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정부는 전국철도노동조합의 정당한 파업 예고에 대한 사법처리 협박을 중단하라
[ 성 명 서 ]
정부는 전국철도노동조합의 정당한 파업 예고에 대한 사법처리 협박을 중단하라
전국철도노동조합의 파업 돌입 예고에 대한 대통령과 정부의 협박이 도를 넘고 있다. 지난 11월 18일 이명박 대통령은 “세계가 금융위기와 실물위기 속에서 불법파업을 한다면 엄격하게 법으로 다스릴 것”이라며 올해의 철도 노사의 교섭쟁점을 왜곡하고, 명확한 근거의 제시 없이 철도노동조합의 예고된 파업을 불법으로 몰아가려 하고 있다. 한편,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있은 직후인 19일 오전, 대검찰청을 비롯한 유관기관 관계자들은 공안대책협의회를 가지고 이번 철도 노동자들의 파업을 ‘불법파업으로 규정’하려고 시도하면서, ‘사법처리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수립한 바 있다.
그런데, 언론에 알려진 바에 의하면, 대통령과 유관기관이 철도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를 불법파업으로 단정한 이유는 철도노동조합이 이번 교섭에서 해고자 복직과 구조조정 등의 사안을 교섭의제로 삼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철도 노사 사이에 100여개가 넘게 남아있는 미타결 교섭사항 중에 고작 한두 개의 부수적 교섭사항을 이유로 이것 때문에 파업의 목적이 불법이라고 말하는 대통령과 정부를 바라보고 있으면 그저 옹색함이 느껴질 따름이다. 아울러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정부는 철도노동조합의 파업을 불법으로 매도하기 위하여 사실관계를 자의적으로 재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철도노동조합과 사용자인 한국철도공사는 4개월 동안 ‘2008년 임금 및 단체협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교섭을 진행해 왔으나 의견 차이로 지난 10월 최종교섭이 결렬되었고, 이에 철도노동조합에서는 2008. 10. 17. 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하였고, 같은 해 11. 4. 역시 입장 차이로 조정종료 결정이 내려졌다.
그리하여 철도노동조합은 교섭력을 높이기 위하여 지난 10. 29.부터 31.까지 파업찬반투표를 진행하였고, 그 결과 94.13%의 조합원이 투표에 참여하여 재적 조합원의 60.66%가 파업에 찬성하였다.
단체교섭 과정에서 철도노동조합은 임금협상(임금 인상, 비정규직 임금 차별 해소, 임금 체계 개편)과 비정규직 차별 해소, 근무체제, 승진의 기준, 징계의 절차, 전임자 및 노동조합 활동을 포함한 단체협약 전체에 걸쳐 철도의 공공성과 철도 노동자의 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요구안을 제시하였으나, 철도공사는 자동승진 폐지, 시간외 근로 수당 축소, 근무 체계 개악, 휴일 축소 등 전반적으로 근로조건 개악하는 내용을 제시함과 동시에 전임자 축소 등 노동조합 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한 안을 고집하였다.
그런데 철도 노사의 단체교섭과정을 보면, 노사 간 본 교섭 4회, 실무교섭 60회 등 임금 협약 및 근로조건 전반을 규율하는 단체협약 갱신을 위한 교섭이 활발하게 진행되었으나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철도공사 사장이 인사 청탁을 받으면서 수천만 원을 수뢰한 혐의로 구속되자 철도공사 측은 더 이상 책임 있는 논의를 할 수 없다면서 교섭을 해태하기까지 하였다.
여러 보도에 따르면, 철도노동조합은 노동위원회의 결정에 따른 필수유지업무를 유지하면서 파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예고하였고 그에 따라 철도공사에게 필수유지업무에서 근무할 조합원 명단 통보 절차도 모두 완료하였다고 한다.
이상과 같은 철도 노사의 단체교섭 경위, 노동위원회에서의 조정절차 준수여부를 종합해 본다면, 금번 철도노동조합의 파업은 철도노동조합이 주도하는 것으로 그 주체에 정당성이 있고 노동위원회의 조정 절차와 조합원의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쳐 필수유지업무에 대한 노동위원회 결정을 준수하는 방법으로 쟁의행위를 한다는 것이므로 그 절차와 수단, 방법에 있어서도 정당하다. 나아가 단체교섭 및 조정과정을 보건대, 노동조합의 요구는 철도공공성 보장, 구조조정에 대한 반대 및 해고자 복직 등을 포함하고 있으나 2008년 임금협약 및 단체협약 갱신 체결 등 근로조건의 유지, 개선 등에 관한 사항이 주된 것임을 알 수 있고, 주된 목적이 무엇인가를 보고 목적의 정당성 여부를 판단하는 판례의 입장에 따르는 경우에도 금번 쟁의행위의 주된 목적은 2008년 임금협약 및 단체협약 갱신 체결 등 철도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의 유지, 개선 등에 관한 사항임이 명백하다고 할 것이어서 파업의 목적에 있어서도 정당하다.
그런데 현 정부와 검찰은 도대체 어떤 근거로 철도노동조합의 파업을 불법으로 단정하여 매도하고 있는 것인가?
오히려 교섭 파행의 책임은 부정한 청탁과 뇌물로 인해 구속되는 자신의 측근인사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이명박 대통령에게 있음에도 철도 노사의 교섭 사항이 무엇인지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려고 하지도 않은 채 관성적으로 공기업 파업에는 “불법파업”의 딱지를 붙이고 시작하는 정권의 태도야 말로 전근대적 권위주의의 유산이라 아니할 수 없다.
우리는 이명박 정부의 노동정책이 과거로 회귀하는 현상을 여러 곳에서 목도하고 있다. 또한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에 대해 무조건 불법의 낙인을 찍고 언론과 국민들 앞에서 노동조합을 맹렬히 비난하다가 쟁의행위가 적법하다는 사법부의 판단이 나오면 아니면 말고 식으로 나오는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를 여러 번 보아 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번 철도노동조합의 파업에 대해 정부 태도 역시 이런 식의 무책임한 선동이 아닐지 심히 우려스럽다.
진정으로 법과 원칙을 지킬 의지가 있는 정부라면 철도노동조합의 파업을 일방적으로 “불법”으로 매도하며 헌법상 보장된 노동자들의 파업권의 행사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앞장설 것이 아니라 철도노동자들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합법적인 파업에 대해 법적 권리를 보장하고 노․사간의 자율적 교섭과 대화 주선에 주력하여야 할 것이다.
대통령과 정부가 앞장서서 철도노동조합의 파업을 섣부르게 불법으로 단정하여 사법처리 운운함으로써 철도노동자들을 위협하고 국민들로부터 괴리시켜 종국에는 노동자들의 정당한 파업권을 박탈하고 노사 간의 자율교섭 원칙을 해치려는 행위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대통령과 정부에게 철도노동자들의 정당한 파업을 위협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엄숙하게 요구하는 바이다.
2008. 11. 19.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민주주의 법학연구회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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