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의 활동]민변 사법위원회 엠티(M.T.)를 다녀오다

2014-04-04 853

민변 사법위원회 엠티(M.T.)를 다녀오다

글_ 김종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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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민변에 가입한 지 2주 정도 된 새내기로서 첫 엠티, 그것도 ‘사법위 역사상 20년만의 첫 엠티’라는 이번 엠티를 내 어찌 놓칠 수 있겠는가? 나는 엠티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두세가지 장르를 넘나드는 몇 곡을 미리 두어 번 연습하고 앵콜송에 대비하여 심수봉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까지 준비하였다.

 

엠티가 무엇이더냐? 무릇 엠티란 반드시 누군가 기타를 가져 올 것이며 별과 술과 모닥불을 벗 삼아 밤을 새워 노래를 하는 것이고 가끔 술 취한 후배가 선배에게 대들다가 토악질 몇 번하고 저 한구석에 쓰러져 자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것이며 가끔 마음에 담고 있던 짝사랑하는 동기에게 청춘의 고백이 거절되더라도 전혀 슬프지 않은 마법 같은 것. 바로 그 것이 바로 엠티가 아니더냐?

 

고양지원의 오후 재판을 마치자 서둘러 양평으로 향했다. 양평에 도착하자 웬걸? 내가 제일 먼저 도착해서 펜션 주인아주머니에게 방의 배치, 식기며 이불은 어디에 있고 보일러는 어떻게 끄고 켜는지 상세하게 들어야 했다. 초반부터 뭔가 꼬이는 느낌? 원래의 계획은, 대부분 도착하셨을 즈음 살며시 수줍은 미소와 함께 등장하는 것이었는데 예정에 없던 선발대라니.

그러나 기대에 어긋난 것이 어찌 도착의 순서뿐이겠는가? 조금 지나 도착하기 시작한 참석위원들의 면면을 보아하니 음. 오늘 나의 ‘엠티지론’은 필시 수정이 불가피해 보였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자기소개시간과 위원회의 위원장 인사말, 위원회 소개 등의 매우 바람직한 순서를 미리 계획하고 있었음에도 위 모든 순서를 하나로 뭉쳐서 진행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바로 위원장 김인회변호사님과 이재화변호사님의 잠시도 쉬지 않는 대략추산해도 시장점유율 80-90%에 육박하는 좌충우돌 ‘유모어’ 때문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잠시도 쉬지 않고 말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던 터라 김인회변호사님 그 자체는 나의 짧지 않은 견문에도 매우 신선한 충격이었다. 다만 나는 감히 이 자리를 빌어 김인회위원장님께 한마디 고언을 드리자면 ‘애드립’ 중 만약 50% 정도가 불발이 된다면 더 나은 유모어 아이템을 발굴함에 매진하시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더 자세한 방법과 훈련교재는 ‘개그콘서트’나 ‘에스앤엘코리아’를 추천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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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하고, 민변은 민주주의를 고민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 들었다. 그런데 신임 위원장선거를 보니 내 생각이 정확하게 맞았음을 알게 되었다. 이름하여 총리와 대통령이 서로 자리를 바꾸어 단임도 아니고 연임도 아닌 그렇다고 독재도 아니고 민주주의도 아닌 ‘푸틴식의 정권교체’와 위원장이 부위원장을 바로 지명하고 지명된 부위원장은 일언반구 없이 수락하는, 뭐랄까? 위원장이 수락의 변과 함께 임의로 자리를 새로 마련하고 자기 사람을 바로 심는 ‘전제적’ 통치체제? 아니 그런데 이건 또 웬일인가? 세상에, 참석한 민변 장주영 회장님, 김선수 전회장님을 포함하여 42기 황의수 변호사에 이르기 까지 전원만장일치로 신임위원장과 부위원장들을 찬성하며 박수를 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구나. 민변은 민주주의를 ‘고민’하고 있구나. 다양한 제도와 체제를 민변 내에서 실험하며 그 답을 내가고 있는 것이구나. 나는 민변 사법위의 견고함과 위대함을 동시에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어느덧 밤은 깊어 이제는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기대감은 모두 포기하고 91학번 동기라는 김명진변호사(41기), 아이스하키로 복근을 단련 중인 장수동변호사(41기)와 새벽이 깊도록 한담을 나누던 중 잠든 줄만 알았던 이재화 신임위원장님이 “아니, 웅얼웅얼 뭐라는 건지 웅얼웅얼 꿱!” 잠꼬대를 하시는 것이다. 최근 위헌정당해산심판사건에서 법무부와 싸우시느라 새벽까지 수만 페이지의 기록을 붙들고 계셨던 변호사님은 잠결 속에서도 ‘참된 법과 정의’가 무엇인지 모르는 자들에게 한 수 가르치고 계셨던 것일까? 아니면 그냥 잠버릇일까? 위헌정당해산심판 사건이 종결된 후 다시 엠티를 와 보면 알게 될 것이다.

 

뭐니 뭐니 해도 이번 엠티를 통해 내가 거둔 수확이 있다면 그건 사법위원회의 권력구도가 어떠한 것이며 그 실세 중에 실세가 누군지 정확하게 파악하였다는 것에 있다. 역시 추측대로 사법위의 권력자는 바로 이혜정 간사 변호사님이셨다. 이제 진정한 권력자를 찾았으니 향후 호칭 뒤의 ‘님’자는 간사 변호사님에게만 붙이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그런데 역시 나만의 생각은 아닌 듯. 고승을 닮은 김선수변호사, ‘오는 고기는 막지 않는다’는 신개념 채식주의 장주영변호사를 비롯하여 아래로 41기들 야무진 오경민변호사, 해맑은 천윤석변호사, 옆으로 저 멀리 뉴욕의 파스텔톤 김행선변호사, 이제 실무진에서 꽃이라고 부를 수 있는 22, 24기 김남준, 성창익 변호사에 이르기까지 이 간사변호사의 말 한마디에 거부할 수 없는 권력의 그림자를 느끼는 듯하였다. 나 역시 자연스럽게 그 뒤로 서는 것을 주저할 이유가 없었으니. 당일 장수동변호사는 “우리 민변 사법위의 최고의 미녀”라고 누가 들어도 아부이자 권력지향적이라고 느껴질 멘트를 아무런 거부감도 없이 던지기를 주저하지 않았고 위 현, 전 민변회장들도 ‘전혀 이의가 없다’는 단호한 표정을 푸시질 않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정작 본인은 “제가 조금 동안이기는 하죠?”라며 이 모든 권력적 장치들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다는 확신에 찬 표정이라니. 이제 민변 가입 2주차인 내가 어찌 감히 다른 입장을 취할 수 있겠는가? 나는 마치 ‘천년보살’을 본 듯한 표정을 시종일관 짓고 있느라 턱이 빠지는 줄 알았다.

 

다음 날 새벽 6시 반 선비 같은 김선수변호사는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길을 표표히 걸어 경기 광주 7산(태화산, 백마산 등) 종주에 오르셨고 나머지 우리들은 쓰린 속을 달래며 용문사 앞 ‘이런 놈 손봐서’ 식당에서 ‘이런 놈(토종닭)’과는 전혀 상관없는 ‘산채백반’을 먹고 산에 올랐다.

 

해마다 막걸리 몇 말을 받아 마신다는 은행나무는 크고 우람하다는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오랜 시간이 주는 숙연함까지 느끼게 해 주었다.

그렇게 용문사 경내를 돌고 내려오며 우리들의 엠티는 끝이 났고 나는 서울로 돌아 와 이런 저런 생각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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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민변에 왜 가입했고 내가 이곳에서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나의 부족한 힘이지만 우리 민변과 사법위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선배들이 피 흘려 이룩한 민주주의의 성과물들이 후퇴하고 퇴색되지 않도록 이를 꽉 다물고 싸우자. 후배들에게 더 나은 민주주의에 대한 이론적 결과와 실천 그리고 법적 가치에 대한 진정 올바른 정립을 보여주자. 어찌 다른 답이 있을 수 있겠는가?

 

내가 거들 수 있는 일을 시작한다면 내가 어느 곳을 바라보고 있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든지, 우리 사회가 갖추어야할 바람직한 가치들과 국가가 국민에게 마땅히 지녀야할 태도에 대하여 고민할 때 나는 나의 동료이자 선후배인 바로 이분들에게 가장 먼저 나의 고민과 성취를 말하게 될 것이고 그들은 나의 고민과 노력에 대하여 나를 격려할 것이며 나 또한 이들의 땀과 눈물을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저 은행나무처럼 담대하게 시간 속에 우리의 삶을 녹여내게 될 것이다.

 

진정, 진정 그러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엠티 끝.

 

첨언 : 김인회 변호사님은 이번 엠티를 위해 고급 양주와 특히, 진로 소주 괜찮은 것을 가져오셨다는 점을 꼭 강조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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