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강정구교수를비롯8.15민족대축전관련당사자에대한사법부의공정처리를요구한다
지난 8.15 남북통일대축전 평양 공동행사에서의 돌출행동을 둘러싼 남쪽 내부의 소동으로 일부 방북대표들이 구속된 지 한 달이 지나가고 있다. 9월 25일에는 제5차 장관급회담이 개최되어 9개항에 걸친 합의를 담은 공동보도문이 발표되었다.
공동보도문은 그 첫 머리에 6.15 공동선언의 철저한 이행을 약속하며 남북관계 발전 뿐 아니라, 상호 ‘평화보장’을 위하여 노력한다는 것을 천명하고 있다. 또한 공동보도문은 첫번째 합의사항으로 당국간 대화와 협력 사업을 발전시킨다는 것뿐만 아니라, 민간급의 사업도 적극 지원키로 하였다.
이는 8.15 민간 공동행사가 이번의 당국간 대화 재개에 밑거름이 되었다는 남북 양측의 공통된 평가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합의에 따라 10월 3일부터 금강산 관광을 위한 실무회담에 이어 10월 중에도 제4차 이산가족 상봉사업, 제2차 남북경제협력추진협의회, 태권도시범교환방문 등이 잇달으며 남북의 화해와 협력을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이처럼 당국간 대화가 재개되며 남북관계가 회복되어 가는 것을 보면서, 다른 한편 8·15공동행사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논란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사실 평양 민간행사과정에서 생긴 돌출행동은 만약 당시에 남북대화가 열려 있었거나 남북 관계가 진전되고 있었다면 남쪽 사회에서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남북대화가 재개된 마당에 지난 번 행사로 인한 구속사태를 대승적으로 해결해야 할 시점이 되고 있다. 민간단체의 평양 방문의 가장 큰 목적은 중단된 남북대화를 민간차원에서라도 다시 열자는 데 있었다. 평양의 민간공동행사가 당국 간 대화 재개에 징검다리 역할을 한 것은 이미 남북 당국이 모두 인정하는 바이다. 실정법 위반으로 간주된 범민련 측 회합도 정부 방침에 맞게 연방제 강령을 수정하기 위한 행동이었다. 특히 강정구 교수의 행동은 원천적으로 국가보안법 위반이 될 성질의 것도 아니었다. 실정법 위반을 범했느냐의 사법적 판단은 북측의 공식 용어도 아닌 ‘만경대정신’에 대한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에 좌우되게 되어 있다. 이는 어디까지나 남쪽 사회의 유연성과 관용의 문제일 뿐이다.
강정구 교수는 그의 학문 연구나 가정생활, 일상적인 사회생활 모두에서 양심적이고, 자기 자신의 행동에 대하여도 철저한 원칙으로 일관해 온 모범적인 학자였다. 별로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그는 민주시민으로서 우리 사회의 귀감이 될만한 자세로 살아온 착한 가장이기도 하다. 이러한 인사를 사법적 요건 유지도 어려운 사상 시비를 근거로 정상적인 시민 자격을 박탈하려는 국가보안법 적용시도는 우리 민주 사회의 수치일 뿐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미 강정구 교수를 포함한 일부 방북 대표 6명들에 대한 사법적 처리시도를 철회할 것을 정부에 촉구한 바 있다. 남북대화가 재개된 새로운 화해·협력 시대를 맞이하여 아직도 냉전시대의 유물인 국가보안법 위반자를 계속 만들어 낼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한국 사회가 보다 건강하게 민주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도 이와 같이 불행한 경우가 생겨서는 안 될 것이다.
2001년 10월 10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경실련통일협회/민주노총
인권운동사랑방/천주교인권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