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기자회견] 국정원과 정치권의 테러방지법 입법 재추진 중단촉구

2003-10-01 206

국정원과 정치권의 테러방지법 입법 재추진을 막기 위한 사회단체 기자회견

일시: 2003년 9월 30일 화요일
장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2층 교육장
주최: 테러방지법 제정반대 공동행동

<성명서> 테러방지법 제정 시도 중단하라!

1. 테러방지법의 입법이 국정원과 정치권에 의해 또 다시 추진되고 있다. 올 정기 국회 회기 내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국정원의 근본적 개혁을 현 정부에 기대하고 있었던 우리는 이러한 사실에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다. 테러방지법은 ‘테러예방’을 명분으로 막강 권력 기관인 국정원의 권한을 한층 강화하는 법적 틀을 제공하고 있어 인권·사회단체들은 그 입법을 2001년 이후 일관되게 법 제정에 반대해 왔다. 국정원의 권력 확대는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태롭게 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두운 그림자가 또다시 고개를 들이밀고 있는 것이다. 한때는 ‘월드컵’을 핑계삼더니 이제는 또 무엇을 이유로 내걸 것인가? 일각에선 유엔 안보리의 결의를 운운하지만, 그것이 새로이 테러방지법을 만들어야 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는 점은 이미 누누이 지적해 왔다.

2. 이번 수정안은 ‘테러’와 ‘테러단체’의 개념을 제한적으로 규정하고 테러범죄와 단체구성, 불고지죄 등에 관한 벌칙 조항을 삭제해 일견 문제가 사라진 듯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국정원 내에 대테러센터를 설치해 관계기관의 대테러활동을 총괄적으로 기획·지도·조정하는 내용은 그대로이다. 국정원의 위상을 강화하는 테러방지법의 본질은 여전히 변함이 없는 것이다. 대테러센터가 설치된다면 통제받지 않는 비밀정보기관인 국정원이 테러의 예방 및 대응 활동은 물론 그 밖의 ‘위기관리’에서 주도적 지위를 행사할 가능성이 생긴다. 본질상 비밀정보기관인 조직이 경찰, 군대 및 기타 공개된 정부기구를 지휘하는 국가기구 운영에서의 본말전도가 발생한다. 이것이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위협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이밖에 군 병력을 대테러활동에 출동시키는 문제, 감청 및 통신 제한 사유의 확대, 외국인에 대한 사찰활동 등을 가능케 하는 조항들 역시 인권 침해의 가능성을 강하게 예고하고 있다.

3. 국가가 테러의 위협으로부터 모든 사람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 및 재산을 보호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테러 대응을 위한 체제가 기존의 법과 제도로 충분히 마련되어 있다는 점은 숱하게 이야기되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 해 테러방지법안의 제정에 반대하는 의견을 국회에 표명한 바 있다. 지나치게 중앙집권화된 경찰력, 비대한 권한을 가진 국정원, 나아가 이들의 활동으로 인해 야기되는 사찰 및 통신 검열 논란 등을 볼 때, 당장 우리에게는 안보 유지 및 테러 대응 활동을 위한 현존 체제를 인권 기준에 맞도록 민주적으로 개편하는 것이 보다 시급한 현실이다.

4. 사회 통제를 강화하고 정보기관의 권한을 확대한다고 해서 테러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롭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미국이 주도하는 ‘테러와의 전쟁’이 외국인 및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일상화하면서 테러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테러의 근본적 원인이 무엇인지 진단하며 평화를 위한 국제 연대에 나설 때 비로소 세계가 테러로부터 안전할 수 있다. 국가기관이 감시의 촉수를 강화하고 자유와 기본권을 억압하는 사회에서 진정한 의미의 안전이란 있을 수 없다.

5. 어떤 식으로든 테러방지법의 제정에 반대한다. 수사권의 폐지, 해외정보처로의 기능 축소, 국회 등 외부기관에 의한 통제 강화 등 국정원 개혁에 대한 국민적 합의는 어디로 갔는가. 도대체 왜 이에 역행하는 테러방지법의 제정이 추진되고 있는 것인지 정부와 정치권에 묻지 않을 수 없다. 테러방지법안을 끝내 국회에서 통과시킨다면, 오랜 피와 땀을 통해 성취한 현 수준의 민주주의와 인권마저도 후퇴하게 될 것이다. 국정원과 정치권은 국민 기만을 중단하고 테러방지법 제정 시도를 중단하라.

2003년 9월 30일
테러방지법 제정 반대 공동행동

[참여단체] 광주인권운동센터,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기독교인권위원회, 다산인권센터,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부산인권센터, 불교인권위원회, 새사회연대, 안산노동인권센터, 울산인권운동연대, 원불교인권위원회, 인권실천시민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전북평화와 인권연대, 전쟁을 반대하는 여성연대(WAW),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평화인권연대, 한국동성애자연합, 한국전쟁전후민간인학살진상규명범국민위원회,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민중연대(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 노동인권회관 / 노동자의힘 / 노동조합기업경영연구소 / 녹색평화당 / 다함께 / 문화연대 /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 / 민족정기수호협의회 / 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 / 민주노동당 / 민주노동자연대 /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 반미여성회 / 보건복지민중연대 / 사회당 / 사회진보를위한민주연대 / 외국인노동자대책협의회 / 전국농민회총연맹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 전국빈민연합 / 전국학생연대회의 / 전태일기념사업회 / 전태일을따르는민주노조운동연구소 / 진보교육연구소 /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 통일광장 / 한국노동사회연구소 /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 한국비정규노동센터 / 한국청년단체협의회)

<관련기사>

(인권하루소식, 10월 1일자) “테러위협 빌미 국정원 강화 안돼”

테러방지법제정반대공동행동, 입법 중단/ 국정원 개혁 촉구
“안전을 위해 자유를 포기하는 국민은 안전과 자유 모두를 누릴 자격이 없다.” – 벤자민 프랭클린

지난해 많은 논란 속에 입법이 무산된 테러방지법이 또다시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인권사회단체들이 입법저지투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산인권센터 등 60여개 인권사회단체로 구성된 ‘테러방지법제정반대공동행동’은 30일 오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테러방지법 제정 시도의 중단을 촉구했다.

테러방지법제정반대공동행동은 성명서를 통해 “국정원의 근본적 개혁을 현 정부에 기대하고 있었던 우리는 국정원의 권한 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테러방지법의 제정 추진에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며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오랜 피와 땀을 통해 성취한 현 수준의 민주주의와 인권마저도 후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에 새로 마련된 법안은 테러범죄와 단체구성, 불고지죄 등에 관한 벌칙조항을 삭제하는 등 지난해 문제점으로 지적된 일부 조항을 수정하였지만, 국정원 내에 대테러센터를 설치해 관계기관의 대테러활동을 총괄·지휘하도록 하는 등 국정원의 위상을 더욱 강화하고자 한다는 점에서는 변함이 없다. 테러방지법제정반대공동행동은 “한때는 월드컵을 핑계삼더니 이제는 또 무엇을 이유로 내걸 것인가”라고 물으며 테러방지법의 추가 입법에 어떠한 명분도 있을 수 없음을 지적했다.

기자회견에 이어 열린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테러방지법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실제 테러를 포함한 안전업무나 재난관리업무 등은 기존 국가기구에 의해 이미 수행되고 있는데,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기구를 중복해서 둘 필요가 어디에 있느냐는 것. 민변의 장주영 변호사는 “국정원은 현재 테러대책기구의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하지만, 효율성으로만 따지자면 중앙정보부 시절이 최고였다. 그때로 돌아가자는 말이냐”고 되물었다. 또 장 변호사는 비밀조직인 국정원에 대한 외부 통제기제의 부재를 지적하며 “국정원은 정보기관 본연의 업무인 테러에 관한 정보만 수집하면 되고,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한 대테러정책의 결정과 집행은 일반 행정기관이 투명하게 집행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이계수 교수(울산대 법학)는 9·11 이후 세계적으로 시민권이 제약되고 반테러법 등 감시체계를 강화하고 정보기본권을 침해하는 새로운 법률들이 제정되고 있는 경향을 지적하며 “각국의 보수공안세력들이 9·11을 자신들의 권한 강화의 계기로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테러방지법은 사실상 대테러센터의 조직 및 권한에 관한 법률이라는 점 △법안에 국정원을 통제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없는 점 △국내 치안문제에 군대를 동원할 수 있다는 점 △테러방지법안에 대한 공개적 논의가 없었던 점 등을 비판했다. 테러방지법제정반대공동행동은 향후 테러방지법에 관한 의견을 정부와 관련부처에 전달하기로 하고 지난 대선 후 중단된 국정원 개혁에 관한 논의를 공론화시켜 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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