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병역거부 양심수 사면, 복권 촉구 인권단체 기자회견
□ 일시 : 2003년 4월 10일 (목) 오전 10시
□ 장소 : 느티나무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 인권운동사랑방, 평화인권연대
<기자회견문>
병역거부 양심수들에 대한 사면·복권을 촉구한다!!!
대한민국 헌법은 양심과 종교의 자유를 인간의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국가는 개인이 가지고 있는 불가침의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지닌다고 명시하고 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역시 이러한 헌법정신으로부터 도출되는 인간의 기본적 권리임에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여전히 수많은 병역거부자들이 자신의 신념을 지킨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감옥에 수감되고 있으며, 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적절한 사회적 합의 또한 이루어지지 못함으로 인해 수많은 전과자들이 양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은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을 인정하고 이들을 위해 대체복무제도를 실시하고 있다는 사실과 무척 대조적이다. 더 나아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의 인정과 대체복무제도의 도입을 촉구하고 있는 유엔 결의에도 위배되는 것이다.
국제사면위원회에 의하면 양심수란 ‘폭력을 사용하거나 주창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정치적·종교적 신념, 인종, 성별, 피부색, 언어, 성적지향성을 이유로 구속·수감된 이들’을 말한다. 이에 따르면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은 양심의 이유로 징집과 같은 병역의무를 거부하거나 전쟁 또는 무장충돌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거부하는 사람들이기에 마땅히 양심수의 범주에 포함된다 할 것이다.
현재 전국의 각 교도소에는 단일 사안으로는 최대 규모인 약 1,100명 이상의 병역거부 양심수들이 수감되어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국정부는 병역거부 양심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으며, 더우기 오는 4월 중순 예정으로 추진중인 양심수 사면·복권 대상에서도 이 문제가 제외된다는 보도가 흘러나오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병역거부 문제가 사회적으로 널리 확산되면서 민간법정과 군사법정 공히 이 문제에 대한 판결이 재징집되지 않을 최소한의 형량인 1년 6개월형을 선고하는 추세에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1월, 서울남부지원은 ‘현행 병역법이 입영거부자의 처벌규정을 두면서도 양심적·종교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예외 조처를 두지 않아 사상과 양심의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될 가능성이 크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제청하기도 했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은 후보시절 병역거부권과 대체복무제도의 전향적 검토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오늘 우리 인권단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제 우리사회도 국제사회가 정하는 수준에 걸맞는 인권보장제도가 마련되기를 기대하며, 더 이상 양심과 사상을 이유로 자유를 제한 당하는 사람이 없어야 함을 강조하고자 한다.
이에 조만간 있을 양심수 사면을 통해 병역거부 양심수를 포함한 모든 양심수의 조건없는 석방을 단행할 것을 촉구한다. 특히 입대 후 집총을 거부한 병역거부자들은 군형법 상 항명죄의 법정 최고형인 3년형을 일률적으로 선고받고 복역중인데, 최소한 이들 가운데 1년6개월 이상 복역한 항명수 252명에 대해 우선적으로 사면·복권을 실시할 것을 촉구한다. 이는 최근 군복무 기간이 줄어들고 있는 점, 현재 병역거부 관련자들에 대해 민간법원이 일률적으로 1년6개월형을 선고하고 있는 추세에 비추어보더라도 형평성 차원에서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문제이다.
우리 인권단체들은 다시한번 정부당국에 촉구한다.
지금이라도 병역거부 양심수의 사면·복권 문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라! 그 첫 단계로서 최소 1년 6개월 이상 복역한 항명수를 법의 형평에 따라 즉시 석방하라!
더불어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인정과 대체복무제도 시행에 관한 국제사회의 권고와 세계적 추세를 고려하여 한국의 병역거부자들의 인권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2003년 4월10일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 양심에따른병역거부권실현과대체복무제도개선을위한연대회의 / 인권운동사랑방 / 평화인권연대
호소문
문서번호 030327-1
수 신 청와대 민정수석실, 정무수석실, 법무부 검찰 제3과, 국방부 법무담당관, 새천년민주당 인권위원회, 한나라당 인권위원회
발 신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
제 목 1년 6개월 이상 복역한 항명수 병역거부자들의 사면·복권 건의
날 짜 2003. 3. 27.
대한민국의 헌법은 양심·종교의 자유를 기본적인 인간의 권리로 규정하고 있으며 국가는 개인이 가지고 있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지닌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역시 이러한 헌법 정신으로부터 도출될 수 있는 인간의 기본적 권리임에 분명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여전히 수많은 병역거부자들이 그들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감옥으로 향하고 있으며, 아직까지 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적절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수많은 전과자만 양산시키고 있는 실정입니다. 반면에 징병제를 실시하고 있는 전 세계의 많은 나라들에서는 이미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을 인정하고 병역거부자들을 위한 대체복무제도를 실시하고 있으며, 유엔 차원에서도 여러 차례의 결의를 통해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이 인간의 기본적 권리라는 점을 확인하고 병역거부자들을 위한 대체복무제도 도입을 촉구해 온 바 있습니다.
병역거부자들은 다른 제소자들과는 달리 많은 유·무형의 고초를 겪고 있습니다. 전통적 안보관이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병역을 ‘기피’한다는 눈초리를 받는 것은 병역거부자 자신에게나 그들의 가족들에게 모두 쉽지 않은 형벌이라는 사실은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들이 한 목소리로 이와 같은 호소문을 작성하게 된 데에는 현재 이들이 받고 있는 극심한 고초와 차별이 사회적 편견의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행해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심각한 문제를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까지 병역거부자들은 군 입대 후 집총을 거부하여 군형법상의 항명죄로 군사법원에서 법정 최고형인 3년형을 천편일률적으로 선고받아 왔습니다. 94년 이전까지 군형법상의 항명죄에 대한 법정 최고형은 2년이었으나 육군의 군복무가 2년 6개월에서 2년 2개월로 줄어든 이후에 오히려 법정 최고형 기간이 늘어난 것입니다. 또한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거나 해를 끼칠만한 훈련을 받지 않겠다는 평화주의자들에게 ‘법정 최고형’을 선고해왔다는 사실 만으로도 군사법정에서의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처벌은 굉장히 불합리하게 이루어져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행은 2001년 5월, 병역거부자들을 위한 변호인단이 변론을 담당하게 됨에 따라 병역법상 입영기피죄로 민간법정에서 재판을 받게 되고 재징집되지 않는 최저형인 1년6개월의 ‘맞춤형량’이 선고되면서 점차 바뀌게 되었습니다. 특히 최근 군사법정에서도 민간법정에서의 형량과 마찬가지로 1년6개월형을 잇따라 선고하여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국방부 고등군사법원과 보통군사법원에서는 각각 ‘여호와의 증인’ 병역거부자와 ‘제7일 안식일교’ 병역거부자에게 1년6개월형을 판결한 바 있습니다. <별첨 1 참조>
이처럼 동일한 행위에 대해 이미 1년 6개월의 최소형량을 선고하고 있는 민간 법정의 추세와 군사법정 또한 1년6개월의 선고를 잇달아 내리고 있는 모습에 비추어 볼 때 현역병 복무기간보다 긴 처벌기간이어야 한다는 기존의 군사법정의 입장은 더 이상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따라서 연대회의는 1년6개월 이상 복역한 455명의 항명수들에 대해 과감한 가석방이 실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년 6개월 이상 복역한 항명수들 명단은 별첨자료 참조>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인정과 대체복무제도 시행에 관한 국제사회의 권고와 세계적 추세를 고려하여 한국의 병역거부자들의 인권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이 문제에서부터 출발해 주실 것을 탄원 드립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
국제민주연대, 군의문사 진상규명과 군폭력 근절을 위한 가족협의회, 기독사회시민연대, 녹색연합, 동성애자인권연대, 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연대, 민주노동당,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불교인권위원회, 사회당, 성공회대학교 인권평화센터,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오태양 지지모임,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유호근 지지모임 평화사랑, 여성해방연대, 원불교사회개벽교무단, 인권운동사랑방, 인터넷신문 대자보, 장애인 인권운동을 위한 열린네트워크,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전국불교운동연합, 전국학생회협의회, 좋은벗들, 참여불교재가연대, 참여연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평화를만드는여성회, 평화인권연대, 학술단체협의회,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함께가는사람들, 환경운동연합, 21세기진보학생연합
<별첨 1>
한겨레신문 2003년 3월 20일 (목)
‘양심적병역거부’ 최저형량 잇따라
종교적 이유 등을 내세운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군사법원이 종전보다 낮은 형량을 잇따라 선고하고 있다.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은 군 입대 뒤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집총을 거부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은 ‘여호와의 증인’ 신자 김아무개씨에게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보통군사법원도 지난 10일 같은 이유로 구속 기소된 ‘제7일 안식일’ 신자 임아무개씨에게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이런 형량은 그동안 징역 3년이나 2년6월을 선고해오던 군사법원도 민간법정과 형평을 맞추기 시작한 것이다. 민간법정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징집이 면제되는 최소 형량인 징역 1년6월을 선고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임종인 변호사는 “현재 양심적 병역거부자 1500여명이 징역 1년6월~3년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이며, 이들은 온 세계 병역거부 수형자의 80%에 이른다”며 “군사법원의 선고형량이 민간법원처럼 징역 1년6월형으로 낮아진 것은 군복무기간보다 선고형량이 길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의 결과”라고 말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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