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긴급조치 제1,2,9호에 대한 위헌결정을 환영하며, 검찰은 즉시항고 및 상소를 취하하고, 법원은 재심개시결정 및 무죄를 선고하라

2013-03-25 154

[논평]

긴급조치 제1.2.9호에 대한 위헌결정을 환영하며,

검찰은 즉시항고 및 상소를 취하하고,

법원은 재심개시결정 및 무죄를 선고하라

 

 

1. 이미 언론보도 등에 나타난 바와 같이, 지난 2013.3.21. 14:00 헌법재판소(소장권한 대행 송두환 재판관)은 긴급조치 제1호, 제2호, 제9호에 대한 헌법소원사건(2010헌바70.131.170병합)에서 재판관 8인 전원일치로 위헌 결정을 하였다. 헌법재판소는 입법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절성을 갖추지 못하였고 참정권, 표현ㆍ신체의 자유, 영장주의, 법관에 의해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을 지나치게 침해했다고 밝혔다.

 

 

2.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0.12.16 선고 2010도5986판결)이 있은 지 2년, 헌법소원을 제기한 지 3년, 만시지탄이 아닐 수 없으나, 모임은 뒤늦게나마 전원일치로 위헌결정을 한데 대해 환영하는 바이다.

 

 

3. 돌이켜 보면, 3선 개헌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밝힌 박정희는 1971.4.27. 제7대 대통령선거에서 신승하였지만, 같은 해 5.25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개헌의석 수를 확보하지 못함으로써 영구집권이 불가능하게 되었고, 결국 헌법적 근거도 없는 1972.10.17 비상조치를 통해 헌법의 효력을 일부 정지시키고 비상 국무회의에서 유신헌법을 발의하였다. 내용은 논외로 하더라도 절차적으로 볼 때 ‘당초부터’ 위헌이었다. 그로부터 41년, 긴급조치 제1호가 발령된 1974.1.8.로 부터 39년의 세월이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먼저 일부 긴급조치 피해자들이 언급한 바와 같이, 헌법을 수호할 최고기관으로서 헌법이 유린된 역사에 대한 자기반성과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가 없었다는 점이다. 장준하 선생에 대한 재심사건 재판부는 ‘고인께 유죄를 선고하였던 잘못된 과거사로부터 얻게 된 뼈아픈 교훈을 바탕으로, 기본권 보장의 최후 보루로서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고 보편적 정의를 실현하는 국민의 사법부가 될 것을 다시 한 번 다짐’(2013.1.24.선고 서울중앙지방법원 2009재고합22)한바 있다. 헌법소원을 제기한지 3년, 유신헌법에도 헌법위원회가 있었음에도 위헌심사를 할 수 없었던 야만의 시대에 대한 자기반성 없는 결정은 아쉬움이 크다.

 

 

5. 또한, 헌법재판소는 당해 헌법소원 청구인들의 형사처벌에 직접적인 근거가 된 것은 긴급조치 규정일 뿐 유신헌법 제53조 규정은 아니라면서 헌법소원 심판대상에서 제외하였다. 그러나 위와 같은 긴급조치의 태생적 위헌성외에도, 사법심사를 원천적으로 배제한 긴급조치의 근거는 다름 아닌 대통령 긴급권을 규정한 유신헌법 제53조이다. 또한 헌법적 해명이 반드시 필요할 뿐만 아니라 헌법질서의 수호ㆍ유지에 있어서도 그 위헌성 판단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헌법재판소가 ‘에둘러’ 회피한 것은 헌법 수호ㆍ해석의 최고기관성에 대한 침묵에 다름 아니다.

 

 

6. 한편, 일부 재판부는 종래 대법원 판결에 따라 재심개시결정과 무죄선고가 있었지만, 대부분 하급심 재판부는 헌법재판소 결정을 이유로 재심개시결정을 미루어왔다. 법원이 과거 박정희 유신ㆍ긴급조치 시대에 침묵과 방조로서 일조하였음을 굳이 재론하지 않더라도, 법원은 사법부(司法府)가 사법부(司法部)였던 유신긴급조치 시대와의 절연과 자기반성을 위해서라도 최소한 헌법재판소의 취지를 수용하여 즉각적인 재심개시결정과 더불어 무죄를 선고하여야 한다.

 

 

7. 더욱이, 검찰은 긴급조치 제9호에 대한 재심개시결정에 대해서 ‘아직 긴급조치 제9호가 헌재나 대법원에서 위헌결정이 난 것은 아니다’라는 이유로 ‘선별적으로’ 즉시 항고하였다. 긴급조치 위반으로 기소하고 집행한 검찰의 지난 역사를 볼 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후안무치가 아닐 수 없다. 검찰은 일부 재심개시결정에 대한 즉시항고 및 무죄선고에 대한 상소를 즉각 취하, 포기하여야 한다.

 

 

8. 모임은 2007년 이래 긴급조치 변호단을 구성하고 재심청구와 더불어 긴급조치 제1호, 제2호, 제9호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 3-5년의 세월이 흐름으로써 일부 긴급조치 피해자들이(유상덕, 선경식 등) 운명을 달리하셨고, 아직도 병마와 싸우는 이들도 있다. 긴급조치 피해자들은 시대의 야만에 맞서 불꽃같은 삶을 살았다. 긴급조치시대는 제도로서, 법으로서는 청산되어야 마땅하나, 한 시대를 거칠게 살아온 그들의 헌신과 희생에 걸맞게 진상규명, 배상, 명예회복 및 역사적 재평가작업 등을 통해 비로소 새롭게 재정립되어야 할 것이다.

 

 

9. 한편, 변호단은 오는 2013년 4월 1일(월), 19시, 경향신문사 13층(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긴급조치 피해자(유죄판결, 면소 및 기소유예 등 피해자), 언론사 등을 상대로 헌재 결정 및 향후 형사재심 등 절차 등에 관한 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10. 비로소 큰 산 하나를 넘었다. 아직도 많은 긴급조치 피해자들이 아프고 고단한 삶을 살고 있고, 형사재심 청구를 비롯하여 형사보상 및 국가배상 절차 등 법적인 절차가 산적하다. 이제껏 그래왔듯이 긴급조치 변호단은 虎視牛步의 심정으로 한 분 한 분의 긁히고 헝클어진 삶을 보듬고 끝까지 함께 할 것이다.

 

 

 

2013. 3. 25.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장 주 영

첨부파일

[논평] 긴급조치 위헌 130325.pdf.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