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의 활동] ‘사립학교 비리, 이대로 둘 것인가?’ 토론회 참석 후기

2012-08-16 93


‘사립학교 비리, 이대로 둘 것인가?’ 토론회를 다녀와서


글_8기 인턴 김민태



10년전쯤 ‘두사부일체’ 라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어느 조폭(조직폭력단)이 가방끈이 짧다는 이유로 졸업장을 따기 위해 착한 고등학생으로 돌아가 겪게 되는 좌충우돌의 에피소드들을 다룬 코미디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조폭의 눈에서도 사립학교 이사장의 폭력과 침묵하는 여러 교사의 비극 그리고 피해 받는 학생들의 고통은 그대로 넘길 수는 없는 것 이였고 결국 이들과 전면적인 대립을 일으키게 되는 내용의 영화였습니다. 당시엔 그저 코미디 영화라 생각하며 웃고 즐긴 것 같은데, 정말 그것은 그저 가상 스토리의 영화일 뿐이었을까요. 안타깝게도 우리는 10년이 지난 지금 ‘사립학교 비리, 이대로 둘 것인가?’ 라는 주제로 토론을 시작하려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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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회관에서 이루어진 ‘사립학교 비리, 이대로 둘 것인가?’ 토론회 현장




토론회는 ‘초중고사립학교의 비리 현황과 개선 방안’ 과 ‘비리사학에 대한 행, 재정적 제재방안과 사학 관련법 개정 과제’ 에 관한 발제로 시작하였습니다. 우리나라의 사학비중에 대한 통계가 상당히 놀라웠습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사학의 비중이 굉장히 높은데 중학교의 사립 재학 학생 비율은 20.6%로 OECD 국가 평균인 14.1 %보다 높고 고등학교는 51.8%가 사학으로 OECD 평균 20.1%의 두 배를 넘는 현실이라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즉 전국의 고등학생 중 반절은 사실상 사학에 맡겨져 있다는 것입니다. 고등학교시절 사립학교를 다니는 친구들이 많다는 것은 느꼈었지만 실제로 사립학교 비중이 공립학교보다 크다는 사실은 꽤나 충격이었습니다. 그러나 더 큰 충격은 교육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사학의 부정부패가 생각보다 깊고 넓다는 것 이였습니다.


토론회에서는 이러한 사학의 부정부패 문제의 유형을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누어 살펴보았습니다. 회계장부를 통한 비리, 물품구매나 시설공사를 통한 횡령이나 금품수수, 학교 재산을 사적으로 전용하거나 횡령 등 학교 재산의 불법처리, 교직원 채용비리, 학생 학부모 납부금 횡령이 대표적인 문제들이라고 합니다. 쉽게 생각해 볼 때 학교 운영 중 가능한 모든 통로들을 동원해서 이윤을 챙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토론회장에서 느꼈던 큰 충격은 단순히 어떤 학교의 이사가 몇 억을 횡령했다는 사실 이전에 근본적으로 학교가 진정으로 학생들을 위한 교육기관으로서의 학교로서 운영되고 있지 못하다는 문제였습니다. 즉 교육의 장이여야 할 학교가 버젓이 학교라는 탈을 쓰고 이윤추구의 기업으로서 존재하고 학교의 이사장은 교육기관으로서 학교를 꿈꾸는 학생들과 교사들을 인사권과 재정권이라는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억압하고 있다는 문제입니다.


 


토론회를 통해 살펴본 사립학교 비리와 문제의 원인은 크게 이사장의 권력과 비리를 막기 위한 내부적, 외부적 장치가 부재하고 현재 사법부의 판결도 사립학교 측의 부정이나 비리에 상당히 완화된 처분으로 그치고 있다는 사실에 있었습니다. 이사장은 학교임원에 대한 인사권을 쥐고 사실상 학교를 통제하고 있으며, 이를 견제해야 할 개방이사는 사실상 학교운영위원회와 재단의 추천으로 구성된 개방이사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견제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토론회에서는 이러한 개방이사의 문제를 막기 위해 ‘공익이사’ 를 두어 국가가 직접 이사를 파견하고 실질적 부정을 견제해야 한다는 대안이 제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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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에는 지정 토론자 분들 외에 여러 선생님들 학부모님들이 참여해 주셨습니다.





또한 실질적으로 사립학교에 대한 시도 교육청의 감사에서 문제가 적발되어도 해당 징계사안을 학교가 받아들이지 않는 문제도 있습니다. 즉 이사회에서 해당 징계사안을 경감시켜버리거나 묵살해 버리는 것이 가능하며 때문에 실질적인 외부적 재재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이것에 대해 보다 직접적인 징계의 방식으로 해당 학교에 대한 국가적 재정 지원을 줄이는 방식도 논의되었고 실질적으로 자립 능력이 없는 사학들은 공영형 학교(반공립반사립)로 전환하여 공교육의 체제에 가깝게 편입시켜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되었습니다.


 


더불어 송상교 변호사님께서 사학에 대한 법원의 판례분석을 통해 사립학교 이사의 비리문제에 대한 법적인 강한 제제가 어렵다는 문제도 제기하셨습니다. 현 사법부의 판단은 법인이 학교 운영에 중대한 장애를 야기하지 않았다면 큰 문제가 아니라는 취지를 일관하고 있기 때문에 금전적인 문제를 학교 이사에 대한 해임사유로는 보고 있지 않다고 합니다. 하지만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이러한 금전적인 문제가 곧 학교의 시설이나 교육 자제 교육 서비스에 대한 질의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학교운영에 분명한 문제사유가 된다는 의견이 다수 제기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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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참여해주신 민변 교육위 하주희, 탁경국, 이명춘 변호사님 (왼쪽부터)


 


사학이 무조건 나쁜 것이라 말 할 수는 없겠습니다. 각 사학들의 고유한 설립취지와 이념은 높게 사야할 것입니다. 문제는 사학자체가 아니라 현 상태에서는 사학의 비리나 부정부패가 발생가능성이 높다는 것이고, 이에 대한 사전적 제제 사후적 제제 역시 미비한 상태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학교는 우리나라의 10대의 청소년들이 사회를 배워가는 첫 공간입니다. 이러한 공간이 권력과 비리에 노출되고, 이로 인해 학생들 자신이 그 피해자가 되어버린다면 우리는 이 공간에서 더 이상 올바른 교육과 올바른 사회를 논할 수 없을 것입니다. 10년 전에 탄생한 ‘두사부일체’란 영화가 이제는 우리 사회에서 영원히 ‘영화’로만 기억되길 기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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