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관련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 시행령 제정에 부쳐

2007-09-13 167

 [ 의견서 ] 교육관련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 시행령 제정에 부쳐

 2007. 5. 25. 교육관련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이하 ‘특례법’이라 한다)이 제정되었다. 특례법은 2005. 4. 7. 한나라당 이주호의원이 발의한 것으로, 그 심의과정에서 2007. 3. 국회교육위원회 위원장 명의의 수정안이 제출되었고, 수정안의 내용이 대체로 받아들여져 제정에 이르게 되었다. 특례법은 부칙에서 시행시기를 1년 후로 정하고 있으므로 내년부터는 법이 정한 바에 따라 교육관련기관의 정보가 공시, 공개되는 셈이다. 현재 특례법의 시행을 위한 시행령 제정 작업이 진행 중이고, 시행령 제정을 위하여 시행령 제정추진위원회가 구성되어 있는 상황이다.

  우리는 특례법 발의안의 제안이유가 밝히고 있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이나 교육행정의 효율성, 투명성 재고’라는 입법취지에는 당연히 찬성하는 바이다. 학교를 비롯한 교육기관들의 정보가 보다 투명하게 공개되어 학교 운영에 있어서 민주성을 확보하고, 교육행정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재고하며,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여야 한다는 점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할 사람을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우리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특례법의 일부내용과 관련하여 우려를 금할 길이 없다. 특례법은 공시대상정보로 학생들의 성적에 관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는데, 시행령 제정 여하에 따라서는 개별학교의 성적격차까지 모두 공개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교육문제에 관한 한국적 특수성에 비추어 개별학교의 성적격차가 확인된다는 것은 대학의 서열화에 이어, 중․고등학교까지 서열화 되는 것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고 하겠다.  최근 일련의 학력위조 사건들을 접하면서 한국사회가 얼마나 학력/학벌중심의 사회인지 새삼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목도하고 있는 중이다. 중․고등학교의 서열화는 이른바 ‘명문중학교’, ‘명문고등학교’의 부활로 이어져 중학교에서 대학교에 이르기까지의 학벌로 한 개인을 평가하게 됨으로써 학벌사회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보다 큰 문제는 중․고등학교의 서열화는 교육자원의 불균등분배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이미 계층간, 지역간 교육자원이 심히 불균등하게 분배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우리 헌법은 제36조 제1항에서 “모든 국민이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란 형식적인 기회의 균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이고 결과적인 평등까지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우리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평준화 정책이 이러한 국민의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지탱하는 최소한의 정책적 기제라고 판단한다. 중․고등학교의 서열화는 결국 평준화의 해체로 귀결될 것이다. 평준화의 해체는 안그래도 편중이 심한 교육자원의 지역적/계층적 불균등 분배를 더욱 심화시킴으로써 특정 지역/계층의 교육자원 과점을 고착화시키게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평준화 정책을 해체하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반대하는 바이며, 특례법 수정안의 취지에서 밝힌 바와 같이 ‘사회적 파장’을 감안하여 최소한 학교별 성적격차가 확인되지 않는 방식으로 시행령이 제정되기를 촉구하는 바이다.

2007. 9. 13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백승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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