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이라크 침략전쟁과 한국군 파병반대 기자회견문
1. 안녕하십니까?
2.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회장 최병모, 이하 민변)은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위한 연구, 조사, 변론, 여론형성 및 연대활동 등을 통하여 우리 사회의 민주적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1988년 5월에 결성된 변호사들의 모임입니다.
2. 민변은 3. 28.(금) 오전 11시, 국회앞 국민은행에서 “이라크 침략전쟁과 한국군 파병반대 기자회견”을 개최합니다.
3. 민변은 이 기자회견을 통하여 미국에 의한 이라크 침략전쟁을 규탄하고, 이라크 침략전쟁의 불법성과 한국군 파병의 위헌성에 대한 의견을 밝힐 것입니다. 기자회견 후 이러한 의견을 포함한 <별첨1>의 ‘이라크 전쟁의 불법성과 한국군 파병의 위헌성에 대한 의견서>를 국회의장 및 국회에 전달할 것입니다.
4. 기자회견은 다음과 같이 진행됩니다.
― 다 음 ―
<이라크 침략전쟁과 한국군 파병반대 기자회견>
□ 일시 : 2003. 3. 28.(금) 오전 11시
□ 장소 : 국회앞 국민은행
□ 기자회견 순서
1. 이라크 침략전쟁 규탄발언 / 여영학 변호사
2. 이라크 침략전쟁의 불법성 및 한국군 파병의 위헌성에 대한 의견 발표 / 이정희 변호사
3. 기자회견문 낭독 / 김석연 변호사 (민변 사무차장)
4. 기자회견 이후 의견서 국회전달
<별첨1> 이라크 전쟁의 불법성과 한국군 파병의 위헌성에 대한 의견서
<별첨2> 기자회견문
<별첨1> 이라크 전쟁의 불법성과 한국군 파병의 위헌성에 대한 의견서
이라크 전쟁의 불법성과 한국군 파병의 위헌성에 대한 의견서
수신 : 국회의장
발신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국정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국회의 노고에 경의를 표합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우리 사회의 민주화와 인권신장을 위하여 노력하는 변호사들의 단체입니다. 모임은 최근 감행된 미국의 이라크 침공 및 정부의 국군파병결정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국회가 “국군부대의 대이라크 전쟁 파견 동의안”을 부결하고 대통령에게 파병결정취소를 촉구하여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하고자 하니, 논의와 결정과정에서 적극 고려하여주시기 바랍니다.
다 음
1. 서론
미국의 이라크 침공 직후인 2003. 3. 20. 노무현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를 통해 미국에 대한 지지입장을 표명하면서 한미동맹의 정신에 따라 국군을 이라크에 파병하겠다고 하였고, 3. 21. 소집된 임시 국무회의에서 미국과 동맹국군의 기지 운용에 필요한 지원을 위하여 600여명 규모의 1개 건설공병지원단과 미국과 동맹국에 대한 진료를 위하여 100명 이내의 의료지원단을 이라크 현지에 파견하는 내용의 “국군부대의 대이라크 전쟁 파견 동의안”을 의결하여 파병결정을 하였습니다. 위 동의안은 현재 국회에 회부되어 본회의에 상정된 사황입니다.
그러나 이라크 전쟁은 국제법상 침략전쟁이며, 헌법 제6조는 국제법 존중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고, 헌법 전문과 제5조는 침략적 전쟁을 부인하고 국군이 침략전쟁을 수행하지 않음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헌법 제66조 제2항은 “대통령은 …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고 정하는데, 대통령의 국군부대의 대이라크 전쟁 파견결정(이하 “파병결정”이라 합니다)은 이러한 헌법수호책무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것입니다. 또한 국회의 동의권도 헌법과 법률의 범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할 것인데, 대통령의 국군 부대 파견결정이 위헌인 이상 국회의 동의 역시 위헌적인 공권력 행사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국회는 파병동의안을 부결시키고 대통령에게 파병결정취소를 촉구하여야 합니다.
아래에서는 이라크 전쟁이 국제법상 침략전쟁인지 여부, 파병결정과 파병동의가 위헌적인 공권력 행사인지 여부에 대하여 차례로 살핍니다.
2. 이라크 전쟁이 침략전쟁인지 여부
가. 침략전쟁에 대한 법적 규정
(1) 헌법 제5조 제1항은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대한민국은 침략전쟁을 일으키지도 않으며 침략전쟁에 참가하지도 않을 것을 천명하고 있습니다. 또한 제2항은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하며”라고 하는데, 헌법학계의 통설에 의하면 침략전쟁은 국군의 사명에 포함되지 아니하며, 국군의 해외파병도 집단적 자위권 등 국제연합의 결정에 의거하여 방위적 성격을 가지고 있을 때 합헌적인 것이 된다고 해석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이라크 전쟁이 침략전쟁으로 규정될 경우 이 전쟁에 참전하기 위한 대통령의 파병결정과 국회의 파병동의는 바로 이 헌법규정에 위배되어 위헌일 수밖에 없습니다.
(2) 그렇다면 이라크 전쟁이 침략전쟁인지 아니면 정당하고도 적법한 전쟁인지, 곧 이라크 전쟁이 국제법적으로 허용되는 것인지 여부가 파병결정과 파병동의의 위헌성을 판단하는 데 선차적인 문제로 됩니다. 헌법 제6조 제1항은 “헌법에 의하여 체결·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정하고, 대한민국은 1991. 9. 17. 제46차 국제연합총회에서 국제연합에 가입하였고, 국제연합헌장은 1991. 9. 18. 조약 제1059호로 대한민국에 대하여 효력을 발생하였으므로, 국제연합헌장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집니다. 따라서 이라크 전쟁의 허용성 여부는 국제연합헌장에 의하여 판단되어야 하고, 국제연합은 제29차 총회에서 “침략의 정의” 결의를 채택하여 그 의미를 분명히 하였으므로, 그 내용이 중요한 판단기준이 될 것입니다.
나. 국제법상 무력사용금지의 원칙과 예외
(1)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무력사용금지의 원칙은 국제관습법 뿐만 아니라 조약에서 규정되었습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국제연합헌장 제2조 4항입니다.
국제연합헌장 제2조 제4항
“모든 회원국은 그 국제관계에 있어서 다른 국가의 영토보전이나 정치적 독립에 대하여 또는 국제연합의 목적과 양립하지 아니하는 어떠한 기타 방식으로도 무력의 위협이나 무력행사를 삼간다.”
(2)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사회는 국제사회의 영구적 평화를 위해 국제연합을 창설하고 위와 같은 무력사용금지원칙을 천명하였습니다. 그러나 무력사용이 언제나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그것이 국제사회의 분쟁을 해결하는 데 유일한 수단일 수밖에 없는 경우에는 국제연합헌장도 무력사용을 제한적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곧, 국제연합의 회원국은 무력사용에 이르는 마지막 순간까지 헌장 제6장에 따라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노력을 하여야 하나, 이러한 방법만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을 때에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 의하여 최후의 수단으로서 무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를 규율하는 것이 바로 헌장 제41조 및 제42조입니다. 이들 규정의 취지는 안전보장이사회가 무력행사를 함에 있어서 처음부터 무제한으로 무력행사에 들어가서는 아니되고 우선 경제제재나 외교제재조치를 취하여 그 분쟁해결을 위하여 노력한 뒤 그것으로도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때 최종적으로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헌장 제41조
“안전보장이사회는 그의 결정을 집행하기 위하여 병력의 사용을 수반하지 아니하는 어떠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으며, 또한 국제연합회원국에 대하여 그러한 조치를 적용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 이 조치는 경제관계 및 철도 항해 항공 우편 전신 무선통신 및 다른 교통통신수단의 전부 또는 일부의 중단과 외교관계의 단절을 포함할 수 있다.”
헌장 제42조
“안전보장이사회는 제41조에 규정된 조치가 불충분한 것으로 인정하거나 또는 불충분한 것으로 판명되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국제평화와 안전의 유지 또는 회복에 필요한 공군, 해군 또는 육군에 의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3) 위의 원칙은 국제사회에서 무력사용은 원칙적으로 금지되나 예외적으로 국제연합 안전보장이사회 결의(국제연합헌장 제7장)에 의하여 최후의 수단이 될 때는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국제연합의 “집단안보체제의 원칙”입니다. 그런데 헌장은 집단안보체제 이외의 또 하나의 예외를 허용하고 있는 바, 이것이 바로 헌장 제51조의 “자위권”의 행사입니다. 이는 평화에 대한 위협 및 파괴행위가 현존하는 상황에서 안전보장이사회가 헌장 제7장에 따른 권한을 행사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경우 우선적으로 임시적인 조치로서 공격을 당하는 회원국(혹은 회원국을 중심으로 한 지역집단안보체제) 스스로에게 자위적인 범위에서 무력사용을 허용하는 것입니다.
헌장 제51조
“이 헌장의 어떠한 규정도 국제연합회원국에 대하여 무력공격이 발생한 경우, 안전보장이사회가 국제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때까지 개별적 또는 집단적 자위의 고유한 권리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자위권의 발동 요건은, 위 규정에도 나타나있듯이 무력공격이 발생한 경우입니다. 물론 이는 언제나 항상 상대국으로부터 먼저 공격을 당한 다음에야 비로소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닙니다. 소위 선제적 공격(preemptive action)도 때에 따라서는 가능합니다. 그러나 선제적 공격은 상대로부터의 공격이 가하여질 위험성이 명백하고 현존한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할 것입니다.
다. 침략전쟁의 개념
(1) 종래 침략전쟁의 개념은 국제사회에서 합의되기 어려운 개념으로 이해되었습니다. 무력을 사용한 국가는 무슨 이유를 대서라도 무력사용의 불가피성을 역설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국제사회는 구 독일 나찌 전범과 일본 제국주의자들에 대한 군사재판을 통해 침략전쟁의 개념을 정립하기 시작하였고, 국제연합체제 발전과 더불어 침략전쟁의 개념은 더욱 보편적인 것으로 정의되고 있습니다. 그 개념을 가장 정확히 정리한 것으로는 1974년 국제연합 제29차 총회에서 채택된 “침략의 정의” 결의(Resolution on the Definition of Aggression, December 14, 1974)를 들 수 있는 바, 이 결의 제1항은 침략전쟁의 개념을 “영토, 주권 또는 정치적 독립을 침해하거나 국제연합헌장에 위반되는 무력의 사용(무력의 사용에는 군대에 의한 영토의 침략, 폭격, 해상봉쇄 등이 있음)”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제2항은 “국제연합헌장에 위배되는 무력행사는 침략행위의 제1차적 증거가 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2) 위에서 보듯이 현대의 침략전쟁의 개념은 일응 “국제연합의 헌장을 위반하여 무력을 사용하여 타국의 주권이나 영토 혹은 그 정치적 독립성을 훼손하는 일체의 행위”라고 규정하여도 무방할 것입니다.
라. 이라크 전쟁은 침략전쟁인가
(1) 2003. 3. 20.(한국시간)을 기해 감행된 미국과 영국에 의한 이라크 침공은 위의 국제법 원칙에 비추어 침략전쟁일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과 영국은 이라크 침공에 있어 명백히 국제연합의 집단안보체제의 원칙을 위반하였고, 이 침공을 자위권의 행사로 보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2) 국제연합의 집단안보체제 원칙의 위반
위에서 본대로 국제연합체제에서 무력행사는 자위권의 행사가 아닌 한 반드시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정에 의해서만 행해져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미국과 영국이 이라크에 대해 감행한 군사행동은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 명백히 국제연합헌장에 위반된 무력행사입니다. 이에 대해 미국과 영국은 이번 군사행동은 헌장 위반이 아니며 집단안보체제 원칙을 위반한 것도 아니라고 강변합니다. 즉, 이번 군사행동에는 추가적인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가 필요없으며, 안전보장이사회의 과거 결의만으로도 충분히 군사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과 영국이 근거로 삼고 있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는 2002. 11. 8. 안보리 1441 결의(Resolution 1441 at Security Council meeting 4644, 8 November 2002)입니다. 이 결의는 지난 10여 년 동안 안전보장이사회가 이라크의 무기사찰과 대량살상 무기의 폐기를 촉구하는 가운데 나온 최종회에 해당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결의에서 안전보장이사회는 그동안의 무기사찰과 대량살상무기의 폐기를 촉구한 지난 10여 년 간의 결의(대표적으로 결의 687)를 상기하면서 이라크에 마지막 촉구(final opportunity to comply with its disarmament obligations under relevant resolutions of the Council)를 하였습니다. 곧,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라크가 반복되는 이사회 결의에도 불구하고 국제연합 무기사찰단(UNMOVIC)과 국제핵기구(IAEA)에 의한 사찰과 무장해제 노력에 적극적으로 협력하지 않았다고 평가하고 즉각적이고도 적극적으로 이들의 노력에 협력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그리고 만일 이라크가 이 요구에 계속적으로 불응하면 심각한 결과를 맞이할 것이라고(it(Iraq) will face serious consequences as a result of its continued violations of its obligations) 경고하였습니다.
미국과 영국은 바로 이것을 원용하면서 이번 무력행사가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위의 결의가 바로 미국과 영국에 무력행사를 허용한 것이라고 보는 것은 우선 동 결의의 문리해석상 불가능하며, 원래의 취지와도 맞지 않습니다. 위의 결의는 이라크가 계속적으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향후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정에 의한 무력행사를 비롯한 심각한 제재를 받을 것이라는 것을 예고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안전보장이사회가 이라크를 무력으로 제재하려고 한다면 반드시 위의 결의 이후 이라크의 계속적인 의무위반을 발견하고 무력행사를 포함한 새로운 제재 조치(새 결의안)를 만들어 내야 하는 것입니다.
사실 안전보장이사회는 위의 1441 결의 이후 이라크에 사찰단을 보내 마지막 사찰과 무기폐기에 들어갔고 최근까지의 사찰단의 보고는 이라크의 완전한 협조 하에서 순조롭게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그 상임이사국인 불란서, 러시아 및 중국은 미국과 영국의 무력제재결의안 요구에 반대하였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영국은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라크에 대한 무력공격을 위한 새로운 결의안을 계속 요구하였고 마침내 상임이사국과 비상임이사국으로부터의 지지를 얻어낼 가능성이 적어지자 지난 3. 18.(한국시간) 전격적으로 결의안을 철회하고 이라크에 48시간 내에 사담 후세인 대통령이 스스로 권좌에서 물러나라는 최후통첩을 하고 이에 이라크가 불응하자 3. 20. 무력침공을 감행한 것입니다.
미국과 영국이 국제연합의 집단안보체제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강변하는 것은 그들의 행위에 의해서도 어불성설입니다. 만일 그들의 말대로 안전보장이사회의 새로운 결의가 없이 위 결의 1441만으로도 무력행사가 가능하다고 한다면 구태여 미국과 영국이 지난 몇 개월 동안 안전보장이사회에 무력행사를 위한 새로운 결의안 채택을 요구할 이유도 없었을 것입니다. 미국과 영국이 지난 몇 개월 동안 안전보장이사회의 새로운 결의안을 그토록 요구하다가 결국 그것이 무망해지자 이제서는 그런 결의안이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금반언의 원칙(이는 국제법의 법원(source of law)의 하나인 법의 일반원칙에 해당)에도 위반되는 것입니다.
(3) 자위권의 행사라고 볼 수 없는 군사행동
위와 같이 미국과 영국의 이라크에 대한 무력행사는 국제연합의 집단안보체제에서 반드시 요구되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가 없는 불법적인 것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영국이 이번 전쟁의 국제법상 합법성을 주장한다면 그것은 오로지 국제연합 헌장 제51조의 자위권의 범주에 해당할 때 가능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의 이라크 침공은 아무리 자위권의 개념을 넓게 본다고 해도 그 개념에 도저히 포섭될 수 없는 무력행사입니다. 선제적 공격이 (제한적으로) 자위권의 행사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라크가 미국이나 영국을 상대로 무력행사를 할 것이라는 징후(명백하고도 현존하는 위험)는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나아가 이라크의 군사력은 지난 걸프전 이전과 비교하여 약 40%의 상태에 지나지 않고 경제력 또한 지난 12년 동안 계속되어 온 경제제재로 도저히 다른 나라를 침공할 수 없는 최저상황에 있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일반적인 평가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미국과 영국이 임박한 이라크의 무력침공을 예상하여 선제적 공격을 하였다고 볼 수 없습니다. 미국과 영국의 실제 속셈(국제여론은 미국이 중동에서 러시아나 기타 국가들의 영향력 확산을 방지하여 그들의 패권을 확보하고 이라크의 유전을 직·간접적으로 지배하여 안정적인 원유를 공급받기 위해 이번 전쟁을 통해 이라크에 친미 위성국가를 세우는 것이라고 설명함)은 다른 데에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3. 20. 전쟁이 발발하자 백악관 대변인이 후세인이 제거되어도 미군은 바그다드로 계속 진격할 것이라는 미 정부의 입장을 밝혔는데, 이것이 바로 미국과 영국의 선제공격의 진의를 드러내는 것이라 하겠습니다(미국은 3. 18. 최후 통첩에서는 전쟁을 막는 길은 후세인이 권좌에서 물러나는 것이라고 하여 마치 전쟁의 목적이 이라크 인민을 후세인의 압제에서 해방시키는 것이라는 인상을 심어 주었으나 개전이 된 후 말을 바꾸고 있는 것임).
결론적으로 이라크는 미국과 영국을 침공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나라이었음에도 두 나라가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이라크에 대해 전쟁을 도발한 것은 어떤 논리에 의해서도 무력사용의 예외인 자위권의 행사라고는 볼 수 없습니다.
(4) 결론: 이라크 전쟁은 침략전쟁이다
이처럼 미국과 영국의 이라크 침공은 절차적으로 국제연합헌장에 명백히 위반되는 무력행사로서 불법적인 전쟁입니다. 또한 실질적인 측면에서 보더라도 국제법이 허용하지 아니하는 침략전쟁입니다. 미국은 당초 대량살상무기 제거를 목표로 내세웠으나 침공 직전 이라크에서 현 후세인 정권의 전복이 목표라고 공공연히 표방하였습니다. 이는 국제연합헌장의 기본원칙인 주권존중의 원칙, 특히 제2조 제4호 “모든 회원국은 그 국제관계에 있어서 다른 국가의 영토보전이나 정치적 독립에 대하여 또는 국제연합의 목적과 양립하지 아니하는 어떠한 기타 방식으로도 무력의 위협이나 무력행사를 삼간다”는 규정에 위배하여 이라크의 주권과 영토 그리고 정치적 독립을 훼손하는 것이어서,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국제법상 용인되지 않는 침략전쟁임이 분명합니다.
3. 파병결정의 위헌성
가. 헌법 전문 및 제5조 제1항 위반
(1) 국제평화주의
헌법 전문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민국은 …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라고 하고, 제5조 제1항은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고 합니다. 헌법은 이와 같이 전문과 제1장 총강에서 국제평화주의를 선언하면서 평화헌법으로서 성격을 분명히 하고 있는바, 국제평화주의는 국민주권의 원리, 민주적 기본질서 등과 함께 우리 헌법의 기본적 가치에 해당합니다. 헌법의 기본적 가치는 헌법의 핵이며 기본 이념으로서, 입법과 사법, 행정의 전과정에서 손상되거나 침해되어서는 아니됩니다. 또한 이는 헌법개정을 통하여도 변경되거나 삭제될 수 없는 것입니다.
(2) 파병결정의 위헌성
위에서 살핀 바와 같이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국제연합헌장이 정한 절차적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이고, 국제연합헌장의 기본 원칙인 주권존중의 원칙에 반하여 이라크의 주권과 영토, 정치적 독립을 무력으로 침해하는 국제법상 침략전쟁입니다.
또 대한민국이 가입 비준하고 2002. 7. 1. 그 효력을 발생한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규정” 제5조 제1항 제4호, 제2항은 국제형사재판소가 국제연합헌장의 관련 조항에 부합하여 침략전쟁에 대한 관할권을 행사할 것을 예정하고 있는바, 이는 국제사회가 침략전쟁을 허용하지 아니한다는 견해를 명백히 하고, 침략전쟁이더라도 승리하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아니하였던 국제관계의 현실을 뛰어넘어 최종적으로 그 전쟁수행자를 형사처벌로 응징함으로써 침략전쟁을 불허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입니다.
한편 로마규정 제5조 제1항 제1호, 제8조 제2항 나. (4)은 명백히 과도하게 민간인의 인명살상이나 상해 등을 가져오고 자연환경에 대한 광범위하고 장기간의 중대한 피해를 야기한다는 것을 인식하고서 의도적으로 공격을 개시하는 것을 전쟁범죄로 처벌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이번 전쟁에서 가공할 폭발력을 가진 신무기를 사용함으로써 이라크 민간인들이 다수 살상되고 그 자연환경이 심대하게 파괴될 것임은 이미 널리 예견되고 있는 바로서, 그 주도자들의 형사법적 책임까지도 거론될 가능성이 상당합니다.
대통령은 대국민담화에서 이라크 침공이 이라크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이 실패로 돌아간 상황에서 대량살상무기의 조속한 제거를 위하여 이루어진 불가피한 조치라면서 지지입장을 확인하였으나, 이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국제연합헌장에 위배되는 침략전쟁이라는 명백한 사실과 그 전개에 따라 형사법적 처벌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상당한 상황이라는 현실을 도외시한 것입니다. 이번 이라크 침공에 관하여 국제사회는 유례없는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미국은 국제연합 안전보장이사회에서조차 동의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입장을 지지하겠다는 대통령의 입장은, 미국이라는 강대국이 힘을 앞세워 국제법규를 무시하고 범죄행위를 감행하는 데 동조하는 것에 지나지 아니합니다.
더욱이 건설공병대를 주축으로 하는 국군을 파병하여 공격과 침투에 필요한 건설임무를 담당하게 함으로써 침략전쟁수행에 필수적이고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도록 한 대통령의 파병결정과 국회의 파병동의는, 미국에 대한 단순한 지지를 넘어서서 대한민국이 침략전쟁의 공동수행자가 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전쟁주도국인 미국 외에 영국, 호주만이 전투병을 파병하고, 지지를 표명하였다는 30여개 나라들 중 몇 나라들만이 종전 후 복구와 구호에 참여할 인력을 파견하겠다는 정도의 입장을 보이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공병대를 파견함으로써 침략전쟁의 적극적 참전국이 되는 것은, 헌법 전문과 제5조 제1항에 위반하여 헌법의 기본적 가치를 손상시키는 위헌적인 행위입니다.
대통령의 파병결정은 그에게 부여된 국군통수권의 범위를 넘은 것이고, 국회의 파병동의 역시 입법기관인 국회에 부여된 대통령에 대한 견제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방임한 채 동의권을 남용하여 위헌적 결정에 효력을 발생시키는 것입니다. 따라서 국회는 파병에 동의하여서는 아니됩니다.
(3) 이 사건 파병결정이 국익에 부합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대통령은 대국민담화에서 미국의 대 이라크 전쟁에 대한 파병결정과 미국의 입장을 지지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국익에 부합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과연 미국의 이라크 전쟁을 지지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국익에 부합하는지 여부에 대하여는 상당한 반론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최근의 한반도 주변 상황으로 볼 때 이라크 전쟁을 계기로 미국의 힘의 공세가 더욱 가속화되며 북미간의 긴장을 고조시킬 것으로 보이는데, 대통령이 미국의 무분별한 힘의 공세에 동조하는 것은 대통령이 표방해온 남북화해와 평화번영정책에 부정적 영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더구나 파병결정은 세계 각 나라와 시민사회에게 대한민국이 침략전쟁 수행국이라는 깊은 인상을 심어주게 됩니다. 이로 인하여 세계 양심세력에게 한반도 평화를 위한 협조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까지도 이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위험성을 증대시키는 것은 그 자체로 대한민국의 국가 이익에 배치되는 것입니다.
그 외에 국회에 제출된 국방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에 의하면, “전후 미국주도의 신질서 구축시 에너지 자원의 안정적 확보 및 전후복구사업참여 등 국가이익 측면도 파병의 실익으로 기대될 수 있다”, “걸프전 당시 한국이 의료지원단, 공군수송단을 파견하고 전비 5억불을 지원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적시성의 부족과 전투지역으로부터 원거리 배치 등의 이유로 타참전국과 달리 전후 10년간 사우디 아라비아 건설수주에서 우리의 업체가 배제되었던 선례를 감안할 때 미온적 참여로 전후복구사업에서 참전효과가 상쇄되지 않도록 정부에 파견부대의 적시, 적소 배치 노력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라고 하는바, 이는 석유자원의 독점과 경제적 이익 획득을 실질적 목적의 하나로 하여 침략전쟁을 감행한 미국의 약탈적 외교방식을 추종하고 그로부터 이익을 취하겠다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라크 전쟁에 파병할 경우, 대한민국은 아랍권 상당수로부터 침략국가로 낙인찍히고 경제적 이득만을 바라는 국가로 인식되어 상당한 반감에 부딪히게 될 것이고, 이는 장기적으로 대한민국의 국익을 심각히 저해할 것입니다.
이 사건 파병 결정이 대한민국의 국익에 부합한다는 주장은 이처럼 그 근거가 매우 부족한 것입니다. 가사 그 주장을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한 개별국가에 이익이 된다고 하여 국제법적 불법성이 치유될 수 없는 것은 자명합니다. 대통령의 파병결정은 국제평화주의라는 헌법의 기본적 가치를 군사행동이라는 극단적 방법으로 손상시키는 것이어서, 헌법 전문과 제5조 제1항에 정면으로 위배됩니다.
(4) 한미상호방위조약의 검토
또한 파병결정은 한미동맹관계의 군사적 측면을 규율하는 기본 조약인 한미상호방위조약에도 위배되는 것입니다. 한미상호방위조약도 국제평화와 국제연합의 결정을 존중할 것을 그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지, 동맹관계유지에 무조건적인 가치를 부여하고 있지 아니합니다. 이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의 문언상으로도 분명합니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전문은 “본 조약의 당사국(대한민국과 미국)은, 모든 국민과 모든 정부가 평화적으로 생활하고저 하는 희망을 재확인하며”라고 하여, 한미동맹이 평화를 위한 동맹이어야 함을 대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제1조에서 “당사국은 관련될지도 모르는 어떠한 국제적 분쟁이라도 국제적 평화와 안전과 정의를 위태롭게 하지 않는 방법으로 평화적 수단에 의하여 해결하고 또한 국제관계에 대하여 부담한 의무에 배치되는 방법으로 무력으로 위협하거나 무력을 행사함을 삼가할 것을 약속한다”라고 하여, 국제연합헌장에 위배되고 세계의 평화를 파괴하는 침략전쟁에 대한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한미동맹의 당사국이기 이전에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구성원이며, 한미동맹관계 역시 국제연합헌장을 존중하는 전제 위에서 존재하는 것입니다. 한미동맹관계 유지가 파병결정의 위헌성을 제거할 명분이 될 수 없습니다.
나. 헌법 제5조 제2항 위반
헌법 제5조 제2항은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하며, 그 정치적 중립성은 준수된다”고 정합니다. 제5조 제1항 침략적 전쟁 부인규정과 함께 볼 때, 제2항의 국군의 사명은 자위전쟁에 국한됩니다. 침략전쟁 수행은 국군의 사명에서 배제된다고 해석되고 있습니다. 헌법 제74조 제1항, 국군조직법 제6조에 의하여 보장되는 대통령의 국군통수권 역시 자위전쟁 수행을 전제로 한 것입니다.
그런데 대통령의 파병결정은, 국군을 통수하는 대통령이 국가안전보장과 국토방위를 위한 자위전쟁 수행을 그 본래적 사명으로 하는 국군을 헌법 제5조 제1항에 의하여 부인되는 위법한 침략전쟁에 참가하도록 하는 것으로, 위 조항에 위배되는 위헌적 결정으로 취소되어야 합니다.
국회가 파병에 동의한다면, 이는 대통령의 국군통수권이 헌법의 제한 내에서 바로 행사되도록 통제하여야 한다는 취지에서 헌법의 명문 규정에 의하여 부여된 동의권을 남용하는 것으로, 이는 그 자체로 위헌적인 것입니다.
다. 헌법 제10조 위반
(1) 행복추구권과 평화적 생존권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행복추구권의 내용으로는 생명권,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 자유로운 활동과 인격발현에 관한 권리(인격권), 평화적 생존권, 휴식권, 수면권, 일조권, 스포츠권 등이 포함된다고 일반적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평화적 생존권이란 각 개인이 무력충돌과 살상에 휘말리지 않고 평화로운 삶을 누릴 권리를 말합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개인의 기본권 중 생명권이 가장 선차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것과 같이, 평화적 생존권 역시 행복추구권 가운데 선차적 위치에 있습니다. 무력충돌과 살상으로부터 자유롭지 아니하고는 언제든지 그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빼앗기거나 위협당할 수 있고, 이러한 경우 행복추구권의 다른 내용들을 실현하는 것 역시 기대할 수 없습니다.
평화적 생존권은 각 개인이 가해자가 되지 않음으로써 그 자신의 인간성과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평화를 상실하지 않을 권리까지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타인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침해하지 않을 권리는, 최고의 가치로서 지위를 가지는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외경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입니다. 상호 공존하는 인간 본래의 생활방식에 따라 스스로 다른 인간을 살상하지 아니함으로써 자신과 상대방의 인간으로서의 존재와 존엄을 지키려는 것은, 그 자체로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반영한 것입니다. 그런데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그가 속한 국가 정책에 따른 무력충돌로 상대국민의 생명 또는 안전을 침해하게 될 경우, 인간성의 기본을 구성하는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외경이 파괴되거나 크게 흔들리게 되는바, 그 결과 기본적 인간성이 파괴될 것은 자명하고, 인간성이 파괴되는 이상 행복추구권의 다른 내용도 실현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평화적 생존권은 행복추구권 가운데서도 핵심적인 기본권으로서 다루어져야 합니다.
(2) 평화적 생존권의 침해와 보장
근대헌법 형성 이후 일어난 두 차례의 세계대전은, 개인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이 그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그가 속한 국가와 상대 국가의 정책, 그를 둘러싼 국제사회와 국제기구의 입장에 의하여 좌우되는 현실을 여실히 증명하였습니다. 각국의 이해관계와 종교적·정치적 입장의 차이에 발단한 전쟁은 막강한 폭발력을 가진 현대식 무기의 사용으로 타국민에 대한 대량살상을 몰고 왔습니다. 교전에 직접 참가하지 않은 일반인 누구라도 언제든지 살상될 수 있는 현대전의 양상은 교전당사국 국민들을 죽음의 공포에 몰아넣는 한편 전쟁에 대한 환멸과 인간성의 파괴를 가져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평화적 생존권은 개인의 인간성 유지와 행복추구를 위한 전제로서 주권국가와 국제사회에 의하여 필수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는 것임이 분명하여졌고,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 목록에 포함되기에 이르렀습니다.
평화적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로서는 전쟁의 포기와 군비의 금지, 침략적 전쟁의 부인, 평화교란행위의 금지, 양심적 병역거부권 인정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헌법 전문과 제5조 제1항에서 선언된 평화주의는, 대한민국 국민이 침략전쟁에 나서지 않고 최소한의 평화적 생존을 영위할 수 있도록 보장한 것입니다. 이로써 대한민국 국민은 대한민국이 부당한 침략전쟁을 시도할 경우 헌법에 위반되는 것임을 지적하고 국민의 평화적 생존을 보장할 것을 요구할 수 있으며, 이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이 침략전쟁에 나서지 않도록 하는 최후의 담보입니다.
(3) 국민의 평화적 생존권 침해
대통령의 파병결정과 국회의 파병동의는, 대한민국 국민인 국군을 침략전쟁에 나서도록 함으로써, 국민들로 하여금 그 의사에 반하여 불법적 무력충돌에 휘말리게 하는 것입니다. 1991년 일어났던 걸프전의 결과 현재 이라크 인구의 절반이 15세 미만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고, 성인들 가운데도 여성과 노인이 대다수입니다. 절대적으로 우월한 군사력과 경제력에 기반한 대규모 폭격으로 살상당할 민간인들의 피해는 추산할 수 없는 정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전쟁으로 인한 기아와 질병의 가장 큰 피해자는 정작 교전에 참가할 능력도 없는 어린이와 노약자, 여성입니다.
대한민국이 침략전쟁에 참여하여 이라크 국민의 생존권을 침해하는데 가담하면, 국민들은 그 의사에 반하여 불법적 침공국가의 국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들이 직접선거로 선출한 대통령으로서 외국에 대하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통령과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국회가 파병을 결정하고 이에 동의할 때, 대한민국이 국민들이 납부한 세금으로 이라크 국민들의 생존과 신체의 안전을 위협할 때, 타인의 생명을 존중하고 타인과 공존하는 데서 자신의 인간다움을 확인하려는 국민들의 양심과 인간성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되고, 국민들의 평화적 생존은 불가능하게 됩니다.
더구나 전 세계 국가들 중 30여개 국가들만이 지지입장을 표명하고 있고, 개전 당시부터 직접 참전하고 있는 영국과 호주를 제외하면, 파병을 통하여 직접적으로 전쟁에 참여하는 국가는 대한민국 등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지구상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로서 그 어느 국가보다도 전쟁의 공포와 폐해를 인식하고 평화실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할 대한민국이 불법적 무력행사에 앞장서는 것은, 국민들에게 인류의 한 사람으로서 타인의 생명 존중이라는 기본적 공동생활방식의 원칙을 고수하지 못한 데 대한 깊은 부끄러움을 갖게 합니다.
한편, 대통령의 파병결정으로 미국이 불법적 무력 사용에 대하여도 대한민국의 지지를 받는다고 판단할 경우, 미국은 2001년 부시행정부 출범 직후부터 공언한 대로 이라크 다음의 악의 축으로 북한을 지목하며 힘을 내세워 한반도의 긴장을 더욱 고조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는 한반도 긴장 완화와 남북화해를 주창하여 온 대통령의 정책과도 상반되는 것으로서, 이라크 전쟁에서 힘을 한껏 과시한 미국의 부적절한 대응으로 인하여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면 우리 국민들이 바로 피해자로서 무력충돌에 휘말릴 위험성도 결코 배제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대통령의 파병결정은 국민들의 평화적 생존권을 침해하여 헌법 제10조에 위배되는 위헌적인 것이어서 취소되어야 합니다.
라. 헌법 제66조 제2항 위반
헌법 제66조 제2항은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고 정합니다. 이는 같은 조에 의하여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하고 정부의 수반으로 행정권을 행사하며 국군을 통수하는 헌법기관인 대통령에게 그 업무수행에 있어서 헌법을 준수하고 나아가 헌법침해에 맞서 헌법을 수호하여야 한다는 기본임무를 부여한 것입니다.
그런데 대통령은 2003. 2. 25. 헌법을 준수하겠다는 선서와 함께 대통령에 취임한 후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한민족의 역사와 대한민국 헌정에서 지켜오고 헌법이 천명한 평화주의에 정면으로 위배되며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파병결정을 내림으로써 헌법질서를 유린하였습니다. 이는 대통령에게 헌법이 부여한 헌법수호책무를 저버린 것으로서, 파병결정은 헌법 제66조 제2항에도 위배되는 위헌적 결정입니다.
4. 결론
헌법은 국민의지의 집결체입니다. 헌법의 최종적 수호자는 다름 아닌 국민입니다. 국민의 직접 선거에 의하여 선출되고 헌법의 명문 규정상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부여받은 헌법기관인 대통령이 헌법에 위배되는 공권력 행사로 헌법질서를 파괴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때, 국민이 나서서 헌법질서를 지키고 기본권침해를 막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국민들 사이에 널리 퍼지고 있는 반전과 평화를 요구하는 움직임은 바로 이와 같은 열망을 잘 보여줍니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유례없는 침략전쟁 참여로 유린될 위기에 있는 헌법질서를 바로잡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위헌임이 분명한 파병동의안은 부결되어야 하고, 파병결정은 즉시 취소되어야 합니다.
<별첨2> 기자회견문
기 자 회 견 문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동맹의 정신에 따라 국군을 이라크에 파병하겠다며 국회에 파병동의안을 제출하였다. 국회는 이미 며칠 전 파병을 반대하는 국민여론에 밀려 동의안 처리를 연기하고서, 오늘 또 다시 파병동의안을 처리하려고 하고 있다. 우리는 헌법수호책무를 진 헌법기관인 대통령과 국회가 헌법을 파괴하는 오늘의 사태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그 절차와 실체적 측면 모두에서 불법적 침략전쟁이다. 미국은 국제연합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도 없고, 자위권 발동의 최소한의 요건도 충족되지 않은 채로 이라크를 침공하고, 정권전복을 공공연한 목표로 선언하였다. 이는 국제연합헌장에 위배하여 타국의 주권과 영토, 정치적 독립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지금 수많은 이라크 어린이들과 여성들, 민중들이 미국의 폭격과 기아와 질병으로 죽어가고 있다. 세계는 더 이상 미국의 무법적 행태를 용인하지 않는다. 미국은 당장 이라크 침략과 민간인 학살을 중단하라.
노무현 대통령의 국군 파병은 평화주의를 천명하고 침략전쟁을 부인한 헌법에 반한다. 헌법은 또 국군이 오로지 자위적 전쟁을 수행하도록 정하고,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부여하고 있다. 대통령에게는 침략전쟁에 국군을 파병할 아무런 권한이 없다.
더구나 대통령의 파병결정은 국민을 그 의사에 반하여 무력충돌과 살상에 휘말리게 하는 것이다. 평화를 사랑하고 전쟁의 참혹함을 누구보다 잘 아는 우리 국민이 왜 미국의 침략전쟁에 빠져들어 이라크 민중들에게 고통을 주어야 하는가. 대통령은 국익을 위한 결정이라고 주장하나, 한국이 미국의 침략전쟁에 참여하면 미국이 한반도 평화를 가져다주리라는 것은 환상이다. 이라크에 폭탄을 퍼부은 미국이 다음으로 제압하려는 대상은 바로 북한이다. 이라크 전쟁으로 한층 강화된 미국의 폭력성과 무법성은 한반도의 긴장을 더욱 격화시키고 바로 우리의 평화를 위협할 것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살상할 때 파괴되지 않는 양심이란 없다. 파병결정은 우리 국민의 보편적 양심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히는 것이다. 타인을 살상하지 않을 권리, 평화적으로 생존할 권리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적 인권이다. 대통령은 위헌적인 국군파병결정을 즉시 철회하라.
국회는 전쟁에 반대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똑똑히 들어야 한다. 국회가 위헌적 파병결정에 동의하는 것은 견제수단으로 주어진 동의권을 남용하는 것이다. 국회의 동의는 대한민국을 국제사회에서 미국과 같은 전범국으로 낙인찍히게 할 뿐이다. 국회는 파병동의안을 부결시키라. 국회가 파병동의안을 통과시킨다면, 우리는 헌법소원과 집행정지가처분신청 등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하여 그 집행을 막을 것이다.
1. 미국은 불법적인 이라크 침략전쟁을 즉시 중단하라.
1. 대통령은 국군의 이라크 파병결정을 철회하라.
1. 국회는 “국군부대의이라크전쟁파병동의안”을 부결시키라.
2003. 3. 28.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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