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새 바람이 불다

2009-08-20 113

한반도에 새 바람이 불다


 심 재 환 변호사


1.
20여년, 북미 두 나라가 ‘핵’을 놓고 앙앙불락하며 보낸 세월이다. 참으로 질긴 세월. 알려진 전쟁 위기만도 십여차례.


잃어버린 세월을 되돌려 좋았던 시절로 돌아가고자 MB, 무진 애를 썼으나 국민들의 원성만 높다.


그렇게 다시 닫힌 문과 이전과는 다른 몽둥이를 들고 주고받는 공방에 사람들이 심한 피로를 느낄 무렵, 두 사람이 ‘주적의 심장부’에 다녀왔다. 나름 정성스런 대접도 받고 큰 선물도 챙겨 돌아왔다.


앞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적어도 위 두 사람의 행보가 심각한 변화의 전조라는 데 이견이 없다.


2.
북미관계는 참으로 간단치 않다. 두 나라가 벌이는 쟁투는 보통 사람들의 상식으로는 짐작키 어려운 고난도의 방정식이 개입되어 있다는 걸 육감으로 느끼게 된다. 현상 타개는 양 당사자 모두의 바램인데, 지향하는 바가 정반대다. 미국은 북의 정복, 북은 미국의 개과천선. 사투는 여기서 비롯된다. 주고받는 공방들은 다양하다. 협상이면 협상, 위협이면 위협, 힘이면 힘.


오바마는 세간의 예상과 다른, 본인이 뱉은 말과는 영 다른 면모를 과시했다. 전쟁연습, 무기증강, 유엔결의와 제재, 지도부흔들기, 중국끌어내기, 이명박부추기기, 불량국가선전. 부시를 무찌른 그가 부시보다 한 수 위였다.


검은 부시의 공세에 마주친 ‘죄많은’ 상대, 북은 지난 세월의 그것과는 또 다른 카드를 한꺼번에 꺼내들었다. 은하2호, 지하핵실험, 미국의 독립기념일에 맞춘 7발의 미사일 발사, 그리고 ‘강성대국’ 큰소리. 자신들의 표현 그대로 초고압강경대응.


오바마의 선택은 무엇일까. 전쟁? 하늘에 인공위성 날리고 땅속에서 뭔지 모를 폭발실험을 해치우는 상대니 쉽지 않다. 제재와 고립? 중국은 결정적 대목에서 목마른 미국 편이 아니었다. 사상 초유의 경제위기로 한치 앞길 가늠키 어려운데 북은 아무런 지원 없이도 2012년 ‘강성대국’으로 간다며 ‘전투’에 여념이 없다.


두 명의 부시도 클린턴도 못해냈던 일. 세월이 흘러 이젠 더 ‘오만’해진 상대 앞에서 오바마, 망연자실이다. 클린턴을 보내 속내를 떠 보았지만, 아직도 미련이 많다. 어떻게 한 방에 무릎 꿇릴 수 없을까? 아무리 궁리해도 답이 없다. 쉽지 않다, 쉽지 않아! 아, 시간은 간다!사용자 삽입 이미지


3.
MB, 1년 여 참 분주했다. 10년을 굶었으니 먹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았다. 집권 첫해 형님 부시와 죽도 잘 맞았다. 


먼저 6.15를 밟았다. 10.4는 덤으로. ‘대남적화전략’에 이용당한 ‘용공이적문서’인 6.15공동선언은 내다버리고, 남북이 함께 할 일 잔뜩 담겨있는 10.4선언은 그냥 뭉갰다.


더 이상 끌려다니지 않고 버릇을 고쳐놓겠다며 잘 되던 개성공단 목조르고 금강산 문잠궈버렸다. 선제공격도 불사하겠다 호언하고, 무기 더 사와 쟁이고, 전쟁훈련 똑 부러지게 재촉했다. 오랜만에 물만난 장성들은 손목을 자르겠다며 뒷골목 건달 흉내도 서슴지 않았다. 나이적은 새 형님 오바마까지 부추겨주니 내킨 김에 21세기 전략동맹이요, 확장억지요, PSI요 신이 나 돌아갔다.


더욱이 ‘자유민주주의 체제 하의 통일’, 미국에만 가면 치켜든 깃발 아래 온 국민이 환호할 것 같았지만, 웬걸, 국민들은 남북관계 더 이상 망가뜨리지 말고 빨리 정책 바꾸라고 아우성이다.


오씨 형님도 클린턴을 보내 점수를 따니, 현정은을 보내 보았다. 그러나, 아직도 아쉽다. 국민들은 왜 ‘독재자’에겐 관대하고, 나의 이 원대한 꿈은 몰라주는지. 저 북쪽에서 곧 들릴 것 같던 ‘붕괴’의 굉음은 안 들려오고, 돈 벌게 해달라고 뽑아줄 땐 언제고 이젠 촛불들고 쏟아져 나와 물러나란 소리까지 해 대는지. 이 밤도 쉽게 잠들 것 같지 않다. 오씨 형님은 무슨 귀뜸을 안해 줄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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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피부색은 달라도 한 형제가 돼버린 두 사람이 어떤 마음을 먹든 우리 민족의 보금자리 한반도에 평화와 통일은 깃들고야 말 것이란 확신이 드는 요즘이다. 그것이 우리의 바램이 아닌가. 이젠 시간도 많이 흘렀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제 발로 물러서는 맹수는 없다. 우린 무엇을 해야할까.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요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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