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5/1(화) 나의 서양미술 순례(창비)

2007-04-19 94

4.17. 공부모임엔 10명의 회원이 진지한 교감을 나눴습니다. 이제 모임이 어느 정도 자리 잡혀 항상 10여명의 회원이 ‘서로 다른 생각 나누기’를 행복하게 즐기고 있습니다. 아쉬운 것은 젊은 회원들이 좀 더 많이, 고정적으로 나와서 우리들의 생각을 훨씬 풍부하게 해주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물론 항상 참여하는 회원들은 모두 주관적으로 자신을 젊다고 생각하는 분들이지만, 객관적으로도 젊은 분들이 더 많이 참여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할 수만 있다면 주고 받은 말들을 항아리에 모아 모든 회원들에게 성수를 뿌리듯 전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짧은 글로는 그 풍부한 내용을 다 전할 수 없는 아쉬움 때문입니다. 진술조서와 증인신문의 차이랄까요? 글과 말의 차이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답니다.

‘희망의 인문학’은 우리가 공부모임을 통해서 구하려고 했던 것의 실체를 좀 더 분명하게 확인시켜주는 교재였습니다. 갈수록 인간을 소외시키는 현대사회에서 인문학이 필요한 이유를 재확인하는 것이지요. 책은 빈곤층에 대한 구제수단으로 시작된 미국의 클레멘트 코스에 대한 소개와 교육내용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저자인 얼 쇼리스는 빈민지역의 주민들이 거칠고 즉흥적이며, 마약과 범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이유를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처럼 ‘교양’되지 못했기 때문으로 진단합니다. 그래서 빈민들에게 중산층이 받는 교양의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클레멘트 코스를 만들었습니다. ‘교양’하는 것은 ‘정치적 삶’을 사는 방법입니다. 여기서 ‘정치’는 모든 삶의 영역에서 ‘성찰적인 사고’를 하는 것으로 정의합니다. 자기성찰을 할 줄 안다면, 빈민지역사람들의 감정적, 즉흥적 일탈을 통제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입니다. 실제 클레멘트 코스는 그러한 많은 성과를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정치적인 삶, 자기 성찰적 사고는 본능을 통제할 능력을 키워준다는 것을 실증한 것입니다. 이런 문제의식에 대한 여러 가지 의문이 제기되었습니다. 빈자 개개인에 대한 개별적 구제책이 될 순 있어도 빈곤문제를 해결할 근본적인 수단으로써의 한계가 지적되었고, 문제의식 자체도 책에서 언급된 원주민의 의문처럼 ‘인문학이 무절제한 본능을 통제할 수 있다면 인문학 교양이 풍부한 유럽인들이 신대륙을 점령하면서 인디언에 대해 야만적으로 처우한 것은 어떤 이유냐’하는 의문입니다. 또한 회원들은 현실의 복잡한 정치상황을 헤쳐나가야 하는 입장이라 빈자보다 현실정치가, 관료들에게 인문학적 소양이 특히 더 필요하다는 점과 소위 ‘좌파’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는 논의까지 나아갔습니다.

클레멘트 코스가 던지는 인문학 교양은 특정 전문영역 종사자에게 무엇보다 필요하다는데 이견은 없었습니다. 전문가들의 역할은 세상을 더 공존하기 좋은 조건으로 만들기도 하지만 그 반대기능도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좁은 시야를 가진 법조인들이 지배하는 우리의 현실을 더욱 절감하게 되는 대목입니다. 그래서 다음 주제는 우리들의 시야를 좀 더 넓혀 보기로 했습니다. 미술의 세계로… 다양한 차이가 공존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서는 아름다운 것을 볼 줄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과거 국가보안법 사건으로 옥고를 치렀던 서승, 서준식씨의 동생인 서경식씨가 쓴 ‘나의 서양미술 순례(창비)’입니다. 이 책은 요즈음 흔히 볼 수 있는 ‘서양미술 감상의 길라잡이’책이 아닙니다. 형식적으로는 유럽의 미술관 순례기의 모습을 띠고 있지만(사실 미술관 관람기로서도 거의 원조격이지 않을까), 지난 10년간 이 책의 생명을 유지해주었던 것은 저자가 작품들과 대화하면서 생생히 드러내는 ‘깊은 슬픔’과 절제된 ‘분노’ 때문일 겁니다. 저자의 슬픔과 분노는 굴곡진 한국의 현대사를 관통하고 있는 그의 가족사에 기인합니다. 재일동포 2세로 태어났다는 것, 분단된 조국의 현실로 인해 두 형을 0.72평짜리 시멘트 독방에 놓아두고 있었다는 사실은 그의 “어깨 위에 지워진 부당한 운명의 무게”였습니다. 그래서 책은 한국인의 저서임에도 외국어로 씌였고, 한국어 번역본이 거꾸로 나오게 된 것입니다. 자~ 이번엔, 미술의 바다로 풍덩~~ 뛰어들어 볼까요?

다음 모임은 메이데이 5월1일 7시 입니다.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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