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밖의민변]-관료저항에막힌’국가인권위’파행출범

2001-12-12 103


국가인권위원회의 파행적인 출범을 우려하며, 경향신문 11월 26일자에 윤기원회원(민변 사무총장)이 기고한 글입니다.
현재 국가인권위원회는 업무를 진행 중이며, 여기로 가시면국가인권위원회의 활동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출범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법안제정 과정에서 인권관련 시민단체와 정부 여당 및 야당 사이에 무수한 논쟁이 있었지만 인권관련 시민단체들의 3년여에 걸친 각고의 노력 끝에 탄생한 것이다. 이러한 국가인권위원회는 입법, 사법, 행정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독립적 국가기구라는 위상도 그렇지만 인권만을 전담하는 국가기구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가 출범한 오늘에까지도 법에서 정한 업무를 수행하는데 필수적인 시행령과 직제안, 직원채용규정 등이 아직도 확정되지 못한 채 난항을 겪고 있다. 이것은 ‘복지인권국가의 실현’이라는 대통령의 핵심 국정목표조차 관료적 저항에 부딪쳐 난파위기로 치닫고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정원이 어떻고, 직제가 어떻고, 시행령의 내용이 어떻다는 관료들의 구구한 문제지적들은 단지 그럴 듯한 명분을 뒤집어쓴 구실에 불과할 뿐, 사실은 국민에 대한 인권보호와 신장을 눈뜨고 볼 수 없다는 반인권적 관료기득권 세력들의 반발에 부딪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고 보면 직제와 직원채용문제를 놓고 관계부처가 ‘작은 인권위’와 ‘공무원 중심 인력충원’을 주장하며 시비를 걸고 있는 최근의 파행사태란 충분히 예견되고, 또 피해갈 수 없이 직면해야만 했던 게 아니었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답답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국가인권위 김창국 위원장이 상담을 하고 있는 모습 / 시민의 신문]

업무의 성격 및 범위에 비추어 보아 국가인권위원회는 필연적으로 다른 국가권력기관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과 인권침해를 당한 자를 구제하는 역할을 수행하여야 하며 그러한 역할에 걸맞은 조직과 인원, 예산이 필수적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조직과 직원수, 직원채용규정 등은 국가인권위원회의 본래 기능인 국민의 인권을 보장할 수 있는지의 관점에서 판단해야할 문제다. 다른 정부부처의 조직이나 인원수, 채용규정 등을 단순 비교하여 직제가 너무 크다든지, 직원수가 너무 많다든지, 직급이 높다든지 하는 논점은 올바르지 않다. 예컨대 국민의 민원처리만 하는 국민고충처리위원회조차도 총직원이 205명이다. 또 비록 사안이 복잡하기는 하지만 80여건의 과거 의문사 사건만을 조사하는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직원이 90여명이다.

다른 나라들의 경우에 비추어도 현재 추진하고 있는 인권위 직제와 정원은 매우 부족하다. 미국(직원 3,400명/인구 2억7천3백만명), 호주(직원 300여명/인구 1천9백만명), 캐나다(직원 200명/인구 3천만명, 각주 인권위 제외), 가나(직원 700명/인구 1천9백만명), 필리핀 (직원 1,200명/인구 7천4백만명) 등 여러 다른 나라에 비하여 결코 많은 규모라 할 수 없다. 더구나 선진국들은 인권침해 조사구제 기능을 갖고 있지 않고 반면에 후진국들은 차별행위 조사기능을 갖고 있지 않은데도 훨씬 많은 인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 인권위는 두 기능을 모두 다 하도록 법에 명시되어 있다.

국민의 인권보장이라는 중요 업무에 필요한 예산과 직원을 배정하여야 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의무이다. 업무를 수행하는데 인권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과 활동을 한 사람이 필요하다면 그에 대한 관련 규정을 정비하는 것 또한 국민의 인권보장을 책임지고 있는 국가의 의무이다.

오늘날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있는 국가들은 인권침해를 예방하며 인권보장의 수준을 국제적인 기준에 합치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우리도 이러한 국제적인 추세에 맞춰 국가인권위원회를 설립하였다. 향후 1년간 국가인권위원회의 역할과 활동이 우리사회 인권상황 개선의 성패를 좌우할 중요한 시점이다. 그런데 국가인권위원회법이 발효되는 오늘에 이르러서도 소속직원이 없어 인권위원장과 인권위원들이 피해자의 진정서를 직접 접수해야하는 사태를 보면서 국가인권위원회의 앞날에 암운이 드리우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된다.

인권침해를 당한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마련된 국가인권위원회의 파행적인 출범사태를 보면서 새삼 우리 인권의 현주소와 반인권적 관료 기득권세력들의 저항을 씁쓸히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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