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의 활동] 일본민주법률가협회 민변방문 참관후기

2012-05-10 170


일본민주법률가협회 민변방문 참관후기




글_정소연 변호사


 


2012년 4월 27일 오후 두 시, 일본민주법률가협회 분들이 민변 사무처를 방문하셨습니다. 일본민주법률가협회는 도쿄 신주쿠에 사무국을 두고, 1961년 10월에 결성되어 반세기 동안 헌법 옹호, 평화, 민주주의, 인권, 사법의 민주화를 위해 노력해 온 단체입니다. 법률가 모임으로 여러 사회 운동에 참여하는 한편, 《법과 민주주의》라는 기관지를 매달 출간하며 이론과 실천의 조화로운 발전을 모색해 왔다고 합니다. 민변에 선물로 가져온 50주년 기념호에는, 창간호부터 50주년 기념호에 실린 모든 법학 논문이 담긴 DVD도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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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담회는 각자 소개, 민변 회장님의 환영사로 시작되었습니다. 소개에서는 변호사님들 뿐 아니라 직원 분도 이십 년이 넘게 일민협에서 꾸준히 함께 일해 오셨다는 점, 변호사 뿐 아니라 재판소 서기관과 같은 법조계의 다른 직역 분들도 함께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깊었습니다. 일본민주법률가협회측이 사전에 서면으로 보내온 네 가지 질문에 민변 변호사님들이 순서대로 답하고, 일본 변호사님들이 그에 대해 다시 질문하는 순서로 진행되었습니다.


 


첫 번째 질문은 우리나라 헌법재판소가 일본군 종군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위헌임을 확인한 결정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이와 같은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재판소가 사법적 판단을 내렸다는 것에 놀랐다고 합니다. 이러한 결정이 보여주는 ‘(일민협의 표현을 빌리자면)의젓한’ 결정이 가능했던 배경을 물었습니다.


 


이 질문에 대해서는 장완익 변호사님이 답변하셨습니다. 2000년에는 유사한 사안이 각하되었다는 점과, 질문내용에는 없었지만 이번에는 원폭피해자들에게도 같은 결정이 내려졌다는 점을 우선 설명하고, 이번 변화가 가능해진 시간적인 맥락과 사회적인 공감대, 기본권의 수호자로서 헌법재판소가 내린 결정의 구체적인 내용을 말씀하셨습니다. 외교 문제라는 이유로 양국 모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자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해 헌법재판소가 행정부작위에 대해 위헌 확인을 했다는 점에 이 소송의 의의가 있다고 설명하셨습니다. 일본 변호사님들은 행정부작위에 위헌 확인이 가능하다는 점에 깊은 인상을 받으신 것 같았습니다.


 


두 번째 질문은 민변이 한 소송활동을 통한 정책 형성, 인권 구제활동으로 어떤 것이 있었고 그 과정에 어떤 성과와 고생이 있었는지에 대해서였습니다.


 


이 질문에 대해서는 이혜정 변호사님이 답변하셨는데, 지난 2008년 촛불시위 때 장에서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 활동하고 변론하는 한편, 쇠고기 수입고시가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한다고 하여 약 십만 명의 시민청구인단을 모아 헌법소원을 청구했던 사건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이 헌법소원 청구에 대해 일본 변호사님들의 반응이 정말 뜨거웠습니다! 십만 명의 소송을 대체 어떻게 진행했는지, 서류 작업이 엄청났을 텐데 어디에서 작업했는지 등 실무자가 생각할 수 있는 일들을 상세히 물으며 감탄, 또 감탄하셨습니다. 바로 여기, 민변 사무처에 여러 사람이 모여 며칠 동안 철야 작업까지 하며 서류를 준비했다는 이야기에 무척 깊은 인상을 받으신 것 같았습니다. 민변이 명실상부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노력하는 변호사 모임이라는 사실이 무척 자랑스러웠습니다.


 


큰 질문에 상세한 답변, 또한 답변에 대한 재질문으로 간담회가 길어졌습니다. 그래서 세 번째 질문과 네 번째 질문은 짧게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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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질문은 한국의 형사사법제도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한국의 국민참여재판제도의 실상이 어떠한지, 일본에서는 구속, 구류에 의한 자백강요로 인한 인권침해, ‘조서재판’, ‘볼모재판’ 이라는 비판이 있고,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기 어려운 현실이 문제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어떠한지를 물어보셨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김남준 변호사님이 답변하셨습니다. 우선 이번에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제도의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하셨습니다. 한국에서도 조서재판과 재심 문제가 있습니다. 한국의 조서재판 문제는 일제시대에 재판관들은 일본인이고 피고인들은 한국인이었기 때문에 말이 통하지 않아 서면을 통해 재판을 한 역사적인 배경이 있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한국이 공판중심주의로 형사소송법을 개정했지만, 여전히 형사절차에서 인권침해의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셨는데, 일본의 형사재판절차에서 문제되는 부분과 비슷한 점이 많아 일본 변호사님들이 “우리와 같군요.”라고 자주 말씀하신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네 번째 질문은 한국의 사법개혁에 대해서였습니다. 법조일원화와 로스쿨 제도 도입, 변호사 수 증가가 국민의 권리 향상에 정말 긍정적인지에 관한 질문이었습니다. 일본에서는 변호사의 수가 늘어나면서 많은 변호사들이 인권에 관심을 가지기보다는 오히려 조금이라도 돈이 되는 기업에 관한 일만을 하려고 하는 현상도 있다고 합니다.


 


이 질문에 대해서는 김선수 회장님께서 답변하셨습니다. 우선 한국에서는 이제 막 로스쿨 1기가 나오며 아직 사법개혁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 평가를 하기에는 이르다는 것을 전제하셨습니다. 로스쿨 제도 도입으로 변호사 수가 증가하여 법률서비스 접근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시장의 한계와 별도로 변호사의 수를 줄이는 방향의 역개혁은 국민들의 동의를 얻기 힘들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한편으로 로스쿨의 높은 학비가 비판받고 있는 바, 민변에서는 장학금 제도를 확충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힌 적이 있다는 점도 말씀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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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도 로스쿨은 있지만, 한국과 같은 법조일원화 제도개혁은 없어서 법조일원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일본 변호사님들이 제도의 구체적인 운영방식에 대해 자세히 물어보셨습니다. 법조일원화의 구체적인 내용에 관한 추가 질문이 있어, 판사가 되기 위해 앞으로는 법조경력 3년이 필요하며 이 경력요건이 순차적으로 5년, 7년으로 늘어난다는 점, 법조경력에는 변호사 경력 뿐 아니라 국가기관 등 유관분야 경력도 인정된다는 점 등 실무적인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일본민주법률가협회는 민변과 처음 교류를 모색하는 단체라고 해서, 간담회가 양측의 지금까지 활동을 간단히 소개하고 가볍게 안면을 익히는 자리이리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행사는 송무부터 제도개혁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분야에 대해 진지하게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으며 세 시간 반 가까이 진행되었습니다. 민변 변호사님들이 질문에 답하며 민변이 맡아 온 사건, 해 온 역할에 대해 자신 있게 말씀하시는 모습, 일본 변호사님들이 가져온 자료를 뒤적이고 민변 변호사님들의 답을 받아 적으며 열정적으로 논의에 임하시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법제 또한 유사한 일본의 법률가 단체와의 교류가, 아시아 지역에서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는 변호사들의 연대에서 민변의 역할을 더욱 확대하는 계기가 되리라는 기대를 가져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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