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전교조의 시국선언을 유죄로 판단한 대법원 판결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 것으로 위헌적이고 부당하다.

2012-04-20 129

[논평]


전교조의 시국선언을 유죄로 판단한 대법원 판결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 것으로 위헌적이고 부당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19일, 교사들의 시국선언 참여가 국가공무원법이 금지하는 ‘집단행동’에 해당한다고 하여 유죄로 판단한 원심을 확정하였다. 우리는 전통적인 순종적·수동적 교원·공무원상에 기초하여 기본적인 시민적 자유를 박탈한 후진적 법 해석을 고수한 다수의견에 크게 실망하였고, 이 판결이 기본권 제한과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것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유죄를 확정한 대법원 다수의견의 논리는 ① 국가공무원법이 금지하는 정치활동(투표권유, 서명운동)이 아니더라도 그것이 집단적으로 행하여지는 경우에는 제66조에 위반한 행위로 처벌의 대상이 된다고 보고, ② 표현의 자유는 본질적으로 집단적인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것이라는 생각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하는 합법행위라도 집단적으로 행해지면 위법”이라는 논리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특히 역사적·본질적으로 ‘집단적’일 수밖에 없는 노동조합(그것도 전교조와 같은 전국적 센터는 더욱 그러함)에 대해서도 집단적 의사표현을 불온시하는 것은 지극히 부당하다.


  교원노조법 제정으로 본질적으로 집단성을 가질 수밖에 없는 노동조합의 활동이 합법화되고, 그 조합원 개개인은 물론 합법화된 교원의 노동조합 역시 합헌·합법적 결사로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가짐에도 불구하고, 대법원 다수의견이 여전히 모든 종류의 ‘집단적’ 활동을 위법시 하던 시대의 논리를 그대로 좇은 시대착오적 결론에 이른 것은 매우 실망스럽고 우려되는 일이다. 평화적인 의사표시 방법에 불과한 시국선언 참여가, 정치적 편향성 또는 당파성을 명확히 드러냈다는 이유로 국가공무원법이 금지하는 집단행위로 봄으로써, 우리사회 인권의 지평을 크게 후퇴시킨 것이다.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박일환·전수안·이인복·이상훈·박보영 대법관 등 5명의 반대의견(소수의견)은 “피고인들의 시국선언은 민주주의 국가라면 마땅히 공론의 장으로 받아들여야 할 행위”라며 “그 표현의 주체가 공무원인 교원이라는 이유로 표현의 자유에 관한 헌법상 보호 범위에서 배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하였다. 또한 이 사건의 제1심 판결인 대전지방법원 판결도 “피고인들의 정부비판이 다소 과격한 표현을 사용하거나 다수 대중의 마음을 불편하게 할지라도,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구체적인 위험을 발생시키는 경우가 아닌 한 이는 민주주의 실현을 위하여 치러야 할 필연적 대가라고 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피고인들의 선언내용을 지지하지 않을지언정 이를 형사처벌할 수는 없다”고 하여 헌법상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그 가치를 선언한 바 있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이러한 정신이 하루빨리 대법원 다수의견으로 자리잡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현재 헌법재판소가 위헌성을 판단하고 있는 교원노조법의 정치활동 금지 규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 사건에서도 기본적인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전향적인 결정이 나올 것을 기대한다.


   


2012년 4월 20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 장 김 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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