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처리연기는 열린우리당 존재이유에 대한 자기부정이다.

2004-11-29 210

[논평] 국가보안법 처리연기는 열린우리당 존재이유에 대한 자기부정이다.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국가보안법의 연내 처리를 연기하는 문제를 가지고 격론을 벌였다고 한다. 한나라당이 지연전술과 방해공작을 피면서 끝까지 버티겠다고 공언하므로 협상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 주요논거였다고 한다.

우리는 이런 집권여당의 비겁한 행태를 강력하게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열린우리당은 올 봄 범국민적 개혁의지에 힘입어 의회 다수당의 자리를 차지했다. 스스로도 이에 부응하여 ‘과거사 청산’의 역사적 과제를 반드시 해결할 것을 호언했다. 개혁과 과거사 청산의 확고한 실천을 상징하는 것이 국가보안법의 폐지라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 또한 열린우리당 자신이 그토록 수호하고자 하는 당의 정체성 그 자체라는 것 역시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국가보안법 폐지를 당론으로 결정한 이후 열린우리당이 보인 그 소심하고 안일한 처신에는 답답함을 넘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열린우리당은 지난 9월 국가보안법 폐지방침을 당론으로 결정한 후 정기국회 막바지에 이른 지금까지 진정으로 당론 관철을 위해 무슨 일을 했는지 심각하게 반성하여야 한다. 한동안 국보법 태스크포스팀을 결성한다, 외부자문단을 만들어 의견을 청취한다, 몇가지 개정안을 만들어 당내 논의를 한다는 등 요란한 변죽만 울렸지 실질적으로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한 일이라곤 거의 없다. 정기국회가 며칠 남지도 않았는데 여태 법사위원회에 법안 상정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고, 국민을 설득하려는 노력도 미흡하기 짝이 없다. 소수의 의원들만이 매달릴 뿐 다수 의원들은 오히려 별로 당론에 개의치 않는 것으로 보일 정도다. 그렇게 열린우리당이 미적대는 사이 한나라당은 색깔론 등을 무기로 여론을 호도하면서 국민들의 개혁 의지를 퇴색시키는데 집중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저급한 정치공세 때문에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미루겠다는 것은 한심한 변명에 불과하다. 국가보안법의 폐지 문제는 한나라당을 핑계로 연기할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이를 모르고 계속 머뭇거린다면 그것은 무능한 것이며, 알고도 과감한 행동에 돌입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비겁한 것이다. 열린우리당이 연내에 국가보안법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당초의 당론을 뒤엎는다면 이는 그 정체성을 스스로 부인하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자신들의 명운이 국가보안법 폐지 여부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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