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정부는 교사와 공무원에 대한 획일적 징계 방침을 즉각 철회하라

2010-05-24 86

[성명]


 


정부는 교사와 공무원에 대한 획일적 징계 방침을


즉각 철회하라


 


교육과학기술부는 민주노동당 가입과 정치자금 기부 등 혐의로 검찰이 기소한 183명 가운데 현직 공립학교 교사 134명을 파면·해임하고, 사립학교 교사 35명을 해당 학교 재단에 파면·해임 요구하며, 기소유예된 4명도 정직 등 징계를 하겠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도 같은 혐의로 기소되거나 기소유예된 89명 전원을 파면·해임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정당 가입이나 후원을 이유로 개별적인 사실관계나 사유도 고려하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배제징계를 하겠다는 것은 천만부당한 것이다.


 


첫째, 이 사건은 수사 초기부터 민주노동당 서버에 대한 불법 해킹 등 압수수색 요건과 절차를 위반한 불법수사라는 문제제기로 얼룩졌으며 사실관계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았다. 이처럼 법원의 법적 판단을 구하는 검사의 기소만 이루어졌을 뿐, 징계사유에 대한 사실 확정은 물론 수사의 위법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사건이다. 검사의 기소만을 근거로 중징계처분을 하는 것은 징계의 입증책임에 배치되는 부당한 징계이다. 나아가 사안별로 구체적인 고려도 없이 획일적인 징계를 하겠다는 것은 ‘개인행위책임 원칙’에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이다.


 


둘째, 게다가 징계부터 해놓고 사실이 아니면 법원에서 복직소송으로 다투라는 정부의 묻지마 식 태도는 그 자체로 징계의 부당성을 반증하는 것이다. 나아가 이는 현 정부에 비판적인 세력에 대한 보복조치이자 지방선거와 교육감선거를 코앞에 둔 상태에서 견제세력의 손발을 묶겠다는 것으로서 부당한 선거개입행위이다.


 


셋째, 이는 징계권자의 인사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월권행위이다. 징계권자는 교사의 경우 각 시도 교육감, 공무원의 경우 각 소속 단체장이다. 그런데 교육과학기술부나 행정안전부가 개인의 행위 여부나 정도와 무관하게 기소자들에 대해서는 일괄 배제징계, 기소유예자에 대해서는 정직으로 그 징계 여부와 수준을 미리 정하고 감경도 금지하는 등 징계양정 기준까지 미리 정하는 것은 정부가 나서서 징계권자의 인사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또한 지방선거를 통해 선출될 새로운 단체장과 교육감이 판단할 일에 부당하게 간섭하는 일이다.


 


넷째, 공무원은 직무상으로는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중립적 지위를 가지나, 다른 한편으로는 기본권의 주체인 국민으로서의 지위를 가진다. 공무원이 정권에 복종하는 충복이어야 한다는 발상은 군주국가나 독재국가의 잔재이며 이들이게도 국민의 지위에서 직무와 무관하게 정치적 기본권은 보장되어야 한다. 외국 입법례에서도 정당가입이나 후원회비 납부 등은 개인의 정치적 권리로서 보장하고 직위를 이용하여 정치적 영향력을 미치는 행위만을 금지하고 있으며, 최근 방문한 유엔 특별보고관도 한국의 기본권 상황 등에 큰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지 정당가입이나 후원회비 납부를 이유로 파면·해임하겠다는 것은 세계적 추세에도 역행하는 교사·공무원의 정치적 자유에 대한 과도한 탄압임이 분명하다.


 


정부의 이번 교사, 공무원에 대한 획일적인 징계방침은 절차적으로나 실체적으로 징계원칙에 반하는 부당한 월권행위이다. 또한 현 정부에 비판적인 교사와 공무원을 삶의 터전에서 축출하여 생존권마저 빼앗겠다는 것으로서 교사, 공무원의 사회적 존재를 부정하는 독재국가의 발상에 다름 아니다. 이에 우리는 정부에게 교사와 공무원의 징계 방침을 즉각 철회하고 부당한 선거 개입을 중단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2010년 5월 24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백 승 헌

첨부파일

0524_[성명]정부는 교사와 공무원에 대한 획일적 징계방침을 철회하라_사무_05.pdf.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