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의 인터뷰] 미네르바 무죄 판결의 주역, 김갑배 변호사 인터뷰

2011-01-17 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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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와 미네르바

1. 최근 전기통신기본법상 허위사실유포죄 위헌결정로 많은 기사면을 장식하셨는데요. 이 결정을 이끌어낸 주역으로서 전제사건인 ‘미네르바 사건‘을 처음 접하셨을 때 어떤 심정이셨는지요. 변호를 나서 맡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미네르바로 불리우는 박씨는 2008년초부터 ‘한국판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진다’는 등 정부 경제정책에 관해 인터넷에 모두 280여건의 글을 올렸다. 검찰은 이 중 2편의 글을 문제 삼고 구속영장까지 청구하면서 “인터넷을 통해 국민들을 혹세무민했고 외환시장을 교란, 국가신인도를 하락시켰다”고 죄를 물었는데, 법원도 ‘사안이 중대하다’는 극히 이례적인 이유를 붙여 박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여러분도 이미 잘 아시다시피 그 과정에서 신영철 서울중앙지법원장(현 대법관)은 영장과 재판 등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기도 하였다. 정부 비판적 의견에 재갈을 물리는, 명백한 정치적 탄압이었다. 평소 표현의 자유에 관심이 많던 나로서는 모른 척 있을 수 없었다. 미네르바의 유․무죄 여부가 그 개인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표현의 자유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해 변호를 맡기로 결심했다.


2. 굉장히 많이 들으신 질문일 테고 어쩌면 변호인으로서는 뻔한 질문이지만, 미네르바 사건의 무죄판결을 당시 예상하셨나요?


A. 솔직히 예상하지 못했다. 물론 말도 되지 않는 수사와 기소였지만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등 진행되는 경과들이 우리의 법적 판단과 예측을 어긋나고 있었기 때문에 법원의 최종 판단 결과를 확신하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미 사문화되어 있던 전기통신기본법상의 허위사실유포죄라는 위헌적 조항을 정치적으로 되살려 적용하고 무리하게 기소하였다는 점에 대하여 대부분의 법학자와 법조인들이 공분하고 있었고, 재판부가 냉정하게 법리로만 판단하여 준다면 마땅한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의 끈은 놓지 않았다. 미국과 독일 등 여러 외국의 판례를 찾아 연구하면서 치밀한 법리로 대응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였다. 무죄판결 당시 재판부 역시 “법리적으로 무죄판단을 하였을 뿐 외부적 요소를 고려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법리적으로는 당연한 결과였다.


3. 무죄판결 당시는 물론 전기통신기본법 허위사실유포죄 위헌결정 당시 민변 사무실 분위기는 거의 축제와 같았거든요. 결정은 접한 직후의 소감을 말씀해주세요.


A. 이 법은 허위와 사실을 구분하기 어려운 국민들에게 규제대상이 아니라는 확신이 없는 한 입을 다물고 있어라.‘라는 족쇄로 악용되어 왔는데 이번 결정으로 민주사회의 건전한 비판기능이 원상태로 돌아온 것이다.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다만, 아직도 곳곳에 악용의 소지가 있는  법조항들과 새로운 법리를 개발(?)해가면서까지 국민의 목소리에 대하여 끊임없이 검열하려는 시도가 있다.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감시하고 대처해나가야 한다.


4. 변호사님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A. (이 사건과 관련 있기도 하고, 오늘날 표현의 주된 창구인 인터넷의 경우를 주로 해서 볼 때) 인터넷에는 하루에도 수십만 건의 의견들이 게시되고 있고-이러한 글 중에는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의 글도 당연히 있다-그 중 설득력 있는 글들은 다른 네티즌들이 동의하고 추천하여 조회수가 상위에 랭킹되기도 하고 누군가는 자신의 의견을 더 보태거나 다른 의견으로 비판하기도 한다. 마치 물이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소통현상이 활발한 것이 인터넷이고, 이로써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비약적 발전을 가져온 면이 있다. “인터넷 세대”의  등장으로 발생한 여러 사회문화적 현상들은 수많은 학자들에 의하여 연구대상이 되고 있고, 부정적 현상들에 대한 우려들도 긴 호흡으로 지켜보는 것이 표현의 자유 특히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는 상식이다. 이는 학문이 학문에 의하여 비판되고 극복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러한 표현의 영역에 법의 개입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는 순간부터 표현의 자유는 자기검열로 가속화되어 이내 사그라질 수밖에 없다.


미네르바 구속은 당시 국제적으로도 화제가 됐다. 로이터통신은 미네르바 구속을 ‘희한한 뉴스(Oddly Enough)’라고 소개했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한국에 표현의 자유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라고 썼다. 또 다른 해외 언론은 “박씨 구속은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에 한국 정부가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미네르바와 관련한 일련의 사태들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상식차원에서조차 납득할 수 없는 해프닝이었던 것이다.


 
-참여정부 시절의 활동 (과거사 규명위원 활동, 진실화해위원회 상임위원 활동)

1. 참여정부 시절, 정부 소속 위원회, 사법부 활동 등 많은 활동을 하셨습니다. 가장 보람 있었고 기억에 남는 활동이 무엇인지요? 그 활동들이 변호사님께 남긴 것은 무엇인가요?


A. 민변을 통한 공익활동들의 경험을 정부조직에서 보편적인 정책과 활동으로 구현하는 일은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특히 진실화해위원회에서, 과거 군사독재정권하에서 덮어지거나 왜곡된 사건들의 진실을 규명하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역사 속에 묻혀 있던 수많은 진실들을 목격하고 억울한 희생들에 대하여 뒤늦게나마 보상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지켜본 경험들은 아주 특별했다. 그 중 긴급조치와 관련한 실태분석과 조사의 결과들이 밑바탕이 되어 민변의 변호사님들의 노력끝에, 지난달 대법원 첫 무죄판결로 이루어진 것을 보면서 감회가 새로웠다. 아직도 미제로 남겨진 많은 진실들을 뒤로 한 채 진실화해위원회가 그 활동을 종료할 수밖에 없었던 것에는 안타까움이 많다.


현재는, ‘바로 오늘’ 우리 사회가 덮고 넘어가는 피 흘리는 진실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내 변호사로서의 남은 활동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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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선거에 출마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사상 처음으로 7명이라는 후보가 대거 출마했다고 들었는데요, 어떻게 출마하시게 되었나요.


A. 이번 정부 들어서면서 저를 비롯한 민변 변호사들이 많이 바빠졌다. 그 가운데서 변호사회 선거에 출사표를 던지는 일은 민변의 변호사님들조차 동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현재 기존 후보들의 모습들은 주저하던 나를 결단하게 하였다. 로스쿨 합격률 논쟁이 주가 되고, 150억원에 이르는 서울변호사회 예산이 고민 부족한 정책들의 형식적 집행에 소요되게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왜 나왔냐’는 질문에는 농처럼 말한다. ‘보다보다 못해서 나왔다’고.(웃음) 예전에 박재승 변호사님께서 대한변호사협회장으로 계셨던 당시, 상근 법제이사로 회무경험이 있다. 변호사회나 협회의 집행부가 되어, 개인의 경력에 자족하지 않고 제대로만 나서면,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


 지금 변호사업계에서는 변호사의 위상이 땅에 떨어지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워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많다. 변호사의 위상은 고급승용차와 사장님 의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변호사가 사회의 요구에 발맞추어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낼 때 세워진다. 협회의 법제이사로 있던 당시, 협회는 인권 침해적 사건들이 발생하면 진상을 요구하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밝혔다. 당시 검․경 등 여러 권력조직에 대한 견제기구로서 변호사협회의 위상은 명확했고 역할 수행은 사안별로 주효했다. 현재 변호사회나 협회의 목소리는 그저 이익단체의 목소리로 묻히고 있다. 이는 협회, 변호사회 스스로가 초래한 것이다. 경제적 문제 역시 시각을 달리 가져야 한다. 변호사업계의 경제적 어려움도 우리 사회 다른 경제현상처럼 양극화 현상으로 도드라진다. 투명하지 못한 수임구조, 전관예우 등 “변호사 숫자”를 경계하기 앞서 주목하고 해결되어야 할 고질적인 문제들이 있음에도 변호사의 대부분을 이를 보지 못한다. 이러한 문제를 지적하고 해결하기 위한 고민들을 공약에 담았다.


이번 선거에서 흥미로운 사건이 있었다. 1977년생의 30대의 젊은 경력의 변호사가 후보로 나섰다는 점이다. 실제 많은 젊은 변호사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고, 사실 그저 젊은 패기만으로 치부하고 넘어가선 안 되는 시사점이 있다. 그 젊은 청년 변호사 후보는 앞서 말한 변호사시장의 문제에서 젊은 변호사들의 위기감은 절박하다는 것을 증거하는 후보이다. 이러한 고민들을 효과적으로 수렴해서 제대로 안아주고 함께 풀어나가고 싶다. 내가 선거에 나선 주된 이유 중의 하나이다.



2. 그렇다면, 다른 후보들과 다른 어떤 공약을 가지고 계신가요?  회장에 당선되신다면 어떤 사업을 중점적으로 계획하고 계신지요?


A. 우리 캠프의 선거 모토는 “신뢰가 밥이다”이다. 말씀드렸듯이 다른 후보들의 여러 정책과 공약이 밥그릇을 위한 찰나적인 대처에 불과한 반면, 우리는 변호사로서의 제 역할을 찾아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야 말로 변호사의 밥줄을 견고하게 하는 것이라는 점을 드러내고 있다.


권력을 견제하고 인권감시를 하는 기본적 역할에 대한 사회의 요구를 공약에 담아서 ‘상시적 법정모니터링제도’ 및 ‘법관평가제’ 등의 내용을 마련하였으며, ‘보건소와 같은 법률센터를 마련방안’ 과 법률복지제 강화와 연결한 변호사 강제주의 실시추진’ 등으로 국민의 요구와 회원의 요구를 함께 담는 공약도 있다. 또한 청년 변호사들의 일자리 문제에 대하여서는 -막연히 숫자제한만 주목하는 뜨기 쉬운 모래삽은 지양하고- 전문헤트헌터의 상담을 전제로 한 job center 설치하고, 공무영역(사법보좌관, 법무영역, 경찰영역 등)의 변호사 채용을 확대하여, 단순히 일자리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행정의 준법성감시 및 대국민 공무서비스질 향상까지 도모하는 계획도 담고 있다. 또한 기존의 변호사회가 답습했던 회 운영 방식의 문제점을 분석하여 변호사외의 투명하고 공정한 운영을 위한 방안도 공약에 담았다. 변호사회는 변호사들의 회비로 운영되는 회원들의 단체이다. 한해 150억의 예산이 어떻게 집행되는지 회원들은 수시로 확인하고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


3. 결과를 낙관 하시나요?


A. 이제까지의 변호사회 선거는 학연과 지연을 매개로 한 득표 경쟁 활동, 경력이 있는 변호사들의 소위 ‘한자리’를 위한 결투과정에 불과하였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다를 것이다. 누구를 찍든 다를 바 없던 지난 선거와는 확연히 다르다. 선택할 대상이 주어진 것이다. 우리의 내실 있는 공약들을, 진정성을 무기로 회원들에게 제대로 설명한다면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변호사들은 기본적으로 합리적인 분들이다. 이제까지는 그 합리성을 선거에서 가동할 필요성을 못 느꼈던 것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남은 선거운동기간의 전략은 “그저 한 표만 부탁 드립니다”하고 간절하게 호소하고 악수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이렇습니다.”라고 우리를 제대로 보여주는 일이다.


만일 우리의 기대와 다른 결과가 있게 된다면, 그것은 나를 다 벗어 보여주지 못한 탓, 우리의 설명이 부족했을 탓이라고 보고 있다(웃음)


 -마지막으로


민변 회원들과 뉴스레터 구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A. 선거 이후 나는, 여전히 민변의 변호사로서 고민하고 살 수도 있겠지만, 서울지방변호사회라는 변호사 조직에서 전체 변호사를 위한 고민을 주로 하고 있을 수도 있다. 만약 전체 변호사들을 위한 고민이 주가 되는 그곳에 있더라도, 모든 정책과 집행의 방향은 “국민”이 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진정 변호사의 위상을 높이는 길이고, 개개인 변호사들의 발전을 꽤하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분이 격려해주시고 감시해 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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