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7월 월례회 강연자료

2008-07-24 156

 

대한민국 네티즌. 누구이고 어디로, 무엇을 향해 가는가?




곽동수 (한국싸이버대학교 컴퓨터정보통신학부, savin64@naver.com)






2008년 7월 정부는 인터넷 정보보호 종합대책을 내놓으며 건전한 인터넷 이용질서를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익명성 뒤에 숨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모욕하는 행위를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는 법무장관이 밝힌 “사이버 모욕죄”로 구체화된 모습이다. 이를 바라보는 입장은 개인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서로 다르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더 이상의 괴담은 없어야 한다며 나라를 불안하게 만든다고 걱정하는 보수측과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야 하며 반대하는 진보측 모두 네티즌을 만족시키지 못한채 겉돌고 있는 듯 하다. 그렇다면 과연 네티즌은 누구이며 어디로,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일까.




* 네티즌 그들은 누구인가?




TV을 보는 시청자, 라디오를 듣는 청취자, 그리고 신문을 읽는 독자 등의 연장선에서 생각한다면 네티즌은 인터넷을 사용하는 집단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포괄적인 의미보다는 ‘현실에서는 쉽게 밝히지 못할 개인의 진보적인 의견을 거침없이 밝히는 진보성향의 소수집단’정도로 네티즌을 받아들여 온게 사실이다. 장삿꾼, 투기꾼 등 사냥꾼 외에는 ‘꾼’이라는 글자가 들어간 단어중 긍정적인 의미의 단어를 찾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굳이 ‘네티즌=누리꾼’으로 바꾸어 부르는 배경에는 다소 시끄럽게 목소리 큰 논객 정도로 얕잡아 보는 우리 사회의 고정관념도 한 몫을 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문제로 시작된 촛불집회는 이같은 네티즌에 대한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초등학생부터 칠순 노인에 이르기까지, 거리로 나선 네티즌은 대한민국의 네티즌은 어느 한 테두리로 묶일 수 있는 특성은 사라진, 국민의 또다른 이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인터넷은 학교이며 놀이방이고, 은행이며 관공서이고, 토론장이면서 연예신문이고, 정보이며 오락인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국내 인터넷이 처음 도입된 것은 1994년으로 벌써 15년을 바라보고 있다. 초기에는 전화선을 이용해야 하는 불편함과 상대적으로 높은 비용으로 인해 소수의 IT관련자들만이 사용했지만, “인터넷 익스플로러”로 대표되는 월드와이드웹이 등장하면서 마우스 클릭만 할 수 있다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인터넷 항해를 그 누구도 부담없이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다.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지금, 이들은 더 이상 소수가 아니며 일부 집단에 머무를 수 없는 다양한 목소리를 토해내고 있다. 여기에는 한국의 독특한 문화도 한 몫을 하고 있다.




* 세계와 다른 한국의 컴퓨터 환경




사실 인터넷이 처음 개발된 곳은 미국이지만, 국내의 발전과정은 세계의 흐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컴퓨터가 처음 등장할 때의 수용자세부터 달랐기 때문이다. 개인용 컴퓨터가 처음 등장한 이후 미국과 유럽은 ‘효율성’을 전면에 내세우며 빠르게 전산화를 진행시켜 왔다. 여기에는 59달러 95센트같은 화폐제도의 차이가 영향을 주었다. 그저 숫자를 두드리는 것 만으로 알아서 합산, 평균, 할인에서 세금계산까지 다 해주는 컴퓨터의 등장은 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현대인의 필수품이 되게 했다. 그렇지만 우리는 한글과 영어, 한자와 다른 외국어들까지 하나의 도구내에서 표현할 수 있는 꾸밈의 도구로 받아들였고, 컴퓨터가 갖고 있는 다른 수많은 장점은 인식하지 못한채 활용을 제한시켜 버렸다.


자신이 직접 작성한 문서나 세금자료가 가장 소중한 데이터로 필요하면 언제든 꺼내보며 참고하는 외국과는 달리 그다지 중요한 자료도 없고, 악성 바이러스에 걸리면, 언제든 포맷해서 갈아 엎으면 그만이라는 활용의 차이는 인터넷에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최초의 개인용 홈페이지가 등장했을 때, 자신이 모아둔 관심분야의 자료를 공유하거나, 스타에 대한 팬 헌정페이지 등으로 꾸며지는 외국과는 달리, 우리는 개인의 사진과 프로필 정도가 고작이었고 콘텐츠보다는 커뮤니케이션에 주목해서 방명록과 게시판이 활성화되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갔다. 정보 공유는 97년 온라인 게임인 스타크래프트의 확산과 함께 활기를 띄기 시작했고, 2000년 ‘아이러브 스쿨‘의 광풍에 힘입어 이들은 처음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계를 경험하게 된다. 2년뒤인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디시인사이드 같은 편한하게 즐길 수 있는 커뮤니티가 활기를 띄면서 국민들은 일상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일탈의 기쁨을 경험하게 되었다. 이미 기성세대에 도전장을 낸 딴지일보 류의 사이트가 소수의 진보적인 집단이 제공하는 읽는 즐거움을 주었다면 디시인사이드는 모두가 함께 하는 놀이터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구분될 수 있다. 이어 네이버 지식인의 등장은 초등학교 방학숙제부터 노후 대비까지 교과서에서는 찾을 수 없는 정보의 갈증을 스스로 해결하는 계기가 되었고, 급기야 2004년 최고의 히트상품이 된 싸이월드는 미니홈피를 통해 사이버 머니, 도토리를 대중화시키며 확실하게 네티즌의 저변을 늘려 놓았다.




* 싸이월드, 블로그 그리고 아고라




사실 싸이월드는 우리 디지털 역사에서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개인의 자료를 분류하고 정리해서 쌓아두는 다큐멘테이션(Documentation) 문화를 갖지 못했던 우리로서는 모아둔 자료를 찾아보는 즐거움을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지만 1촌 파도타기를 통해 지인들의 미니홈피를 다녀야만 자신의 홈에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쌍방향 인맥관리는 무리해서 몰입해야만 결과를 거둘 수 있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었다, 그 결과 누적된 피로감으로 인해 몇 년이 지난 지금은 예전만은 못한 모습이다.




그저 관계만을 중시하던, 예쁜 장식으로 꾸며진 공간을 자랑하는게 기본이었던 싸이와는 달리 블로그는 보다 콘텐츠의 집중도를 높였고, 내용으로 사용자들을 끌어 모았다. 댓글이 또다른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으로 확실히 자리를 잡았고, 미디어 다음의 블로거 뉴스는 이런 점에 착안, 파워블로거를 통한 뉴스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2006년부터 불어닥친 UCC 광풍은 무소불위의 정보축이던 신문과 TV의 지위를 위협하게 만들었다. 인터넷이 연결되기만 한다면 아무 걱정없는 디지털로의 중심이동은 또다른 디지털의 상징, 휴대폰과 결합되며 상승효과를 가져왔다. 사진과 동영상이 더해진 디지털의 자유는 그간 어디서도 밝히기 힘들었던 개인의 생각을 정리하게 만들었고, 이는 차곡차곡 정리되며 인터넷의 힘을 키워나가게 만들었다.




자타가 공인하는 IT강국 코리아는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네티즌들이 스스로 만들어 나갔다고 볼 수 있다. 기업들은 빠른 통신만을 설치하거나 공간을 제시한 것 외에는 그다지 기여한게 없다. 오히려 어설프고 완성되지 않은 도구로 인해 사용자들은 이를 스스로 발전시켜왔고, 수익에 몰두해 사용자들을 이용하려 하는 모습이 보이면 알아서 다른 곳으로 옮기는 등, 기업과 정부는 대세를 읽지 못하는 실수를 저지르며 발목을 잡곤 했다.




* 웹 2.0의 거대한 기둥, 한국.




사용자가 만든 백과사전 위키피디아, 분실한 휴대폰 하나로 뉴욕시 전체가 발칵 뒤집어진 사샤 사건 등, 외국은 이제야 네티즌의 힘에 주목하며 공급자 중심의 시대는 끝나고 사용자들이 이끄는 웹 2.0이 열렸음을 주목하고 있다. 마이 스페이스나 트위터 등의 소셜 네트워크가 주목받으면서 국내에도 조만간 웹 2.0이 대중화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필자의 의견은 이와는 다르다. 한국 네티즌들은 웹 2.0이라는 말이 있기 전부터 이미 사용자의 힘을 느꼈고, 리더가 없이도 집단이 움직일 수 있고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디지털 다이나믹 파워를 체득했다. 웹 2.0이 가져올 미래는 이미 몇 년전부터 우리의 현재에서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에서 가장 긴 근무시간을 갖고 있는 직장인들은 눈치보기로 인해 할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살아왔다. 그저 아무개의 엄마로 이름잃고 사라가는 ‘많이 배운’ 엄마들은 결혼, 가정과 함께 접어야만 했던 꿈을 다시 찾아 나섰고, 0교시에서 야자로 끝나는 우리 청소년은 그들의 해방구를 인터넷에서 찾고 있다. 이런 모든 네티즌을 국민의 이름으로 모은 것은 바로 이명박 정부이다. 그 어떤 정책으로도 수면위로 끌어내기 힘들었던 네티즌 파워를 거리로 내몰았고, 한번 나온 힘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사는데 부족함도, 불편함도 느끼지 못하는 일부 소수의 기득권층을 제외하고는 전국민이 네티즌이 된 2008년의 대한민국 국민은 어디서도 해결하지 못한 갈증을 인터넷에서 얻고 있다. 이를 원동력/자원으로 볼 것인지, 철저히 관리해야 할 불순집단으로 볼 것인지는 전적으로 정부의 문제일 뿐이다. 동전의 앞면이 국민이라면 뒷면은 네티즌이다. 누리‘꾼’으로 싸잡아 보며 문제 있다고 손가락질 하는 대신, 이제라도 전체 국민의 의사임을 인식하고 태도를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


  


대한민국은 세계 그 어느나라보다도 네티즌의 성숙한 의식을 갖고 있다.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고가 안정되지 못함을 비난하기 보다는 이제라도 인정하는 태도가 절실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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