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퇴임 대법관은 전관예우 변호사가 아니라 사회의 원로가 되어야 한다

2003-02-17 232

– 송진훈 대법관의 퇴임을 축하하며

2003. 2. 17.자로 송진훈 대법관이 퇴임하게 되었다. 오랜 기간의 법원 생활을 마친 송진훈 대법관의 퇴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그러나 우리는 송진훈 대법관의 퇴임을 축하하기에 앞서 대법원장을 포함한 역대 대법관들이 거의 예외 없이 변호사 개업을 하였다는 점에서 송진훈 대법관 역시 변호사 개업의 길을 가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대법관은 대법원장과 더불어 사법권의 독립을 수호하고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을 수호함으로써 사법정의를 실현해야 할 임무를 부여받은 헌법상 최고법원인 대법원의 구성원으로서 막중한 사회적 책임이 부여되어 있다. 이런 연유로 대법관은 단순히 법관의 최고 지위가 아니라 국가와 사회의 방향을 고민하고 정의를 실현하는 사회 최고의 자리인 것이고 판사의 또 다른 보직이 아니라 철학을 고민하는 국가의 간판인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와 같이 중요한 직위에 계셨던 분들이 대법관에서 퇴임한 후 거의 예외 없이 변호사개업을 하여 온 것이 사실이다. 이는 국민들에게 전관예우라는 음습한 과거를 떠올리기에 충분하며, 나아가 대법관 재직시 사법부의 독립과 권위를 지키고자 한 대법관 스스로의 노력을 부정하는 행위라 할 것이다. 법적 정의의 대표로서 사회에 대하여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해 온 대법관이 변호사가 되어 전관예우라는 오해를 받으면서까지 활동하는 것은 퇴임 대법관 개인에게도 오명이 될 것으로 믿는다. 오랜 기간의 법원 생활과 대법관으로서 활동 경험은 우리 사회에서 변호사라는 직책보다는 사회에 봉사하면서 사회가 혼란에 처했을 때 자신의 철학을 바탕으로 사회의 방향에 대하여 충고하는 사회 원로로서의 역할을 더욱 요청한다.

이에 우리는 이번에 퇴임하는 송진훈 대법관이 자발적으로 변호사 개업을 하지 말 것을 요청드린다. 오랜 법원 생활과 대법관의 경험을 살려 사회의 원로로서 사회에 대하여 봉사활동을 할 것을 요청드리는 것이다.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을 법으로 금지시킬 수 없는 현실에서 송진훈 대법관의 결단은 개인적으로는 사회 원로로서 사회에 봉사할 기회를 갖는 것이 될 것이고 사법부 차원에서는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고 국가적으로는 경륜 있는 사회적 원로를 한 분 더 모시는 것이 될 것이다.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 관행의 타파가 단순히 대법관 개개인의 의지에 의해서만 해결해야 할 문제는 아니지만 송진훈 대법관의 결단은 앞으로 대법관의 변호사 불개업 관행으로 정착되어 사법부의 권위와 존경을 확보하는데 큰 기여를 할 것이다.

2003. 2. 17.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최 병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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