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헌법을 파괴하는 이라크 추가파병 결정에 반대한다
헌법을 파괴하는 이라크 추가파병 결정에 반대한다.
– 정부의 이라크 추가파병결정에 대한 우리의 입장 –
미국의 대규모 이라크 전투병 파병 요청에 대하여, 정부는 지난 18일 국군을 추가로 파병하기로 결정하였다. 또한 미국의 요청을 고려하고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파병부대의 성격, 형태, 규모, 시기를 정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이라크 관련 결의가 채택된 후 채 이틀도 지나지 않아, 당초 약속한 충분한 국민 여론 수렴 과정도 없이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듯 이와 같은 결정이 나온 데 대해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미국이 주도하는 다국적군에게 이라크 안보와 안정 회복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승인하는 내용의 결의를 채택하였으나,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후세인 정권의 전복을 공공연한 목표로 하여 국제연합헌장의 기본원칙인 주권존중의 원칙에 위배하여 이라크의 주권과 영토 및 정치적 독립을 훼손하는 것이어서, 실체법적 차원에서 국제법상 용인되지 않는 침략전쟁이다. 미국이 위 안보리 결의로 뒤늦게나마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받는다 하더라도, 실체법적 불법성이 치유되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정부는 한미동맹관계 유지를 통한 국익추구를 파병 여부의 판단기준으로 내세우나, 한미동맹관계도 헌법을 넘을 수 없고, 헌법에 위반하는 국익추구까지 허용될 수는 없다. 헌법은 국제평화주의를 선언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하며, 자위적 전쟁만을 국군의 사명으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군이 참여하는 다국적군의 성격과 임무는, 헌법이 부여한 국군의 사명에 정면으로 위반된다. 교전당사국의 합의에 따라 중립적 입장에서 무력사용과 충돌을 완화시키는 유엔 평화유지군과 달리, 다국적군은 침략전쟁을 도발한 미군의 동맹군이자 점령군으로서, 현재도 계속되는 이라크 민중들의 저항의 대상일 뿐이다. 파병은 우리 헌법이 선언한 국제평화주의를 정면에서 파괴하는 것이다.
더구나 현실적으로 미군을 대체할 대규모의 전투병파병이 논의되고 있는 데 대해, 우리는 더 이상 회복할 수 없는 사태까지 헌법이 유린되고 국민의 평화적 생존권이 침해될 것을 좌시할 수 없다. 또한 파병될 젊은이들은 물론, 아랍권과의 대립으로 우리 국민 개개인의 생명권에까지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엄청난 대가를 감수하여야 하는 전투병 파병은, 참여정부가 선언한 호혜평등한 한미관계의 발전과 상반되는 대미추종외교의 결정판에 지나지 않는다. 전투병 파병은 어떤 경우에도 있을 수 없다.
정부는 미국의 전투병 파병압력을 단호히 거절하고, 추가파병결정을 철회하여야 한다. 국회 역시 추가파병결정에 부동의함으로써 헌법기관으로서 헌법수호책무를 다하여야 할 것이다.
2003년 10월 20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최 병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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