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불법행위 강화하는 국정원의 셀프 개혁안을 반대한다.

2013-12-13 482

[민변 성명]

불법행위 강화하는 국정원의 셀프 개혁안을 반대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우리 모임”)은 국정원이 어제 발표한 소위 ‘셀프 개혁안’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한다. 그리고 여야가 국정원의 불법적인 대선개입 등 불법한 행위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심리전 기능 폐지 및 국회의 통제 권한 강화 등을 포함한 근본적인 개혁방안을 내놓을 것을 촉구한다.

 

어제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은 소위 셀프 개혁안을 내놓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셀프 개혁에 대해 언급한 지 5개월 여 만이다. 그런데 이 셀프 개혁안은 개혁은 커녕 오히려 아래와 같이 국정원의 불법적인 행동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현행 국가정보원법을 위반한 심리전단을 인정하고 더 나아가 강화하겠다는 부분이다. 현행 국가정보원법은 국정원이 국내 여론형성에 개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국정원은 원칙적으로 심리전을 수행할 수 없다. 왜냐하면 국가기관이 일반인으로 가장하여 국민들의 의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국가기관이 국민에게 복종해야 하는 민주주의’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자 지금까지 국정원의 정치개입의 통로로 활용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의 셀프 개혁안은 심리전을 강화하겠다고 하고 있다. 이는 불법적인 행위를 더욱, 열심히 하겠다는 의미밖에 되지 않는다. 국정원은 특정인이나 정당을 언급하지 않고 △북한 지령·북한 체제 선전·선동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역사적 정통성 부정 △반헌법적 북한 주장 동조 등만을 대상으로 하겠다고 밝혔으나 이것만으로는 현행법 위반의 심리전을 긍정해줄 수 없다. 지난 대선시기에도 특정인이나 정당을 직접 거론하지 않으면서 여당에 유리한 여론조성을 위한 활동을 하였었고, “△북한 지령·북한 체제 선전·선동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역사적 정통성 부정 △반헌법적 북한 주장 동조”라는 것은 너무 추상적이고 포괄적이어서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행 국가정보원법대로 심리전단을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한 개혁방향이 될 것이다.

 

그리고 국정원의 예산 통제 등을 통한 의회의 국정원 통제 방안은 전무하다. 남재준 국정원장은 지금도 국회에 의하여 잘 통제되고 있다면서 국정원에 대한 의회의 통제방안 확충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것처럼 국정원의 활동은 고사하고 예산조차도 제대로 된 심사 및 결산절차를 밟지 않고 있다. 통제받지 않는 권력기관은 당연히 그 권한을 남용할 수밖에 없다. 국정원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기관이 되기 위해서는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 통제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 시작은 예산에 대한 의회의 통제가 될 것이다.

 

대공수사권의 이관에 대해서도 언급조차 없었다. 이미 헌법재판소의 1994년 결정에서 비록 소수의견이지만 비밀정보기관이 수사권까지 가지게 될 경우 필연적으로 ‘비밀경찰’이 탄생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개진된 바 있다. 이른바 ‘서울시 탈북자 공무원사건’으로 알려진 화교남매간첩단 사건처럼 조작의혹이 있는 사건들이 생기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수사인지 정보수집인지 불분명한 자의적인 법집행을 막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수사를 빙자한 정치개입을 막기 위해서라도 국정원의 수사권은 국내 일반수사기관에 이관될 필요가 있다.

 

새누리당 등은 국정원이 내놓은 ‘국정원 정보관의 국회 등 상시출입금지’를 두고 개혁이라 운운하고 있는데, 이것 역시 현재 상황과 별반 달라진 것이 없는 조치이다. 왜냐하면 이미 언론기관 등에는 국정원의 상주시설이 없어서 지금도 상시출입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셀프 개혁안에서 금지하고 있는 것도 ‘상시적’ 출입의 금지에 불과하기에 이후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두고 있다. 한마디로 이것 역시 ‘눈 가리고 아웅’에 불과하다.

 

국정원 활동의 적법성 제고를 위하여 설치한다는 ‘부당명령 심사청구센터’와 ‘적법성 심사위원회’도 국정원 내부에 설치되는 것으로 상명하복의 강력한 위계질서 내에 처해지게 되어 그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남재준 국정원장은 ‘국정원 직원들의 내부고발행위에 대해 특별한 보호를 할 필요가 없다’고 하여 국정원 내부로부터의 통제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에 반대하였다. 결국 앞으로도 불법한 명령과 그에 대한 무조건적 수행이라는 폐단을 막을 생각이 없는 것이다.

 

우리 모임은 위와 같은 국정원의 기만적인 셀프 개혁안에 대해 반대함을 밝히며, 국정원이 정권의 안보를 위한 기구가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기관이 될 수 있도록 진보적 법률가단체로서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해나갈 것을 천명한다.

 

2013. 12. 13.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영 [직인생략]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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