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노사정합의 사항을 무시한 노동관계법 국회통과를 비판한다

2001-09-11 103

노사정합의사항을
무시한

노동관계법
국회 통과를 비판한다

 

 

 

국회는
지난 2월 14일 밤 본회의를 열어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비롯한 노동관계법 개(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노동관계법의 개(제)정안은 국내경제가 IMF의 구제금융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이
위기를 극복하고자 노·사·정이 합의하여 노사정위원회를 구성하고,
각고의 노력을 통해 이루어낸 합의사항들을 법제화하는 절차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이번 노동관계법을 통과시키면서 이미 노동자측의 대폭적인 희생을
전제로 하는 노사정위원회의합의사항마저 무시한 채 더욱더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쪽으로 개(제)정법들을 통과시켰음이 드러나 노동계의 심각한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

 

국회가
노사정합의사항을 무시한 채 개(제)정법률을 통과시킨 대표적 조항으로는 실직자의
조합원자격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노사정위원회 합의문에 따르면 "정부는
노동기본권 확충을 위하여 실업자에게 초기업단위노조의 가입자격을 인정하는 관련법률개정안을
98년 2월 임시국회에 제출한다"고 되어 있음에도 이번 법개정에서는 이 부분이
무시되었다. 이 부분은 현행 기업별 노조체제를 산업별 노조체제로 전환하는데 있어서
필수적인 조항으로 노사정위원회의 합의과정에서 노동계쪽이 강력하게 고수했던 조항이었다.

 

노사정위원회의
합의문 발표 직후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는 합의사항을 추인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총파업 등 강경투쟁을 선언하였으나, 노사정합의사항은 지켜져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를
수용하여 총파업을 철회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잠정합의안을 노동자의 입장에서
대폭 후퇴시키는 쪽으로 개정안을 통과시킨 처사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한편,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앞으로 정기국회에서 관련법률의 개정을 추진하기로 되어 있는
교원노조와 관련하여 애초에는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주기로 합의하였으나, 협약안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새정치국민회의쪽이 사실상 단결권만 허용하는 쪽으로 문구를
바꾼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이 역시 노사정합의를 무시하는 처사로서 합의내용대로
성실하게 이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노사정위원회의 합의사항을 놓고 노동계에서는 정리해고와 파견근로제 등 노동자의
생존권과 직결된 고통분담에 관한 내용은 대부분 관철되어 곧바로 시행되게 된 데
비해, 노동계가 요구한 재벌개혁안이나 노동기본권 보장에 관한 사항들은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았거나 향후 처리되도록 되어 있어, 현금을 주고 부도 가능성이 있는
어음을 받았다는 비난과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실 이번 합의사항들을 살펴 보면,
노동계쪽이 요구하는 사항들은 대부분이 노동기본권과 관련된 것으로 당연히 지켜져야
할 것들임에 비해, 노동자들에게 수용하기를 요구하는 사항들은 정부와 재벌들의
정책집행과 기업운영에서의 실패로 인한 책임을 고통분담이라는 구실로 노동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정부와 국회가 합의안을 무시한 채 통과시킨 이번 노동관계법 개정안을 합의안대로
재개정하는 작업을 조속히 추진하여야 하며, 앞으로 예정되어 있는 노동관계법의
개(제)정에 있어서도 노동자의 생존권과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쪽으로 합의안을
충실히 지켜날 것을 촉구한다.

 

1998.
2. 16.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최영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