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국가위기관리 특별법 제정추진을 규탄한다

2003-05-22 212

정부가 최근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화물연대 집단행동의 원인과 향후 과제’를 논의하면서 국가경제와 사회안정을 위협하는 중대사태가 발생할 경우 국가 차원에서 인력과 장비를 동원할 수 있고, 국가의 주요기간산업에서 파업이 발생할 경우 ‘업무복귀명령권’을 발동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국가위기관리특별법의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사회경제적 갈등에 대한 국가적 매뉴얼이 없다’면서 ‘이번에는 이런 것을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정부의 이러한 발상은 미국의 ‘태프트-하틀리’법을 원용한 발상이라고 한다. 그러나 현행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76조 제1항은 쟁의행위가 공익사업에 관한 것이거나 그 규모가 크거나 그 성질이 특별한 것으로서 현저히 국민경제를 해하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현존하는 때에는 노동부 장관이 긴급조정의 결정을 할 수 있게 되어 있어 이미 ‘태프트-하틀리’법과 유사한 조항을 두고 있고, 나아가 헌법 제76조는 특별한 위기상황의 경우 대통령으로 하여금 긴급처분·긴급명령권을 발동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별도로 위기관리특별법을 제정할 필요성이 없는 상태이다. ‘태프트-하틀리’법도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법이지 자영업자에게 적용되는 법이 아니다. 민간으로부터 물자를 징발하고 자영업자를 강제로 동원할 수 있었던 것은 과거 일제시대 또는 전시에나 가능했던 일들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지 국가기간산업에 관한 파업이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민간으로부터 대체인력이나 장비를 징발하고 법적으로 자영업자에 해당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강제노동을 할 수 있게 하는 업무복귀명령권을 확보하겠다는 발상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통상적으로 발생하기 마련인 이해집단간의 갈등을 국가가 전시동원체제와 유사한 방식으로 극복하겠다는 반민주적이고 전체주의적인 발상에 다름 아니다. 화물연대의 사실상의 파업행위도 이들과 같이 사회경제적 처지와는 달리 법적으로 자영업자로 취급되어 불이익을 받고 있는 여러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그들이 노조를 설립하여 합법적으로 권리주장을 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는 등 제도를 개선해나가는 것이 해결책이지 일제시대를 연상시키는 전시동원적 위기관리특별법으로 대응할 문제가 아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여러 계층간 갈등이 발생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정부는 그러한 갈등을 제도적으로 풀 수 있는 틀을 정비해 주어야 하는 것이지 이를 억압하고 봉쇄해서는 안 된다. 국가위기관리특별법 제정추진과 같은 반민주적이고 전체주의적인 발상은 민주주의 국가로서는 수치스러운 발상이며, 이와 같은 발상은 거론되는 일조차 없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이성을 찾아야 할 것이다.

2003. 5. 22.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최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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