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타고난 민변’ 민변의 신입회원 고윤덕 변호사

2009-11-15 241

 

[본인의 요청에 의해 사진을 게재하지 않습니다]

가을비라 하기엔 차갑고 겨울비라 하기엔 이른 비가 내리던 날, 법무법인 시민 사무실에서 고윤덕 변호사님을 만났다. 서로 처음 해 보는 인터뷰에 너무 긴장했던 인터뷰어와 인터뷰이. 하지만 사무실에서 여자 셋이 모여 질문하고 답하는 사이, 부담감과 긴장감은 금세 사라지고, 서로 크게 웃으며 즐겁게 질문들을 던지고 답했다. 간결하고 탁탁 던지는 듯. 하지만 딱딱하지는 않은 말투. 인터뷰의 질문에 당당하고, 자신의 뚜렷한 신념을 보여준 고윤덕 변호사님.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오늘 나눴던 이야기를 이것저것 떠올려본다. 그리고 생각한다. 아, 이 분은 정말 ’타고난 민변’이구나. 하고.

>민변의 신입회원이시라고 들었습니다. 민변의 회원으로 가입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특별한 계기는 없어요. 변호사로서의 사회에 대한 책임감. 사회활동을 통해 내가 공부한 것들을 나눠주어야겠다고 생각했고, 변호사가 되면 민변활동을 해야겠고 생각했기 때문에, 당연하게 가입을 하게 된 것입니다. 마음은 있는데 바쁘다는 이유로 아무래도 처음 마음과 같이 할 수 없게 되는 경우도 있고, 공익활동을 모여서 하면 좋잖아요.


>민변의 12개의 위원회 가운데서도 노동위를 선택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연수원 수업에서도 노동법 공부를 했었고, 사법고시 과목 선택을 할 때도 노동법을 선택했어요. 같은 사무실에 계시는 강기탁 변호사님이 변호사가 풀어주는 노동법 책을 개정하는 작업을 하고 계신데, 2주에 한 번하는 스터디에 와 보라고 하셔서 몇 번 갔다가 노동위원회까지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노동위에 계신 모든 분들이 정말 훌륭하고 아는 것도 정말 많으세요. 매주 수요일에 중국집에서 하는 노동위 모임이, 정말 진지하시더라고요.


>민변에서의 1년을 돌아본다면?

‘이럴 줄 알았다.’ 내가 공부가 부족했던 것들 때문에 고생할 줄 알았다는 걸 느꼈어요. 그런데 1년 동안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어요. 어려운 점들도 있었지만. 그런데, 어떻게든 되더라고요.


>촛불시위 관련재판을 변론하고 계신데요.

사실 제가 진행했던 촛불재판이 그렇게 큰 건 아닌데… 민변을 통해서 받으면 당사자가 된 느낌이 들어요. 신경이 쓰이죠. 사실 우리(변호사)는 대리인인데. 당사자와 대리인 사이에는 온도차이가 있는데. 분명 촛불재판이 특수성은 있어요. 물론 대리하는 입장에서는 쉬운 게 없죠.


>고윤덕 변호사님의 학창시절이 궁금합니다.

학창시절이라면 언제를 말하는 건가요? 대학생 때? 특별히 말할 것은 없고요. ‘시의적절 하다’는 말을 하잖아요. 전 그런 게 없었어요. 남들은 다 미팅할 때, 저는 다른데 가있고. 남들은 공부해볼까? 하는 때 저는 다른 거에 빠져서 하고 있고. 이런 식으로 가서 타이밍이 잘 안 맞죠. 인생의 타이밍? 대학교 1,2학년 때는 사람들 만나는 게 너무 좋아서. 지금은 여러 봉사활동 동아리 많잖아요. 제 때만 해도 그런 게 별로 없었는데. 장애인운동 하는 동아리, 법대 철학회 하면서 여기 저기 다녔던 것 같아요. 그리고 나서 3,4학년 때는 그 때는 검도한다고, 운동한다고 법대 신문 만든다고 다니고. 공부는 좀 늦게 시작했죠. 4학년 때. 전혀 타이밍이 안 맞죠. 1,2학년 때는 사람들과 같이 놀았는데. 3,4,학년 때는 혼자 놀았다고 해야 하나?


>사진에도 흥미가 있으시고, 잘 찍는다고 하시던데요.

아마도 카메라를 보고 그런 것 같네요. 그냥 남들처럼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정도입니다. 요즘 사진 찍는 거 취미로 많이 하잖아요. 저라고 별로 특별할 것은 없지요. 남이 잘 하지 않는 것을 한다고 특이하게 보는 경우도 있는데, 보통 젊은 여자들 가운데 등산을 취미로 가지고 있는 사람이 별로 없잖아요. 그런데 등산 다니다 보면 많이 만나요. 누가 이렇게 등산열풍이 불 줄 누가 알았나요? 특이하다 싶은데 나중에 보면 비슷한 사람들이 드러나지는 않지만 있더라구요.

>항간에서는 시민 김선수 변호사님과 주말마다 산행을 가시는 것을 보고, 신입변호사라 차마 못가겠다는 말을 못해서 따라가는 것 아니냐고 안타까워하는 분도 계셨는데, 산을 좋아하셨던 거였군요.

항간에서는, 이건 거의 자백인데. 산을 좋아하기 때문에 채용이 된 거다. (웃음) 좋아해요. 주말엔 약속도 없고. 산에 안 가면, 주말이 그냥 기록 하나 싸들고 집에 가서 뒹굴뒹굴 하다 끝나더라고요.


>전국 방방곡곡 중 어디가 제일 좋으셨어요?

한라산 좋았고요. 주왕산도 좋고.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는데 저에게 지금은 단풍의 계절이거든요. VJ특공대 같은데 보면 단풍철에 단풍산행 하면서 태극기 펄럭이고 이런 거 있잖아요. 예전에는 ‘왜 그러나.’ 그랬는데 가보니까 좋더라고요. 


>최근에 다녀오신 곳 중 에서는 어떤 곳이 좋았나요?

다 다녔다니까요. 영남 알프스도 가고, 지리산 둘레길도 다녀오고. 일주일에 한 번씩 다녀요. 그러니까 주말에 다른 약속이 없는 거죠. (웃음)


>지리산을 씩씩하게 완주하셨다고 황희석 변호사님이 깜짝 놀라셨다는데요. 체력도 좋으신 것 같아요.

천천히 가면 돼요. 사실 저는 혼자 가는 걸 좋아하는데, 요즘 함께 다니는 분들 평균연령이 50대. 그 점이 조금 안타깝기는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서 나가세요. 하지만 저는 제 페이스대로 천천히 가면 됩니다. 


>굉장히 매력 있는 분인 것 같아요. (강진향 인턴) 그런데 왜 아직 미혼이신지? (장연희 간사)

똑같은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보십시오? 그냥 넘어가고 싶지 않습니까? (웃음)


>나름 이 뉴스레터 많은 사람들이 보거든요. 혹시 공개PR 하실 계획 없으세요? ‘이렇게 멋진 여자다’하고.

그건 아니죠. 지금까지 남아있는 이유가 있겠죠. 나는 나름의 현실감을 가진 사람입니다. 다만 ‘아직까지 나에게 왜 남자가 없을까’를 생각하는 것 보다는 ‘아직까지 왜 내 눈에 띄는 남자가 없을까’를 생각하는 편이 저를 위해서 조금 낫다는 거죠. 거기까지. (웃음)

>1년이 지나고 나서 앞으로 더 많은 활동이 더 기대되는 변호사님이신데, 앞으로 민변에서 어떻게 활동하실 건지에 대한 각오나 포부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각오나 포부를 가지고 활동을 해야 하나? 처음에 말씀드렸다시피 변호사로서의 사회적 책임이라던가, 전문적인 지식을 조금이라도 나눠서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 내가 조금 헌신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민변을 같이 했던 것이기 때문에 큰 각오 포부는 없습니다. 다만 제가 스스로 업무를 하면서 뭔가 더 많이 알아가고, 경험도 더 쌓고, 그렇게 한 후에 자연스럽게 민변의 활동을 통해서 도움이 필요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랐던 것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촛불재판 변호인단으로 참여하기도 하고 접견도 가게 되었지요. 일단 열심히 하고 오기는 했어요. 그런데 뭔가 조금 미진한 것 같기도 하면서. 아직까지는 부족한데 이런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을 좀 했죠. 내가 일정 정도의 수준이 되어서, 누구한테 나누어주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었는데 지금까지는 실질적으로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도 잘 모르겠고요. 그 부분에 대해서 선배변호사님들께 의논을 드리니까 그런 게 어디 있냐고 하시더라고요. 그냥 어떤 데에 관심을 가지고, 보다 나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 힘을 쏟다보면. 그 과정에서 너도 배우고, 얻는 것도 있고 하는 거지.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맞는 말씀이긴 한데. 그렇기 때문에 민변 활동을 각오라던가 포부라던가 이런 건 뭐…(웃음)


>민변활동을 하면서 이 사람은 좀 더 알고 싶다 하시는 분이 있나요?

난 그게 없는데. (웃음) 그러니까 남자가 없지. 다 좋으세요. 개인적으로 보면 콕 찍어 누군가를 알고 싶다. (생각) 릴레이처럼 가는 건가요? 아니 저 사람은 뭐하는 분인데 맨날 밥만 먹고 가? 이런 거? (웃음)


>변호사님 중에 롤 모델이 있으신가요?

그런 거 없어요. 일단 너무 훌륭하셔서. 열심히 활동하시는 분들이 있잖아요. 박주민 변호사님 같이, 무슨 일이든 열심히 참여하시는. 그런데 아직 롤모델은 아니고요. 제가 참 어리석은 게, 경험하지 않으면 잘 믿지를 않아요. 그런 게 어디서 나타나나면, 전체적으로 거시적인 안목을 가지고 대비하는 거,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를 짜서 모든 것을 방어하려고 하는 것은 공상의 산물이고요 현실은 항상 예측할 수 없는 데로 흘러가고 하니까. 그 때 그 때 최선을 다하고, 일단 해봐야지 알고. 피하지는 않는데. 그래서 롤모델을 딱 찍어라 하면 한 5년 정도 지나면 롤모델을 ‘이 사람이다’ 하고 잡을 수는 있을 것 같은데. 아직까지는 저희 사무실에서 같이 일하시는 김남준 변호사님이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되는데. 항상 행복한 표정을 갖고 계시고. 적극적이고, “믿어. 믿으면 그대로 돼”. 라고 말씀하시는 분이죠. 자기개발을 위해서 계속 노력하시고.


>뉴스레터를 통해서 더 말씀하고 싶으셨던 건 없으세요?

민변 변호사님들 다 열심히 일하시는 건 아는데 메일이 너무 많이 와요. (웃음) 용량이 부족해요. 너무 휙휙 지나간다고나 할까? 일이 많죠. 이건 참 아쉬운 부분이기도 해요. 어떤 사안을 딱 받았을 때 ‘그래, 이런 것도 있지. 할까? 관심을 좀 가져볼까?’ 하는 사이에 삭 지나가버리는 거죠. 아직까지 경험이 많지 않은 변호사이기 때문에 결정을 내리기까지 시간이 좀 걸린답니다.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 극복하게 되겠죠.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