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의 활동] 좌충우돌 민변신입회원 엠티 준비기-“나는 민변을 사랑합니다. 그대도 민변을 사랑합니까?”- 조영관 특별회원

2014-03-02 1,067

“나는 민변을 사랑합니다. 그대도 민변을 사랑합니까?”

-민변신입회원 좌충우돌 엠티 준비기-

글_조영관 특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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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시험을 마치고 잉여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 무렵, 좋아하는 한 선배로부터 매우 오래간만에 연락이 왔다. 민변에서 신입회원 MT를 기획중인데, 참석할 수 있는지 물었다. 거절은 사양한다는 느낌으로 단도직입적인 말투였다. 물론, 그 동안 훌륭한 선배님들로부터 변호사 시험 끝나고 민변 활동을 열심히 하면 시험을 합격한다는 주술적 교육을 꾸준히 받아온 덕분에 별 망설임 없이 흔쾌히 참석하겠다고 말씀드렸다. 참가비도 없고, 민변에 다양한 활동과 각 위원회들을 소개하고, 게다가 아직은 민변이 어색한 신입 회원들을 따뜻하게 환영해주고 술과 밥까지 제공한다는데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참석의사를 밝히자, 아까보다 더 서늘한 대답이 돌아왔다. “좋아. 기획단을 하는 걸로 하자”

 

아니, 모름지기 신입회원 MT란 기존 회원들이 신입회원들을 환영하기 위해 마련하는 자리일 터인데. 이제 막 시험을 마친 걸음마 신입회원에게 신입회원 MT를 준비하라는 건 도대체 무슨 경우일까.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민변이 이렇게 두서없는 모임은 아닐 텐데. 혹시나 해서 민변 메일로 정중하게 참석의사를 밝혔더니, “준비팀에 차출되실 것 같아요” 라는 공식 답변을 받았다. ‘차출’이라니. 아무리 요즘 세상이 과거로 뒷걸음질치고 있는 상황이라도 너무 고풍스러운 단어였다. 불안한 의구심을 지울 수 없었다.

 

그렇게 시험을 마친 뒤 딱 일주일이 지난 1월 14일 첫 준비모임을 민변 사무실 입구에 있는 작은 책상에서 가졌다. 연수원 43기 조아라 변호사님, 42기 장덕규 변호사님, 변호사시험 2기 장미정, 신장식 변호사님, 그리고 민변 회원팀 이동화 간사님. 짤막한 소개를 나누고 간사님으로부터 간단한 준비상황을 들었다. “3년 만에 부활” 하는 매우 의미 있는 행사로 “재정적 지원이 든든할 것” 이라는 부분이 특히 기억에 남았다. 사실, 행사가 중간에 사라졌다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게다가 사라진 행사를 부활시키는 것은 그보다 더 어렵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불안하고 위태로운 기획이었다.

 

회의는 간단히 하더라도 뒷풀이는 해야 하는 법. 사무실 근처에서 족발을 먹으며 서로의 쫄깃한 고민을 나누기 시작했다. 특히, 연수원과 달리 전국 25개 학교로 산개되어 있는 로스쿨의 특성상 변호사시험을 마치고 민변을 가입했던 회원들 사이에 서로 교류할 기회가 많지 않다는 점, 다양한 이유로 민변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지만 가입 이후 닻을 내려놓을 쉽고 편안한 자리를 찾지 못하고 흘러가다가 시간이 지나버렸다는 이야기, 민변에 자발적으로 회원을 가입할 정도의 마음을 가진 회원들이라면 조금만 공간을 열어주면 많이 참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기왕 하는 행사이니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좀 더 꼼꼼히 연락을 돌리기로 했다.

 

각 위원회별 소개는 다소 지루한 부분이 있으니,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서 위원회 소개를 내용으로 간단한 퀴즈를 만드는 것은 어떤지 제안하셨다. 제공되는 상품의 수준이 위원회별 신입회원 유치와 직결될 것이라는 유언비어를 퍼트려 출혈경쟁으로 인한 상품의 고품질화를 꾀하자는 비책도 제시되었다. 이미 다양한 행사에서 유연한 진행과 화려한 언변으로 주목받아왔던 건국대 로스쿨 김수영 신입회원을 뒷풀이 사회로 섭외하면서 점점 행사가 수상해지기 시작했다.

 

일주일의 간격을 두고 기수별로 연락을 돌리기 시작했다. 대부분 참석여부 확답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시간을 두고 한 번 더 연락을 드렸다. 민변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 회원가입을 하지 않은 지인들도 초대했다. 앞으로의 민변을 위해 아직 로스쿨에 재학 중인 전국 로스쿨 공익인권법 학회 연합 (인:연) 상임 간사님들 몇 분에게도 연락했다. 하나 둘 참석회신이 도착하고, 그 수를 헤아려 보니 기대 이상이었다. 눈덩이가 눈밭을 구르듯, 참석하는 회원 수가 많아지니 새롭게 오고자 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마지막에는 장소를 변경하는 방법도 고민해야 할 만큼 많은 분들이 참여의사를 밝혀주셨다. 총 53명의 참가신청을 했고, 당일 장주영 회장님을 비롯 총 48명의 참가자들이 “민변 신입회원 MT” 라는 이름으로 성황리에 행사를 진행했다.

 

신입회원 MT는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민변 산하 총 13개 위원회별 소개로 시작되었다. 다양한 위원회 활동 영상들을 보고 신입회원 유치경쟁을 위한 위원회 별 애교 있는 기싸움이 신입회원들에 대한 선배들의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위원회별 소개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한 뒤 근처 식당에서 제2부 행사를 진행했다. 푸짐한 먹을거리를 앞에 두고, 김수영 신입회원의 사회로 진행된 퀴즈 프로그램은 조금은 어색할 수 있는 신입회원들과 선배 회원들 사이를 편하게 만들어주었다.

 

신입회원들이 퀴즈를 맞추면 선배들이 술과 안주를 선물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다양한 곳에서 참석한 회원들은 자리를 수차례 옮겨 다니며 인사를 나눴다. “민변을 강화하자” 는 신입회원의 패기로운 건배사에 선배들은 “나는 민변을 사랑합니다” 라는 연륜으로 응답했다. 이렇게 선배들과 후배들이 민변이라는 이름으로 한 자리에 모여 서로의 인연을 확인하고, 민변 회원 활동에 관한 궁금한 점들을 묻고 답하며 함께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소중한 순간이었다. 아이디어 수준이긴 하지만 로스쿨 각 기수별로 정례적인 모임을 가져보자는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도 소중한 성과였다. 3년 전 마지막 신입회원 MT 참가자들보다 5배 이상 많은 회원들이 함께 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앞으로 민변에서 걸음마를 배워갈 신입으로서 이런 저런 고민을 하기도 들었다. 새벽녘까지 이어진 뒷풀이에도, 여전히 아쉬운 것은 시간이었다. <끝>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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