를 외면한 채 정보가 없어서 구제하지 못했다고 할 것인가. 범죄피의자, 체납자 등 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받는 경우가 아니고서 정부나 수사기관이 열람할 일이 없는 금융거래 정보를 경제적 어려움에 처했다는 이유만으로 제공받겠다는 것은 빈곤을 이유로 한 권리의 박탈이자 차별이다. 사회보장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보다 정부가 동의 없이 접근해서는 안 될 민감정보의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며 수급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박탈하는 사회보장급여법 및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은 즉각 폐기되어야 한다.
2026년 9월 21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강문대
Views: 1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