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검찰은 인권 옹호기관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성명서]검찰은 인권 옹호기관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 검찰의 고문치사 사건 1주년을 맞이하여
1. 지금으로부터 1년 전인 2002년 10월 25일, 한명의 피의자가 서울지방검찰청에 긴급체포되었고 그는 그 다음날인 26일 싸늘한 시체로 발견되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는 고문 및 가혹행위를 당하여 죽음에 이르렀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빈약한 증거에 기반한 무리한 체포와 강압적인 수사, 고문 및 가혹행위 등 온갖 불법이 검찰청 내부에서 벌여졌으며 그 결과 한사람의 생명이 소리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우리 검찰 역사상, 우리 형사소송 역사상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었다. 우리는 이날을 검찰 치욕의 날이라고 부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2. 그로부터 1년이 지난 후 검찰은 과연 얼마나 변하였는가? 과연 우리 형사소송절차는 얼마나 피의자 및 피고인의 인권을 옹호하기 위하여 발전하였는가? 그리고 법원은 얼마나 검찰 권력을 견제하기 위하여 노력해 왔는가? 우리는 이에 대하여 긍정적인 답변을 할 수 없다. 검찰은 고문치사사건 이후 검찰의 개혁과 형사소송 절차의 개혁을 약속하였다. 그리고 법원의 검찰 견제 노력 역시 필요하였다. 그러나 과연 지금까지 피의자 및 피고인의 인권이 국제수준으로 보호되고 있는가? 수사과정에 대한 촬영 등 일부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약속되어 시행될 예정이지만, 피의자 인권 보호에 가장 핵심적인 변호인의 수사시 참여권은 여전히 보장되고 있지 못하며,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구속의 요건은 철저히 지켜지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고문과 가혹행위가 완전히 근절되었다는 확신을 할 수 없으며 과학수사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확신도 할 수 없다. 오히려 송두율 교수의 영장발부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바와 같이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구속영장이 발부되고 있으며, 시대착오적인 전향을 강요하는 작태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진정 검찰 치욕의 날을 잊어버린 것은 아닌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3. 현재 우리 나라 사법전체의 개혁을 추진할 사법개혁추진위원회가 구성되고 있으며 곧 활동할 예정에 있다. 우리는 이번에 추진되는 사법개혁추진위원회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사법개혁추진위원회의 핵심적인 과제는 국민의 인권옹호에 있음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자 한다. 법원과 검찰의 참여속에 추진되는 사법개혁추진위원회에서 심도있는 논의를 통하여 다시는 고문치사와 같은 부끄러운 역사가 반복되지 않을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4. 고문치사 사건은 다시 발생하여서는 안된다. 그리고 검찰 치욕의 날도 더 이상 있어서는 안된다. 우리는 검찰에 의한 고문치사사건 1주년, 검찰 치욕의 날 1주년을 맞아 다시 한번 검찰 스스로의 철저한 반성과 인권옹호기관으로 거듭나기를 요구하며 거듭 형사절차상 피의자 및 피고인의 인권 보호를 위한 획기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법원 역시 검찰 권력 행사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통하여 최후의 인권 옹호기관으로 거듭 태어나야 할 것이다.
2003. 10. 24.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최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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