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10기 한총련 의장에 대한 대법원 판결선고에 대하여

2003-05-14 214

[성명서]10기 한총련 의장에 대한 대법원 판결선고에 대하여

어제 대법원은 2002년 1년 동안 활동하였던 제10기 한총련 의장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 대한 선고에서 제 10기 한총련 역시 이적단체로 규정하고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유지하였다.

대법원은 북한의 존재에 대하여 아무런 변화가 없음을 전제로 하고, 강령과 규약의 일부 내용과 표현을 온건한 방향으로 개정하였다고 하더라도 근본적인 변화가 없으므로 이적단체성이 유지된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의 한총련에 대한 판시는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근본적인 가치인 민주주의에 대한 부당한 인식의 결과이다. 민주주의란 한 국가나 정부가 국정의 기본이념으로 채택하고 있는 정치적 입장뿐 아니라, 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 한, 국가의 정책과 이념에 반대하는 정치적 의견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자유를 합법적으로 인정함으로써 소수파의 의견 역시 존중되고 소수파도 다수파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장하는 원리이다. 따라서, 한총련은 그 활동내용이 다수 학생들과 국민들의 전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를 최고의 이념으로 하는 사회이기 때문에 그 합법적인 활동이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청년학생은 미래사회의 주인공으로서 현실에 대한 그들의 비판적인 인식은 미래의 발전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느 사회나 대학생들의 현실비판적인 활동에 대하여는 보다 관대한 태도를 취하여야 마땅할 것인데 대법원의 한총련에 대한 판결 흐름은 이와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그 동안의 한총련 판결에 대하여 지속적인 비판이 있었음에도 대법원은 수십년간 이어온 냉전적 인식을 기반으로 종전의 판례를 수정 없이 유지한 점에 더하여 대통령의 한총련 학생들에 대한 사면과 복권, 한총련의 혁신 방침 천명, 그리고 10기 한총련의 규약과 강령 개정 등으로 사회적으로 지속적인 갈등 요인이 된 한총련 문제를 형사법적이 아닌 토론의 장에서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사법부가 가로막는 역할을 하게 된 점이다.
결국,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변화된 남북관계와 국민들의 의식, 민주주의의 본질과 청년학생들의 세대적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결과,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 사상의 자유, 집회 및 시위의 자유 등을 부당하게 제한하였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판결이 사회 각 부문이 참여하여 한총련 문제에 전향적인 해결을 모색하고 있는 것에 대한 부정으로 이어져서는 결코 아니될 것이다.
장기 수배자 문제의 인권적 해결방안의 실행이나 한총련 문제의 근원적인 해소 방안 마련을 위한 노력도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대법원에서 기왕에 선언하였듯이 한총련의 이적성은 기수별로 별개로 판단되어야 하는 것이어서 이번 대법원의 판결이 이러한 노력을 부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이유도 없다.

아울러 한총련 역시 이번 판결에도 불구하고 다수 국민들과 학생들의 지지와 참여를 이끌어 내고 합법적인 조직으로 인정받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할 것을 권고한다.

2003. 5. 14.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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