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화물운송지입차주들의 단순운송거부에 대해서 업무방해죄를…

2003-08-12 247

화물연대 소속 “화물운송 지입차주”(화물운송특수고용직노동자)들의 단순운송거부에 대해서조차 업무방해죄를 적용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을 철회하라.

정부는 지난 8월 6일 국무총리 주재로 국정현안 정책조정회의를 열고 화물연대가 다시 파업에 나서면 일반 조합원의 단순 운송거부에 대해서도 업무방해죄를 적용해 엄중처벌한다는 방침을 정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최종찬 건설교통부 장관은 집단으로 운송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개별적으로 집에서 쉬면서 운송거부를 하더라도 업무방해죄를 적용하겠다고 하였다. 어이가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가 화물연대 일반조합원의 단순운송거부에 대해서조차도 업무방해죄를 적용해 엄중처벌하겠다는 의도는 무엇인가? 그것은 운송거부에 참여하는 모든 조합원들을 처벌할 수 있는 업무방해죄를 위협수단으로 하여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파업을 막아보자는 계산이 숨겨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형법상의 업무방해죄 규정은 일제 파시즘이 극에 달한 시기인 1940년 노동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전시형법으로 입안한 일본 개정형법안에서 직접 영향을 받은 것으로 그 구성요건 자체가 너무 불명확하여 지나치게 포괄적이며 그 형량도 매우 무거워 그 시조격인 일본에서조차 예외적으로 적용될 뿐이고, 국제적으로도 ILO가 우리나라 정부에 대해 위 규정을 결사의 원칙에 따라 개정할 것을 권고한 바 있는 악법규정이다.

설령 이와 같은 형법상 업무방해죄 규정의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실정법임을 내세워 적용하고자 한다면, 먼저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집단적인 운송거부행위가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할 수 있는 것인지부터 엄격하게 검토하는 것이 그 순서이다.

그런데 정부는 화물연대에 소속된 “화물운송 지입차주”들을 근로자가 아닌 독립된 개별사업자로 단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독립된 개별사업자”들이 자신의 사업을 중단함으로써 누구의 업무를 방해한다는 것인가? “독립된 개별사업자”들은 타인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므로 업무수행을 중단함으로써 방해를 받는 것은 자신의 업무일 뿐이다. 만일 타인과 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상태에서 개별사업자들이 자신의 업무수행을 중단함으로써 타인의 업무수행에 차질을 빚어졌다고 하더라도 이는 계약불이행으로 인한 반사적 결과일 뿐이지 타인의 업무를 방해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개별적으로 운송을 거부하는 것과 집단적으로 운송을 거부하는 것이 자신의 업무를 중단하였다는 본질에서 어떠한 차이가 있다는 것인가? 개별사업자들이 자신의 업무를 중단하느냐 계속하느냐 여부는 영업의 자유에 속하는 문제일 뿐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화물연대 소속의 “화물운송 지입차주”들에게 이중의 잣대를 들이대려고 하고 있다. 정부는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노동법상의 보호를 요구할 때에는 개별사업자에 해당하여 산재보험조차 적용할 수 없다고 해놓고서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자신들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하여 투쟁한다고 하자 이제는 거꾸로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해 적용하던 업무방해죄를 적용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정부가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집단적 운송거부를 업무방해죄로 처벌하고자 한다면 그에 앞서 우선 “화물연대 지입차주”들의 근로자성부터 인정하여야 한다. 그리고 나서야 업무방해죄 적용여부를 거론하는 것이 이치에 닿는 것이다.

정부는 화물연대 소속의 “화물운송 지입차주”들에게 업무방해죄 적용 운운하며 자의적으로 법을 적용하겠다는 발상을 버려라.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상 형법상의 구성요건은 엄격히 해석되어야 함에도 국민의 요구를 억누르기 위해 적용대상이 되는지도 의심스러운 죄목을 들고나와 이를 적용하겠다는 발상은 법치주의 원칙을 무시하는 권위주의적 사고일 뿐이다. 집에서 쉬고 있는 사람까지 업무방해죄로 처벌하겠다는 것은 형벌을 협박수단으로 하여 국민의 생존권 주장을 공권력으로 침묵시키겠다는 태도가 아닌가?

정부는 업무방해죄를 협박수단으로 삼아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들의 파업에 대한 강경대응을 거론하기에 앞서, 지난 5월 전국운송하역노동조합에게 약속한 “화물운송 지입차주”(화물운송특수고용직노동자)들의 문제점을 제도적으로 보완하기 위한 협상이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그 조건을 만드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고언하는 바이다. 그러한 노력을 다하기도 전에 강력대처만을 운운하며 국민을 협박하는 것이 과연 참여정부의 올바른 정책방향인가 재고하기 바란다.

2003. 8. 12.(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최병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