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인권위-논평] 성기성형 하지 않은 성전환자에 대한 성별정정허가 결정을 환영하며

2013-03-20 137

논 평

성기성형 하지 않은 성전환자에 대한

성별정정허가 결정을 환영하며

– 성전환자 인권 보장을 위해 성별정정 요건을 더욱 완화해야

서울서부지방법원이 지난 3월 15일 생물학적 성별 특징을 제거하는 외과수술을 거쳤으나 성기성형은 하지 않은 성전환자에 대하여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정정을 허가하는 결정을 처음으로 내렸다.

2006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성전환자 성별정정 허가 결정 이후, 대법원 결정과 대법원 예규 「성전환자의 성별정정허가신청사건 등 사무처리지침」상의 성전환자 성별정정의 요건은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특히 성기성형은 의료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것도 아니고, 그 위험성이나 부작용 발생빈도, 비용 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이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이번 결정은 위와 같이 성전환자의 성별정정허가에 있어 가장 큰 장벽 중 하나였던 ‘생물학적 성별과 반대의 성에 부합하는 외부성기’ 요건을 요구하지 않음으로써 큰 진전을 이룬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점은 남는다. 성기성형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성별정정에 있어 생물학적 성별 특징을 제거하는 외과적 수술을 요구한다면, 이는 의료적 필요와 무관하게 국가가 의학적 처방을 내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특히 생식능력이 없을 것을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성전환자에게 불임수술을 강요함으로써 헌법이 보장하는 인격권과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 등의 침해 소지가 크다. 이미 영국, 아르헨티나, 미국 등에서는 국가가 성전환자의 성별을 인정함에 있어 외과적 개입을 요구하지 않고 있고, 최근 독일(2011년)과 스웨덴(2012년)에서는 생식능력이 없을 것을 요구하는 요건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고 있다.

또한 대법원 판례와 예규는 여전히 성기성형을 요구하고 있고, 현재의 엄격한 요건의 문제점을 해소한 관련법의 제정도 논의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는 이번 서울서부지방법원의 결정을 환영하는 동시에, 이를 넘어 개인의 성별 인정이 외과적 수술이나 생식능력제거와 같은 의료적 조치와 무관하게 당사자의 성별정체성을 존중하고 생활상의 성별로 이루어지도록 성별정정의 요건을 완화하는 예규나 법제를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이번 결정이 이러한 과정으로 가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2013년 3월 20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 위원장 염형국

첨부파일

소수자위_성별정정허가_논평_20130320.pdf.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